사람은 말을 통해서 생각을 주고받는다. 그러므로 말을 통해서 철학이 세워지고 말을 통해서 과학이 이루어지며 말을 통해서 예술이 빚어진다.
 
말은 이렇게 중요한 존재이다. 풍부한 말을 가진 나라에서는 철학이 발달되고 논리적인 말을 가진 나라에서는 과학이 발달되며 아름다운 말을 가진 나라에서는 예술이 발달된다는 일을 이미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저 풍부한 어휘를 가진 중국에 철학이 흐드러지게 핀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가졌다고들 하는 프랑스에서 예술이 크게 발달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며 광복 후 대한민국의 과학이 감히 딴나라가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따져보면 한국말이 세계에서 가장 논리적인 말의 하나란데서 그 까닭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말은 이렇듯 차원 높은 존재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말은 점점 흐려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대해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우리나라 서울의 상류층의 말은 분명히 아름다운 말이다. 여성의 말은 상냥하고 남성의 말은 어엿하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서울에서 이 아름다운 말을 잘 들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변두리에 가야만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첫째 우리는 여기에 대하여 유의해야 하겠다. 나는 경상도 사람은 아니지만 경상도 말을 듣고 아름답다고 말할 사람은 없듯이 서울 상류층 말을 듣고 귀에 거슬린다고 말하는 이는 없다. 사람의 귀는 한결같고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은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서울 상류층 말을 예를 들어 어머니 같으면 첫째 소리마디 '어'나 둘째소리 마디 '머'는 다같이 부드럽게 나고 셋째소리마디 '니'가 길게 그리고 약간 세게 난다. 그런데 요즈음 서울말을 들으면 흔히 첫소리 마디를 세게 내는 경향이 있다. 이는 지방말의 영향이나 첫소리 마디부터 세게 나니 말이 아름다울 수 없다. 어쨌든 우리는 표준말의 말씨를 서울 토박이의 상류층 말씨로 돌이키는데 크게 힘을 기울여야 하겠다. 그래야 우리말이 아름다워지겠다.
 
토박이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슬픈 일이다. '어머니'나 '누나' 너 하는 토박이말은 우리 겨레의 감정에 가장 잘 맞게 발달되고 다듬어진 말이다. 어머니를 보고 '어머니' 이렇게 불러야 정이 뭉클 솟지 '모친'이렇게 부르면 정이 무디어져 남의 어머니가 되고 만다. 말은 감정과 꼴과 뜻으로 되어있다. 이 감정을 가장 이상적으로 담은 말이 토박이 말이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한자말이나 서양말과는 다르다. 그런데 이 토박이말이 자꾸 줄어가고 있다. '스승'이란 말은 거의 '선생'으로 바뀌고 말았고, '언니'란 말은 거의 '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토박이말이 줄면 줄수록 우리의 정은 한결 메말라 가게 될 것이다.
 
또한 '입안을 깨끗이 합시다'고 하면 듣기 좋고 깨치기 쉬운 것을 '구강을 청결히 합시다'고 해서 듣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우리 토박이말을 사용하는 일과 나아가서 이를 애용하는 것 그리고 이를 되찾아 쓸 일이 병들어가는 우리말 치료에 있어 진정 두 번째로 중요하다 하겠다.
 
일껏 '세모꼴'과 같은 토박이말을 가르쳐 놓은 학교교육에서 이를 '삼각형'이란 들은 말로 바꾸는 따위는 크게 삼가하고 국민은 이런 어릿광대의 행동을 크게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아버지가 밥을 먹는다는 말은 서양 사람들에게는 말본(어법,문법)에 맞은 월(줄월,문장)이 될는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이 월은 말본에 맞지 않는다.
 
이는 아버지께서 진지를 잡수신다고 해야 바른 월이 된다. '아버지가 밥을 먹는다'는 말본의 높임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흔히 아버지께서 '진지를 자신다'고 말해 놓고 태연한 사람이 있다. 어이없는 일이다. '자신다'는 높임말이 아니다. 반말이다. 응당 '잡수신다'라 해야 한다. 말을 말본에 맞게 하는일 이것은 또한 언어생활에 있어 중요한 일의 하나이다.

현재 우리들의 말씨에서 말본에 가장 많이 어긋나는 것이 높일 법이다. 한 예로 '예, 그렇습니다고 하는 젊은이가 너무 많다. 이들은 크게 반성할 일이다. 높임법은 말씨를 통해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해 가는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어떻든 말본에 유의 이 역시 교육이나 신문 방송에서 다같이 크게 힘써야 하겠다. 그래야 우리말이 논리적이면서 질서있게 되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