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짧은 쉼, 긴 여운
[기고] 짧은 쉼, 긴 여운
  • 강진신문
  • 승인 2018.08.3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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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_ 한국어 강사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8월의 어느 날, 오랜 친구의 초대로 강진에서 1박 2일을 보내게 되었다. 미세먼지와 빌딩 숲을 벗어나 푸른 하늘과 능선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강진은 참으로 고마운 곳이었다.

강진에서의 첫 식사 후 그곳에서 나고 친구가 드라이브로 소개해 준 곳은 가우도(駕牛島)였다. 성인의 느린 걸음으로도 한 시간 내에 산책이 가능한, 작은 섬인 가우도(駕牛島)는 섬이 소의 멍에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고, 강진군에서 가우도가 소의 멍에 부분에 해당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였다.

가우도에서 가장 먼저 눈에 뜨인 것은 청자타워다. 강진의 상징이기도한 청자의 형상이 산 위에 있는 것이 신선하기도 하여 '무엇이냐' 물었더니 '짚트랙'의 시작점이라는 그의 대답에 또 한 번 놀랐다. 그의 설명처럼 자세히 바라보니 바다를 가로질러 짚트랙의 가늘지만 견고한 로프의 선이 몇 가닥 보였다.

더위와 햇빛이 누그러진 일몰 무렵, 가우도를 다시 찾았다. 출렁다리는 저두리와 가우도 간 438m, 망호와 가우도 간 715.9m 로 총 두 개의 다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저두리를 통해 출렁다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출렁다리 사이로 보이는 일몰, 그리고 바다 내음은 서울에서 강진까지 4시간의 긴 여정에 대한 보상으로 충분하였다. 고요함도 잠시, 한편에서는 '짚트랙'을 타고 함성을 내지르며 짜릿함을 즐기는 젊음이 하강하는 모습도 보였다. '25m의 청자타워에서 대구면 저두마을로 하강하는데 1㎞ 거리를 불과 1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였고, 그 용감한 도전이 가능한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였다.

출렁 다리를 건너 가우도 전체를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는 2.4㎞의 트레일을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강태공을 찾아 볼 수는 없었지만, 망호 출렁다리 입구의 낚시체험 시설은 뭍에서 자란 도시사람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낚시 체험 시설을 뒤로하고, 숲으로 이어진 트레일을 따라 한 발 한 발 내딛었다. 우거진 녹음 사이의 숲 내음은 서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선물이자 치유였다. 가우도는 문자 그대로 '향기의 섬' 이었던 것이다. 저녁 무렵이라 트레일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나와, 뒤돌아본 가우도에는 잔잔한 어둠이 내리고 있었고, 공기마저 따스했다.

이튿날 오전, 김영랑 생가를 돌아보았다. 소박하지만 고요한 그곳에서 지금도 여러 사람들이 읽고 외우는 언어를 그려냈던, 그를 추모해 보았다. 그의 호인 '영랑'을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웃을 수만은 없는 농담을 친구와 나누며 구석구석 눈에 담았다.

1박 2일의 짧은 여정을 뒤로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아쉬움이 가득했다. 빌딩 숲 가운데에서 여전히 가우도 숲의 향기와 바다 내음은 잊히지 않는다. 자연 그대로의 날것의 아름다움을 선물해 준 가우도, 그리고 그 가우도를 안내해 준 벗이 내내 그립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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