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해(威海) 3박4일
[기고] 위해(威海) 3박4일
  • 강진신문
  • 승인 2018.04.20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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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_수필가·농민

2018. 4. 6. 금요일 아침 날씨가 상당히 차다. 어제까지 초여름 날씨를 보였는데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제 저녁 중국 위해의 현지 기온이 급강하 했다는 연락이 왔다. 곧 바로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우리가 체재하는 3일간의 그곳 날씨가 0도에서 5도였다. 봄옷 일색으로 캐리어를 채웠는데 곧바로 겨울옷을 몇 벌 더 바꾸어 넣었다. 몇 년 전 중국 황산에서 추워 혼이 난 일이 있었다. 인터넷을 믿고 갔다가 급변한 현지 날씨 때문이었다. 그러나 입고 갈 옷은 그대로다. 거의 여름옷에 가까운 옷이다. 빌어먹을, 추우면 얼마나 추울 것인가라는 치기였다. 또, 오늘은 거의 모든 시간을 버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보내지 않겠는가 라는 기대심리도 있었다.

아침 7시 40분. 동광주 IC 입구에 정확히 버스는 도착했다. 우리가 예상한 시각이다. 강진파머스마켓 승강장에서 6시에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었다. 그래서 함께 가는 광주의 친구와 내가 예측한 도착 시간이다. 차에 올라 가볍게 인사를 하면서 훑어보니 몇 사람만 얼굴이 익다. 상당수가 낯설다. 강진군 효도회에서 가이드 없이 실비로가는 3박4일간의 중국 산동성 위해 여행이다. 여행객 34명을 태운 버스는 인천국제공항을 향해 달렸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들판이 상당히 파랗다. 엊그제 서울을 갔었는데 그때와도 사뭇 다르다.

오후 2시 50분, 중국국적의 동방항공은 인천공항을 날아올랐다. 기내는 여느 비행기와 같이 쾌적하다. 조금 후 기체 날개 밑으로 아득히 서해 바다가 넓게 펼쳐진다. 중국. 우리의 5천년 역사에서 운명적으로 궤를 같이 해온 멀리 할 수도 또 그렇다고 너무 친근해 할 수도 없는 나라. 너무나 넓어서 확실한 인구조차 알 수 없는, 우리남한 면적의 90배가 되는 광대한 나라. 56개 소수민족이 뒤 엉켜 살면서도 세계4대 문명의 발상지로 일찍이 화려한 문화를 일군 나라. 자기들만이 이 세계의 중심이어서 중국(中國)이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동서남북의 모든 나라를 오랑캐로 치부하는, 그래서 그들은 우리나라를 동쪽의 오랑캐인 동이(東夷)로. 카자흐스탄 등 서쪽을 융적(戎賊). 베트남 등 남방민족을 남만(南蠻). 러시아 등 북쪽을 북적(北狄)으로 부른다고 하던가? 한문 표기로 오랑캐 이, 오랑캐 융, 오랑캐 만, 오랑캐 적 이다. 자기들을 제외한 동서남북의 모든 나라가 오랑캐였던 것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빠져있는데 드디어 육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광할한 중국의 가장 동쪽, 산동반도의 끝에 자리한 인구 300만 위해시의 상공이다. 곧바로 비행기는 공항 하늘을 한바퀴 선회 한 후 덜커덩 하는 소리와 함께 활주로를 달려 내려앉았다.

출국수속을 밟은 후 밖을 나가니 눈발이 흩날린다. 바람까지 강하다. 웬걸, 광주에서 입고 온 반팔의 여름옷이 하루도 안 된 나그네를 비참하게 만든다. 냅다 뛰어 버스에 올라탔다. 그 거리가 얼마 되지 않지만 꽤나 멀게 느껴진다.

53인승이던가? 버스는 컸다. 회사에서 보낸 대형 버스다. 훈훈한 버스 안에서 바깥풍경을 구경하며 한시간 여를 달리니 전자공장이 나온다. 공장은 컸다. 종업원은 거의가 중국 현지인이다. 한마디로 대단하다. 병영이 고향인 우리지역 사람이 이역만리 중국땅에 이렇게 큰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니-. 자부심을 느낀다. 이름하여 성호전자. 대표는 현 나이 66세의 박 현남 회장이다. 직접 일행을 앞장서 세세하게 설명을 하는 약간은 뚱뚱한 CEO의 모습이 믿음직스럽다.

공장을 나오니 저녁이 다 되었다. 우리나라와 한 시간 여의 시차가 나니 평소보다 조금은 늦은 시각이어서 배가 고프다. 곧 바로 시내에 있는 식당에서 한정식으로 저녁을 먹었다. 불고기도 그리고 김치도 모두 맛있다. 이곳 역시 우리나라 사람이 경영하는 식당이다. 곧바로 식당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동방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비행기도 동방에어라인, 숙소이름도 동방호텔이다. 우연함 일까? 여행 첫째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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