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계 집단 반발 역풍 맞은 '해양 레저'
어촌계 집단 반발 역풍 맞은 '해양 레저'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8.05.11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민들, "우리 입장 철저히 무시돼"…'사업 철회'주장도 제기

강진군과 투자사측, "투자액 40억 넘어, 어민과 합의점 찾겠다"

강진만 해양관광 체험시설 운영에 대한 어업인 설명회가 어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실상 파행으로 끝이 났다. 강진군과 투자회사측은 합의점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민들은 추진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며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요구뿐이다. 일부 어촌계는 사업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결국 관광산업을 위해서라면 어민들은 죽어도 괜찮다는 얘기 아니냐"
 
지난 9일 전남해양수산과학원 강진지원 1층 대강당. 강진만 해양관광사업 운영에 관한 주최 측의 설명이 끝나자 곳곳에서 불만과 항의가 쏟아졌다. 어민의 의견이 배제된 상황에서 사업이 추진된 사실이 드러나자 설명회장은 어민들의 분노 섞인 목소리로 가득했다. 강진군과 투자회사인 (주)가우도 해양레저가 마련한 이날 설명회에는 읍 남포와 도암, 신전, 칠량, 대구 등 지역어촌계 주민과 어민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한 어촌계장은 "어민들에게 생존권이 달려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대화는 물론 협의 한 번 없었다"며 "어민들의 의견은 배제한 채 짜여 진 틀을 놓고 이제서야 어민들을 끼워 넣고 있다"고 항의했다.
 
강진군수협 박범석 조합장도 "이 사업은 처음부터 잘못 시작됐다"고 어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강진군과 (주)가우도해양레저는 지난 2017년도 12월 해양관광체험 운영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지난 3월 투자합의각서(MOA)를 이행했다.
 
이날 설명회장 입구에는 강진만에 투입될 43톤급 요트와 2톤짜리 제트보트에 대한 사진과 함께 운항코스 및 시간표, 요금안내 등을 담아 제작된 홍보리플릿이 놓여 있었다. 사업 운영에 있어 모든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거나 확정됐다는 의미였고 이를 본 어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가우도해양레저측은 "사업 허가신청서 및 진행에 있어 주민동의서는 필요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어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은 분명 올바르지 않은 길"이라며 달래기에 나섰지만 어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사업담당 부서인 강진군청 해양산림과 또한 "안전건설과에서 추진된 사업을 넘겨 받다보니 어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오히려 행정부서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논란만 불러오는 꼴이 됐다.
 
어민들은 안전성 검증과 생존권 보장을 놓고도 항의를 이어갔다. 제트보트로 인해 발생하는 물결이 조업 활동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고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보트가 운항하는 코스의 경우 해역이 좁은 만큼 그로 인한 간접여파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어민들의 주장이다.  
 
강진만 해역에 투입될 제트보트는 최대 12명까지 태울 수 있는 크기로  최고 시속은 74㎞에 이른다. 물을 빨아들여 방출하는 '워터젯트'분사방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회사측은 제트보트를 4대 정도 띄울 계획이다.  
 
이에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실례로 7~8년 전에 통발어선이 너울로 인해 침수되면서 주민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통발을 잔뜩 실은 소형어선들은 작은 너울에도 복원력을 쉽게 잃어 갑자기 전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최 측은 이날 어민들에게 배포한 자료를 통해 양식장이나 어구 등에 미치는 피해 정도는 극히 미비할 것으로 분석했다. 사전 방지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어선들의 안전성 여부 등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요트와 보트의 운항코스가 공개되면서 어민들의 생존권 보장여부도 논란의 핵심이 됐다. 운항코스가 이른바 '황금어장'을 중심으로 형성되다보니 산란어종들의 서식환경은 물론 수산자원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우도해양레저측에 따르면 요트 운항코스는 총 11㎞로 망호 승선장을 출발해 비래도와 고바우전망대, 가우도 인근 해역을 둘러볼 수 있도록 짜여졌다. 제트보트는 가우도를 크게 한 바퀴 도는 형태로 총 운항거리는 8㎞정도다.
 
이를 놓고 어민들은 "해양생태계 교란이 어민들의 소득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고 이러한 문제가 장기화되면 결국 어민들의 생존권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가우도 해양레저측은 "운항 구간은 어업피해가 없는 구역으로 설정하였고 수심 및 어업환경을 고려해 운항에 나설 계획이다"며 "사업을 되돌리기에는 상당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해양어업과 해양레저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가우도 해양레저측은 이번 사업에 40억원을 투자했다.
 
강진군도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리기에는 사실상 무리가 있는 만큼 어민들과의 합의점을 찾아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어민들은 반발 수위를 더욱 높이겠다고 맞서고 있어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