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쏜살 같이 지나간다. 세월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 한다는 말이 있다. 10대에는 시간이 시속10km로 천천히 가는 것 같다가 20대엔 시속20km쯤 되어 조금 빨리 달리는 듯하고 30대에는 30km 40대에는 40km 로 점점 빨라진다. 그런데 50대가 아주 묘한 나이다. 갑자기 속도가 뚝 떨어지면서 주행선 밖으로 벗어 날 것 같다. 60대 이후는 서행하거나 아마 멈춰 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한다.

시인 김달진은 60대에는 해마다 늙고, 70대에는 달마다 늙고, 80대에는 날마다 늙고, 90대에는 시(時)마다 늙고, 100세에는 분마다 늙는다며 세월의 덧없음을 한탄하기도 했다. 6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종종 옛날 같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70.80대 어른들이 들으면 역정을 내실 일이지만 몸도 마음도 이전과는 판이 할 것이다.

공자께서는 50대가 되면 하늘의 뜻을 아는 지천명(知天命)에 도달한다고 하셨지만 천명(天命)은 커녕 가족의 마음도 읽지 못하는 무기력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이에 따라서 60대는 지식의 많고 적음을, 70대는 부의 유무를, 80대는 이승과 저승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말도 있다. 50대 들어 예쁘네 밉네를 따질 필요가 뭐 있으며 60대에 똑똑하네 못하네 하고 따진들 그 차이가 얼마나 될 것이며, 70대 들어 돈이 좀 있다고 한들 하루세끼 밥 먹는 것은 다 똑같으며, 80대 들어 오래 살겠다고 용을 써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어찌됐든 세월은 물흐르둣 흘러 나이를 먹게 된다. 요즈음 유행어처럼 "9988234" 즉,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틀만 앓다가 사흘째 되는 날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인생이란 뜻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유감스럽게도 그처럼 행복한 죽음을 맞지 못한다. 암, 치매, 당뇨 등으로 재산 다 날리고 가족들 고생시킨 뒤 세상을 떠나는 수 도 있다. 일평생 욕심 한번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지냈으나 질병과 사고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는 더욱 안타깝다. 그래서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나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편안하게 잘 죽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면 품위 있고 기품 있게 늙어가는 일이며, 직위나 돈이 노년의 품위를 보장해 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 누릴 만큼 누렸으니 노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가 있는 반면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무욕과 자기관리로 보기만 해도 절로 고개 숙여지는 사람도 있다.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 존경받는 노후를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투자와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이가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실제나이보다 젊게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이는 시간과 함께 먹는 달력의 나이. 건강수준을 재는 생물학적 나이. 지위와 서열 같은 사회적 나이.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는 정신적 나이. 지력(知力)을 재는 지성의 나이로 나뉜다고 한다. 그래서 철이 없는 어른이 있고 애늙은이 소리를 듣는 청소년도 있다. 70.80대가 되어서도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을 갖는 어른이 있고, 30대만 접어들어도 배움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서글픈 인생도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났다고 해서 동갑은 아닌 것 같다.

세상만사 모든 문제가 기적처럼 변모할리 없다. 나이 들어 포기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은 심신과 여생을 편안하게 할 것이다. 하루를 즐겁게 보내려면 여기에 곁들여 하루 한 가지씩 좋은 일을 하고, 하루 10사람을 만나고 하루 100자를 쓰고, 하루 1000자를 읽으며, 하루 10,000보씩 걷는다면 이보다 더 훌륭한 노년은 없다. 이른바 '1.10.100.1000.10,000 의 법칙'이다. 나이란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으로 실제나이보다 늙게 살 수도 젊게 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위안 되는 것은 축구경기에 비교한 인생이다. 25세까지는 연습기간, 50세까지는 전반전, 75세까지는 후반전, 100세까지는 연장전이라 한다. 인생의 결승골은 후반전, 즉 연장전에 터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또다시 기대를 걸고 힘차고 보람 있는 삶을 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