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네한옥 경기도 광주에 둥지
비장네한옥 경기도 광주에 둥지
  • 김철 기자
  • 승인 2004.05.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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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강진을 떠난 비장네 한옥이 일년여만에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에 모습을 나타냈다. 조선시대 왕실용 백자를 공급했던 분원에 전 문화진흥원장을 지낸던 김정옥(73)옹이 ‘얼굴’ 박물관을 열면서 옮겨진 비장네 한옥이 처음 선을 보였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50여점의 돌조각 사이로 한껏 고풍스럽게 치장된 비장네 한옥이 위용을 나타낸다. 지난해 5월 강진읍에서 철거작업을 시작해 꼬박 1년정도가 걸려 비장네 한옥이 옮겨져 온 것이다. 김옹은 비장네 한옥을 재현하기 위해 복원비용만도 2억원이 넘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옮겨진 비장네 한옥 곳곳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강진에서보다 한층 나아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적송을 사용해 흑갈색이 은은하게 묻어나는 대청마루, 한없이 높게 뻗은 처마, 황토내음을 물씬 풍기는 방안의 모습들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방안에도 전통한옥의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손때묻은 전통 목제품을 배치해 고풍스러움을 더했다.


또한 김옹은 한옥을 옮기면서 발견된 상량문과 집안의 곳곳에서 나온 부적 4점을 따로 액자를 만들어 비장내 한옥 한켠에 보관해 전통을 그대로 이어나가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비장네 한옥은 김옹부부가 생활하기에 위해 수세식 화장실과 입식부엌을 만든 것을 제외하고 강진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한옥의 정면에는 야외전시장에서 돌조각을 감상할 수 있는곳이라는 관석헌(觀石軒)이라는 이름을 지어 현판을 만들었다. 투박한 돌조각과 비장네 한옥은 절묘하게 어우려져 박물관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김옹은 또한 한옥의 입구에 ‘강진 김비장네’라는 대형 간판도 따로 만들어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고향을 떠나 머나먼 곳으로 옮겨졌지만 비장네 한옥은 톡톡한 대우를 받고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한시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비장네 한옥은 주변경관과 어우러져 한층 고풍스러움을 돋보이게 만든다. 비장네 한옥옆으로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팔당호가 인접해 있다. 식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팔당호는 맑고 깨끗한 수질에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곳이다.

또한 인근에 각종 붕어찜, 장어를 요리하는 대형음식점들이 잇달아 자리해 관광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곳이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얼굴박물관을 방문하면서 비장네의 한옥을 쳐다보면서 전통한옥의 자태에 또한번 감탄사를 남길 것이다.

운명의 장난인지 비장네 한옥이 옮겨간곳도 도자기로 유명한 곳이다. 분원지역은 조선시대 왕실에 백자를 만들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고려시대 청자의 고장인 강진을 떠나 조선시대 백자의 중흥지인 경기도 광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김옹이 비장네 한옥을 박물관에 옮기게 된것도 사연이 깊다. 김옹은 20여년전 비장네 한옥의 소유자인 고 김현장씨의 딸 김승희씨가 김옹의 부인과 친분관계로 강진을 찾았던 것이다. 강진에 들려 전통한옥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김옹은 소방도로개설로 비장네 한옥이 철거될 처지에 놓이자 매입의사를 밝힌 것이다. 군에서 비장네 한옥에 관심을 나타내자 김옹은 우선순위를 양보했다. 지역에 비장네 한옥이 남아있기를 바라는 김옹의 작은 배려를 엿볼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비장네 한옥은 경기도 광주로 이주하게 됐다. 얼굴 박물관을 만들면서 비장네 한옥의 배치문제로 김옹은 또한번 고민에 빠져야했다. 현대적인 박물관에 동양적인 냄새를 흐르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비장네 한옥의 위치가 중요했기 때문이였다. 결국 김옹은 박물관의 한중앙에 비장네 한옥을 배치하기로 마음먹었고 박물관의 품격을 한단계 높였다고 자부한다.

김옹은 “강진에서 비장네 한옥을 관리하도록 양보할 생각이였으나 아쉽게 됐다”며 “비장네 한옥에서 직접 생활을 하면서 애정을 가지고 특별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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