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국 최고의 지역문화지수 군민이라면 해낼 수 있습니다
[기고] 전국 최고의 지역문화지수 군민이라면 해낼 수 있습니다
  • 강진신문
  • 승인 2018.03.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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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갑_강진군청 지역개발과장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강진군이 2년 연속 전국 군 단위 가운데 지역문화지수가 가장 높았다. 그러나 교통문화 특히 불법주정차 문제는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강진읍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신청을 준비하면서 내로라하는 도시전문가를 초빙하는 일이 많은데 관내를 둘러 본 전문가들이 다산초당과 가우도 출렁다리 등 관광지가 많고 남도 한정식 먹거리가 유명해 남도답사 1번지 브랜드에 딱 어울린다고들 말한다.

또 하나 도시전문가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무엇보다도 시내 곳곳에 조성된 무료공용주차장을 보고 깜짝 놀란다고 한다. 살림이 넉넉지 않은 작은 군에서 이렇게 많은 공용 주차공간을 확보해 놓은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렇게 많은 무료주차장이 있음에도 거리 곳곳이 불법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강진읍 내에는 22개소에 1천300면의 공용주차장이 조성되어 있다. 타 시군과 달리 시내 유휴지를 소유자 동의를 얻어 일정기간 무상으로 사용하는 등 도내 군 단위 중 차량보유대수에 비해 공용주차장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불법주차가 많은 이유는 군민의 교통문화에 대한 인식부족이 원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 했다. 다른 사람의 실수나 불행을 교훈으로 삼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우리는 지난해 말 충북 제천시 사우나 화재참사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피해를 키운 이유가 불법주정차로 인한 것이었다는데 대해 다함께 분노했다.

국회는 오는 6월부터 소방차 화재 긴급 출동 때 ‘골든타임’을 막는 불법주차 차량을 강제로 제거할 수 있고 차량 강제이동 과정에서 훼손이 발생하더라도 보상하지 않는 내용의 소방기본법을 개정했다. 제천 화재발생 당시 불법주차 차량으로 인해 소방차가 500m 이상 돌아 화재현장에 도착이 늦어져 화를 키운데 대한 조치다.

우리의 생활주변을 한번 둘러보자. 주차가 허용된 건너편에 공간이 있음에도 버젓이 주정차금지구간에 차를 세운다. 가까운 곳에 무료공용주차장이 있음에도 한 발짝이라도 덜 걷기위해 불법주차를 한다. 그리고 행위에 대한 책임은 지려하지 않는다. 수시로 교통지도차량이 시가지를 순회하며 가두방송과 지도단속을 하지만 시끄럽다는 원성으로 되돌아온다. 남의 불편이나 안전사고에는 아랑곳 않는 것이다.

때로는 장사가 안 된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군에서는 과태료 수입목적이 아닌 만큼 교통흐름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인근 시군보다 유연하게 단속해 오고 있다. 점심시간인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주말과 공휴일 단속은 유예하고 있음에도 단속자체에 불만을 표출해 오는 경우 그저 말문이 막힌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최대한 시간을 단축하여 화재와 안전사고 현장에 도착하여 처리를 해도 늑장출동이라는 비난의 소리를 하는데 제천의 경우처럼 불법 주정차로 인해 진입조차 할 수 없어 그로인해 내 가족, 친지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입었어도 불법주정차를 옹호할 수 있을까. 원인제공자가 나였다면 희생당한 가족과 친지에게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짐은 또 얼마나 무겁겠는가.

내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주인은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면도로에 주차하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어느 골목, 무슨 상가 앞은 불법주차로 인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가면 손님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군이 조성한 공용 주차공간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만든 공간이므로 손님을 배려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가게주인이나 인근 주민들이 마치 자기 주차장처럼 종일 세워두면 손님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래도 좋다는 말인가.

강진군은 지난해 불법주정차가 심한 읍내 주요도로 4개소에 무인 CCTV를 설치하고 그동안은 홍보와 교통지도위주로 운영해왔다. 인근 상가와 주변 주민들 대상으로 협조를 당부하고 언론과 각종회의 등을 통해 충분한 홍보를 해왔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법주정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때마침 경찰청은 국가안전대진단의 일환으로 안전사각지대 점검과 함께 대대적인 불법 주정차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에서도 그동안 계도위주로 실시해 왔던 무인 CCTV단속을 3월부터 본격 가동하게 된다. 사실 인근 시군은 몇 년 전부터 무인 CCTV를 도입하여 이미 정착단계에 이르렀으나 우리 군은 늦게 도입한 측면이 있다. 앞선 차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더 속도를 내야하듯 늦은 만큼 더 솔선참여하고 협조함으로서 이번기회에 교통문화지수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난 달 경찰서 주관으로 기관단체와 상가 대표 등 30여명이 제천 참사현장과 교통질서가 잘 이행되고 있는 선진자치단체를 둘러보고 왔다. 강진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기보다는 우리 군의 주차질서가 변하지 않으면 언제라도 그와 유사한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선진자치단체시가지를 보면서는‘우리도 저렇게 잘 할 수는 없을까’라는 반성과 자책감도 가졌다.

강진군은 지난해 강진 방문의 해에 이어 ‘2018 강진만 A로의 초대’를 내걸고 관광객 500만명 시대를 향해 뛰고 있다. 또 2019년은 울산과 강진군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된다.

옛 어른들은 손님을 초청하면 맨 먼저 마당부터 쓸었다. 찾아온 손님에 대한 예의요 배려였던 것이다. 불법주정차를 하지 않는 것은 문화시민의 첫걸음이다. 남이야 어쨌든 내가 조금 불편하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내 가정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고, 우리 집을 찾아오는 손님을 위해 마당 쓰는 일이라 생각하고 협조해 주셨으면 한다.

연이어 지역문화지수가 높은 군으로 선정된 강진군민의 역량이라면 이 또한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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