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노을이 짙어가는 노년을 아름답게
황혼의 노을이 짙어가는 노년을 아름답게
  • 강진신문
  • 승인 2018.08.19 15: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호만의 감성 에세이

사람은 항상 심신이 건강해야 한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길은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다. 용불용설(用不用說)이란 인간의 생명을 쓰면 쓸수록 발달하고 안 쓰면 안 쓸수록 퇴화된다.
 
눈은 봐야 발달하고 귀는 들어야 발달하고 머리는 써야 발달하고 손은 움직여야 발달하고 발은 걸어야 발달하고 심장은 뛰어야 발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일이다. 흘러가지 않는 물은 썩기 쉽다 자연의 섭리다. 우리의 몸은 꾸준히 움직여야 건강해진다. 평생 운동은 무병장수의 근본이다. 건강은 인간의 기초 자본이다. 병으로 밤낮 앓아눕는다면 억만금이 무슨 소용 있으랴, 적당한 운동은 우리의 심신을 건강하게 하고 생활의 활력소와 생동감을 줄 것이다. 노후의 자기의 건강관리를 소홀히 하고 체력 증진에 태만 하는 것은 자기의 생명에 대해서 불성실하고 무책임 함이다.
 
자기의 심신을 강건하게 하는 것은 인간의 첫째 의무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추구하는 생애의 과제가 있어야 한다. 무위도식처럼 세상에 괴롭고 따분한 것은 없을 것이다. 노년은 고독하다. 소외감과 좌절에 빠지기 쉽다. 그럴수록 우리는 서로 위안과 기쁨을 나눌 수 있는 평생의 친구가 필요하다. 나이가 고희(古稀)를 넘어 미수(米壽)에 가까워지면 인생은 아름답게 늙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며 인생을 원숙하게 늙는 것처럼 중요한 일도 없을 것이다. 무병장수 한 것처럼 행복한 노후의 생을 즐기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고 했다. 우리의 인생에서 반드시 노(老)와 사(死)가 찾아온다. 늙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늙으면 기력이 쇠약해지고 기억력이 둔해지고 매사에 관심이 소홀해지고 흥미가 감퇴된다. 반면 의욕도 상실되고 인생이 허무함과 고독에 잠겨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몸이 부자연스럽고 감수성마저 둔화된다. 말이 많아지고 어린애처럼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시력도 점점 퇴화하고 청각도 둔해지며 거동도 불편하며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약화된다. 이 모든 것이 인간의 노화 현상에서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에 붙은 단어를 보면 좋은 말이 별로 없다. 노약자, 노쇠, 노추, 노망 모두가 노의 슬픈 얼굴이며 어두운 표정이다. 젊어서 노추는 그래도 이해되지만 늙어서 추한 것은 정말 상상하기도 역겹다. 그러나 그렇게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밝고 아름다운 측면도 있다. 젊어서의 영화는 그의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백발은 지혜의 면류관이라 했다.(잠언에서)
 
마음에는 주름살이 없지만, 이마의 주름살은 인생의 깊은 체험의 상징이라고 했다. 늙어서 원숙한 것은 노숙이라고 하고 늙어서 솜씨가 완벽한 것은 노련하다고 한다. 자기의 정열을 쏟고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은 무료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좀처럼 늙지 않을 것이다. 오래 사는 것 보다 적당한 장수가 더 바람직스럽지 않을까!
 
가능하면 정신상태가 온전할 때 죽는 것이 축복일 것이다. 고희를 넘으면서부터 신체적으로 잃은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건강에도 이상이 생기기 시작하고 갱년기 증상도 뚜렷해진다. 기억력의 쇠퇴도 어쩔 수 없는 변화다. 기대도 약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래도 남는 것이 있다면 소유에 대한 욕망이다. 아직은 잃어버린 것보다 찾아 갖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다가 미루게 되면 얻어지는 것은 없고 잃어버리는 것이 현저히 많아진다. 그렇게 왕성했던 소유욕까지도 사라진다.
 
늙어감에 따라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균형 있게 유지하기가 더욱 힘들 것이다. 지금의 건강과 정신상태가 그대로 더 연장된다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백년을 살다보면" 전 연세대 김형석 교수는 99세에 책을 펴내고 신문 칼럼을 쓰며 명강연을 하고 있다. 인생의 황금기는 60세~75세 사이라고 한다. 인생의 많은 체험과 경험이 풍부한 시기라고 했다.
 
우리의 현실은 60세에 정년을 하면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느끼지만 60세 이후 제2의 인생의 새 출발은 인생을 회복의 길로 이끌어 가는 시기에 대해서 수긍이 간다.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한계가 없다고 했다. 노력만 한다면 75세 까지는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 일찍 포기하는 젊은 늙은이들이 많다. 아무리 50세이라고 해도 노력하지 않고 일을 포기한다면 녹슬은 기계와 같아서 노쇠하게 될 것이다. 인생의 많은 지혜와 경험을 쌓고 원숙한 노인을 젊은이들은 멸시하지 말라, 젊은이에게는 박력과 정열이 있다. 그러나 노인에게는 지혜와 경험이 있다.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경지이다.
 
노는 야누스의 두 개의 얼굴과 같다. 하나는 어두운 얼굴이라면 또 하나는 밝은 얼굴이다. 노후, 노쇠, 노약, 노망은 어두운 얼굴이다. 노숙, 노련, 노익장은 노의 밝은 얼굴이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노년론에서 우리는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 또 어떻게 살아야 인생을 아름답게 보람 있게 늙을 수 있느냐? 이것은 누구나 조만간 부딪치게 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다.
 
핵가족 제도는 급변하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노후의 문제가 가장 급박한 문제의 하나다. 인생을 아름답게 늙는 비결과 지혜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노년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는가?
 
제일 먼저 건강이 아닐까, 무병장수 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와 체력관리를 평소 잘해야 한다. 질병이 계속되면 노년처럼 인생의 큰 비극은 없다. 노년생활에 대한 대책이 중요할 것이며 의식이 해결되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경제적 문제가 해결됨으로 정신적인 여유가 생길 것이다. 다음은 친구가 아닐까? 인생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달랠 수 있는 정다운 친구가 있어야 하며 노후에는 정다운 친구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

친구의 우정은 인생의 귀한 가치다. 세상에 좋은 친구처럼 고마운 것은 없다. 서로 경애하고 서로 격려하며 허물없는 다정한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친구가 거의 다 가버리고 자기만 혼자 남을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자기만의 취미생활의 계발이 중요할 것이다. 취미생활이 생활화 되면 무료함을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건 그림을 그리건 서예나 책을 읽으며 혼자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가져야 한다. 취미 속에 낙이 있고 기쁨이 생길 것이다. 자기의 정열을 쏟고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은 무료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며 좀처럼 늙지 않을 것이다. 오래 사는 것 보다 적당한 장수가 더 바람직스럽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늙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세월은 흐르게 되어있다. 늙으면 자제해야 할 말이 있다. 늙으면 필요 없는 자랑을 하기 좋아한다. 장년기에는 이성과 감정이 균형을 갖춘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들은 먼저 생각하고 감정을 노출하며 행동을 한다. 그런데 늙으면 이성 기능이 약해지고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으니까 감정 조절을 잘못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화를 내기도 하고 충격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본인의 잘못이기 보다는 세월의 탓이 아닐까! 강물이 흘러가야 하듯이 세월이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을 어이하겠는가!
 
늙어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면 대우만 받으려는 늙은이가 되지 말고 베푸는 노후는 젊음을 소유한 늙은이가 아닐까. "가급적 입은 막고 귀를 열어야 하며, 모자는 먼저 벗고 지갑은 천천히 열라"는 늙은 젊은이가 돼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흔히들 오복은 유교에서 이르는 다섯 가지 복 중 마지막의 고종명(考終名)은 인간이 제대로 살다가 편히 죽음을 말한다. 모든 사람이 바라는 소망이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