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産 작약, 남북 교류시대에 '평화'상징적 의미
강진産 작약, 남북 교류시대에 '평화'상징적 의미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8.05.04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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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만찬장 탁자위에 강진산 작약이 놓여있다.

마량서 200송이 긴급 공수... 정상회담에 쓰인 작약꽃 대부분이 강진산
강진 재배기술력도 한 몫... "북과 교류 활발해지면 거래 가능성 충분해"


"작약을 가지고 남과 북이 교류하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요"

강진에서 10년 넘게 작약을 재배하고 있는 늘푸른나무 김남우(45)대표에게 있어 작약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등장한 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마량면 상분길에 농장을 두고 있는 늘푸른나무는 현재 네덜란드의 유명 화훼품종기업인 'Green Works'사의 현지법인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 1층 접견실에 등장한 주황색 작약이 바로 네델란드 품종인 '코랄참'이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강진에서만 유일하게 재배되고 있는 품종이다.

김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25일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10년 넘게 거래를 해오던 서울 강남 꽃시장의 한 관계자였다. 회담장을 상징적으로 꾸밀 꽃이 필요한데 강진의 작약을 급히 보내줄 수 없겠냐는 다급함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김 씨 농장에 있던 200여 송이에 이르는 작약꽃이 판문점으로 향하게 된 이유였다. 

김남우(왼쪽)대표와 최영준 팀장이 작약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 때 김 대표가 보낸 작약 꽃은 두 정상의 접견실에 등장했던 '코랄참'과는 다른 연한 핑크빛을 띄는 품종이었다. 만찬장 테이블 중앙에 놓인 꽂장식에 등장한 작약꽃과 같은 것들이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함께 평양냉면을 먹으며 얘기를 나눴다.

김 대표는 "우리가 보낸 작약이 만찬장 꽃장식에 직접적으로 쓰였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판문점 평화의 집 어딘가에서 '상징적 의미'로 한 몫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있어 모든 꽃장식의 연출의 중심에는 작약이 섰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 땅을 처음 밟은 순간에도 작약이 등장했고 정상회담의 대미를 장식하는 만찬장에서도 작약은 그 화사함과 화려함을 뽐냈다. 화훼농가들 사이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작약으로 시작해 작약으로 끝났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남북정상회담에 활용한 모든 작약이 어쩌면 강진에서 재배한 것들일 수도 있다는 추론도 강진군민 입장에서는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작약 재배면적은 13ha로 이중 강진군은 9ha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최대 작약꽃 생산지다. 서울 등 수도권 화훼시장에서의 점유율은 80%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 최영준 원예팀장은 "점유율이나 재배상황으로 놓고 본다면 이번 정상회담의 연출에 있어 '강진 작약'이 차지한 비중은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접견실에 등장했던 '코랄참'품종은 강진이 유일한 재배지인데, 서울 화훼시장을 통해 입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진의 재배 기술력은 이러한 가능성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작약은 노지재배를 통해 주로 5월 중순에 꽃을 피우는데 강진은 지난 2015년도부터 따뜻한 기후적 요건에 시설하우스를 활용한 재배기술력을 더해 출하시기를 한 달 가량 앞당겼고 그만큼 시장경쟁력도 앞섰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4월27일에 맞춰 공수할 수 있는 작약이 사실상 '강진산'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작약이 자주 등장했던 이유는 왜일까.

먼저 북을 상징하는 꽃으로 표현됐다는 것이 여론의 대표적 분석이다. 북한의 국화(國貨)는 함박꽃나무로 우리나라 작약과 모란의 한 종류인데, 작약이 북한의 국화를 대변하는 상징적 의미로 활용됐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환영의 의미를 나타내는데 있어 작약만큼 좋은 꽃도 없다는 것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색깔이 아름다워 꽃 중의 꽃으로 불리는 작약은 5월이면 주로 고급호텔의 장식이나 신부 부케로 자주 쓰인다. 청와대 역시 "환영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서 꽃의 왕이라 불리는 화사한 색깔의 작약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강진 작약'이 사실상 이번 남북정상회담 성공에 한몫을 톡톡히 담당하면서 남북교류시대에 가장 쉽게 공감을 일으킬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최영준 팀장은 "'강진 작약'이 남북정상회담에서 꽃을 피웠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창출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면 강진의 작약과 수국이 북쪽에서도 얼마든지 빛을 바랄 수 있지 않겠냐"고 전했다. 

 

■작약과 모란의 차이는?

흔히 미인을 형용할 때 '앉으면 모란, 서면 작약'이라는 표현을 한다. 작약은 서서 볼 때 더 아름답고 모란은 앉아서 볼 때 그 아름다움이 묻어난다는 의미에서다.

화려하게 돋보이는 꽃을 피우는 모란과 작약은 얼핏 보면 쌍둥이다. 학술학적으로 모란과 작약은 모두 '모란과' 그리고 '모란속의 꽃'에 해당하니 동일한 종으로 보는 시각이 짙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꽃의 크기는 물론 지는 모습도 다르다. 작약보다는 모란이 더 크고 풍성하다. 또한 모란은 질 때 꽃잎이 하나둘씩 떨어지는 반면 작약은 꽃 전체가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개화 시기에 차이도 있다. 모란은 늦봄에 피며 작약은 그보다 늦은 5월 중순 이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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