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웬 날벼락?
마른 하늘에 웬 날벼락?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8.08.14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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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마을보호수 '정자(亭子)'덮쳐… 주민 2명 부상
나무전문가들 "매우 이례적 일"... 군, 원인 규명 나서


150년 된 마을 보호수의 가지가 정자(亭子)를 덮쳐 휴식을 취하던 주민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부러진 나뭇가지의 크기가 워낙 컸던 데다 그 충격도 상당해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인데, 군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 만큼 전문기관에 의뢰해 원인 규명 작업에 나섰다.

지난 25일 오전 성전면 소재 한 마을. 둘레 70㎝정도 되는 대형 나뭇가지가 바로 옆 정자의 지붕을 뚫고 안으로 내리 꽂혔다. 3평 남짓한 바닥은 나뭇잎과 파편들로 뒤덮였고 곳곳에 그릇과 컵, 먹다 남은 옥수수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지붕을 둘러싸고 있던 양철구조물은 일부가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8개의 기둥은 상당부분이 기울어진 채로 사고 당시의 충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사고가 발생한 것은 전날 밤 7시30분께였다. 정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보호수의 주관부 5~6m지점에서 10m길이의 커다란 나뭇가지가 갑자기 부러지면서 정자의 지붕을 그대로 덮쳤다.

이 사고로 주민A(여·79)씨가 목 부위를 다쳐 광주 소재 병원으로 이송됐고 함께 있던 B씨(여·67)씨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여성주민 2명이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들은 열대야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주민은 "처음에는 8~10명이 함께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며 "밤이 깊어지자 대다수는 집으로 돌아가고 2~3명만이 남아 있었는데 갑자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정자는 여성들만 주로 사용하는 공간으로 마을 남성들은 100m정도 떨어진 또 다른 정자에서 머무르고 있다 사고 소식을 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강풍 등의 기후 변화는 없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전언이다. 고사 징후 역시 전해지지 않았다.

마을 주민은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원인 및 문제를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보호수는 수종이 팽나무로 느티나무나 고목나무 등 다른 일반 보호수와 달리 강도는 비교적 약한 연질을 띄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해당마을에는 사고가 발생한 보호수를 포함해 모두 5그루가 보호수로 지정돼 있다.

강진군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기후적 영향을 제외하고는 보호수의 나뭇가지로 인한 인명피해 사례는 없는데다 해당 보호수의 경우 과거 보호수별 점검 결과에 따라 외과수술 및 가지치기 등의 관리 작업이 수차례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나무 전문가들조차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원인을 뚜렷하게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며 "순천대 수목진단센터에 의뢰하여 정밀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군은 원인 조사와 더불어 11개 읍·면 마을의 보호수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위험수목에 대해서는 군청 산림과(430-3291)에 즉시 연락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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