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다맥(茶脈), 강진으로 이어졌다
다산의 다맥(茶脈), 강진으로 이어졌다
  • 김철 기자
  • 승인 2018.03.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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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 제다법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한 이한영 선생 고손녀 이현정 씨

국내최초 시판차 백운옥판차... 다산의 차에서 이어져


조선의 차문화를 부흥시킨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맥을 이어온 이한영 선생의 고손녀 이현정(46)씨가 최근 한국전통 제다법에 대한 융복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목포대학교 대학원 국제차문화과학협동과정에 공부했던 이 박사는 문헌고찰을 통해 전통제다법의 특성을 찾아내고 현재 일반적인 제다공정별로 분류하는 작업에 나섰다. 특히 강진, 순천, 하동, 장흥 등 전통차 계승지역을 현장조사하고 계승자들을 인터뷰 하면서 3년간 준비한 논문으로 알려졌다.

이 박사는 전통제다의 특징을 찾아내기 위해 건조, 발효, 살청, 유념 과정에 변화를 주면서 차샘플 53가지를 만들어 실험하고 평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문헌을 통한 연구나 실질적인 실험을 통한 연구논문은 있었지만 문헌을 통한 실험으로 전통제다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논문이 높게 인정받고 있다.

논문을 통해 이 박사는 우리나라 전통 제다의 주요 특징을 밝히고 있다. 먼저 살청방법으로 찌고 볶고 삶는 증청(蒸靑), 배(焙), 초청(炒靑), 자제(煮製)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고 품질의 다변화가 가능했다고 요약했다. 이어 전통가옥인 한옥의 온돌과 대청마루 등이 제다장소로 활용되어 우리나라 전통차의 독창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햇빛에 건조하는 일쇄발효, 그늘발효, 온돌발효 방법을 이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발효차를 생산했다고 전했다. 또 차에 일정한 압력을 가하는 유념의 방식은 약유념에서 강유념으로 , 온유념이 냉유념으로 변화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용의 편리성과 기호도 증진을 위해 구증구포 제다방식을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이 박사는 전대 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한 교사였다. 광주 우산중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하던 이 박사는 집안대대로 내려오는 차에 대한 관심을 잊지 못했다. 다례원을 다니면서 차공부를 이어가던 이 박사는 2012년 늦가을 목포대 대학원에 진학원서를 냈다. 그날이 다부 이한영 선생, 즉 이 박사의 고조부의 제삿날이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이 박사는 고조부의 역사찾기에 몰두했다.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이 먼저 등록해 사용하지 못했던 '백운옥판차', '금릉월산차' 등 상표권을 되찾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3년에 걸쳐 노력해왔다. 현재는 이 박사가 상표권을 가지고 백운옥판차 복원에 나서고 있다.

백운옥판차는 성전면 월하리 '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찻잎으로 만든 차'라는 의미로 우리나라 최초의 차 브랜드이다. 정약용이 강진에서 유배시절을 보낼 때 막내제자였던 이시헌은 이한영의 2대 선조였다. 이러한 인연으로 다산의 제다법이 이한영에게 전해져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전통 차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현정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산선생이 만들었던 차와 다산계 약속이 지역에서 계속됐다는 것"이라며 "다산선생의 차 명맥이 백운옥판차를 통해 계속 이어진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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