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읍내와 군동면 일부 지역이 지난 20일 '수돗물 안전성'논란에 휩싸였다. 일대에 공급된 수돗물에서 역한 냄새가 나고 탁한 현상이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악취와 함께 '녹물 현상'이 계속된다는 제보가 이어졌고 식당에서는 음식물의 소독약 냄새로 손님들 항의가 잇따랐다. 한 중학교에서는 조리된 급식을 전량 폐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주민들, "열흘 전부터 물 색상 이상했다"
지난 20일 오전 11시 읍내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돌리는 순간 '시커먼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시적인 현상이라 느낀 A씨는 10여분 뒤 다시 물을 틀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악취만 더해졌다. 아파트관리사무소에 문의를 했더니 "모든 세대가 같은 상황"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파트 3개동 190여 세대에 '오염된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관리사무소측은 "현재 강진읍 전역이 다 그런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파트 자체의 저수시설이 아닌 군이 취수원을 통해 공급하는 지방상수도 시설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비슷한 시각, 또 다른 아파트 주민 B씨는 장흥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생후 8개월 된 아들의 건강이 염려돼 당분간 처갓집에서 생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B씨는 상하수도사업소의 대처 안내에 크게 분노했다. 장시간 물을 흘러 보내면 괜찮아 질 것이라는 것이 사업소측이 내놓은 임시방안이었지만 역한 냄새는 도무지 해결되지 않았다. 비교적 맑아졌다고 판단됐던 물 또한 욕조에 받는 순간 금세 누렇게 변해버렸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이러한 물로 아이의 젖병을 헹구고 목욕을 씻길 수는 없지 않냐"며 "수돗물 공급시스템이 고도화돼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받고 있는 요즘 시대에 이러한 문제가 초래된 지역의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고 꼬집었다.
 
이번 수돗물 사태가 예견된 일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읍내 한 빌라에 거주하는 C모씨에 따르면 수돗물의 '탁도 현상'은 열흘 전부터 이미 있었다는 것. C씨는 "당시 사업소에서는 시료를 채취해 조사하고 있다는 말 뿐이었다"며 "설거지와 빨래, 샤워를 해도 인체에 해가 없는지에 대해서는 어떠한 안내도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밥에서 소독약 냄새"... 식당에선 항의 잇따라
일부 식당에서는 영업주들이 곤혹을 치렀다. 손님들에게 제공된 밥에서 소독약과 같은 냄새가 났고 이에 손님들의 불만과 항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일부 식당에선 반찬에서 조차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면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읍내 한 식당관계자는 "당일 오전에 지어놓은 밥인데도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기에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다"면서 "이후 손님들의 항의가 계속돼 확인해보니 '락스'같은 냄새가 심하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물의 탁한 정도는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해당 식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민원을 접수받은 강진군은 곧바로 해당 식당의 수돗물을 채수해 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식당 관계자들은 "이번 일이 강진외식업의 심각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며 "군은 명확한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적극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교, 급식 전량 폐기... 초교 2곳도 민원 발생
수돗물 논란 소식에 교육계도 발칵 뒤집어졌다. 오전 읍내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한 곳에서 상수도 공급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강진교육지원청은 즉각 상황 파악에 나섰고 관내 초·중·고 28개교에 긴급공문을 전송해 조리용수 및 음용수의 위생 상태를 파악토록 지시했다. 
 
강진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오전 11시50분부터 읍내 일부 학교에서 수돗물 관련 민원전화가 잇따랐다"며 "악취가 심하게 난다라는 것이 공통된 사항이었다"고 전했다.
 
강진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읍내 중학교 한 곳의 피해가 가장 컸다. 급식으로 위해 조리된 음식물은 심한 악취로 인해 배식이 불가능한 상태였고 학교 측은 결국 준비한 300명분을 전량 폐기했다. 학교측은 이날 단축 수업을 시행했고 이를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논란이 빚어지자 일부 학부모들은 강진군의 대응방식에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한 학부모는 "학교 급식이 전량 폐기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다면 수돗물 공급을 전면적으로 중단하고 방송 안내 등의 조치를 취해야 했을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에 강진상하수도사업소측은 "수질검사 결과 먹는 물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됐고 인체에 유해한 사항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회적 혼란과 신뢰성에 대한 우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업소측은 당일 상수관에 들어 있던 물을 모두 빼내는 방류작업을 실시했으며 취수장의 모든 시설을 점검하고 정비하여 오후 7시부터 새로운 물을 생산해 공급했다고 밝혔다. 

■군, "인체 유해성 없어"… 원인은 조사 중
강진상하수도사업소측은 발생 원인에 대해 공식적인 답변을 바로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돗물의 공급단계가 많고 복잡하게 이뤄진 만큼 원인을 즉각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발생 가능성을 놓고는 몇 가지로 추측했다.
 
먼저 환경적 영향 탓이다. 가뭄이 지속된 상태에서 최근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이로 인해 탐진강 상류층에 있던 상당 수의 부유물들이 강진 취수장으로 미세하게 유입되면서 수질의 탁도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탁도의 변화 폭이 증가하면서 침강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 약품인 응집제의 자동투입 시스템에 착오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소독약 냄새 논란에 대해서는 염소가 과다 투입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또한 자동화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켰거나 기계적 결함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상하수도사업소는 조만간 전문 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와 종합적인 점검을 실시하고 운영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상하수도사업소측은 "현재는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이 공급되고 있다"며 "아파트나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자체 저수시설에 남아있을 잔류수를 제거할 수 있도록 저수조 청소를 즉시 시행해달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군은 이달 말까지 마을상수도와 소규모 급수시설 142곳에 대해서도 일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