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감성유아교육의 새 지평을 열다
[특집] 감성유아교육의 새 지평을 열다
  • 김철 기자
  • 승인 2018.03.02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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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감성교육 준비하는 시문학파기념관

강사로 할머니·할아버지 이야기꾼 15명... 전국 군 단위 최초 아동 감성교육
 

구수한 목소리와 정겨운 말로 어린이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특별한 이야기꾼들이 있다. 평균나이 69세. 강진군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이루어진 감성유아스쿨 강사들이다. 올해로 문을 연지 4년째, 문화재청이 후원하고 강진 시문학파기념관이 주관하는 이야기꾼 할머니 할아버지 사업은 강진 군내 유아들에게 인문학적 정서를 알리면서 그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감성유아스쿨 감성 1번지 강진을 이끌다

'감성유아스쿨' 프로그램은 문화재청의 생생문화재 사업인 '영랑생가, 詩·愛 물들다' 프로젝트 활성화 및 '감성여행 1번지 강진'의 기반 조성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이는 '감성 도시, 강진'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지자체의 특별 프로그램으로 전국 84개 군 단위 가운데 처음으로 시행되는 유아 감성교육이다. 관내 5~7세 유아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할머니·할아버지 이야기꾼 프로그램은 강진을 대표하는 인물 및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는 강진의 민담과 설화의 내용을 전하는 수업이다. 이 수업은 감성유아교육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면서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강진군의 감성유아스쿨은 2015학년도 2학기 강진교육지원청 산하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정규 교육과정으로 채택됐다. 이에 이야기꾼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관내 병설유치원 및 어린이집 30개소를 돌며 약 1천500여명의 원아들에게 전설과 민담, 전래동화 구연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강진군의 감성유아스쿨은 관내 아이들의 교육 효과뿐 아니라 어르신 일자리 창출 및 세대 간의 소통 기회를 생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감성도시, 강진' 조성에 큰 역할을 하게 되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 고향 강진에 대해 배우는 알찬 수업내용

특히 올 한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강진 출신 시인 영랑 김윤식의 업적과 일생에 대해 배우는 이야기 수업이 추가된다. '2018 A로의 초대'를 맞아 관광문화 사업의 혁신적 발전에 앞서 강진의 동량이 될 어린이들에게 강진을 대표하는 역사와 인물을 알리는 기초지식 교육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1930년 박용철·정지용 등과 함께 시문학(詩文學)파 동인이자 순수시를 대표하는 문인인 김윤식의 삶을 통해 아이들의 감성과 함께 지역에 대한 애정까지 키워주는 수업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은 "영랑생가를 자주 방문하고 심지어 그 앞마당에서 즐겁게 뛰어 놀면서도 정작 영랑 김윤식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며 "감성유아스쿨 수업을 통해 영랑의 업적과 생애에 대해 더 많은 아이들이 제대로 알아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한 강진군에 존재하는 역사적 유물, 지역의 상징물 등에 대한 숨은 이야기를 발굴해 수업에 활용할 예정이다. 강사 개개인이 지역의 알려지지 않은 민담과 설화를 채록하고 전하는 과정을 통해 강진의 미래자원인 아이들에게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심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이야기꾼 할머니 할아버지 공채 투명성 확보

강진군은 신년 새 학기를 맞아 60∼70대 어르신으로 구성된 '감성 유아 스쿨 전문강사'를 선발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공개 모집에 신청한 15명의 예비강사들을 대상으로 수업 시연 및 심화 면접을 실시했다.

참여한 관내 60~70대 어르신들은 직접 스크랩 해온 신문자료와 손으로 받아 적어온 민담 자료들로 수업 시연을 진행했다. 영랑 김윤식의 시를 직접 외우며 시에 쓰인 남도 사투리의 아름다움을 함께 느껴보는 내용의 수업이 진행되는가 하면 '옥분이를 살린 두꺼비 무덤', '비례봉 전설'등 강진과 관련된 다양한 민담과 설화에 관한 이야기 수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다양한 톤과 제스처로 수업이 진행되는 사이 평가도 세밀하게 이뤄졌다. 수업 진행시 표정 및 언어구사, 말과 행동의 전달 수준, 소통능력과 상황대처 능력 등 분야별 세부평가가 진행됐으며 각 부분에 대한 점수 합산 결과로 강사를 선발했다.

공개 모집을 통해 선발된 강사진은 평균 연령 69세로 공직이나 교직에서 근무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15명의 예비 강사진은 분야별 유아교육 전문가에게 3일 동안 심화 학습을 받았다. 교육은 유아교육 이론과 실습이 병행된 모둠 학습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동화구연법부터 어린이 커뮤니케이션, 올바른 국어사용 및 아동 언어구사법 등을 익혔다. 이후 강진중앙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참관 수업과 이야기 시연 등 강사의 기본소양을 닦는다. 이들은 교육의 마지막 날 위촉장을 받고 강사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됐다.

이 같은 공개 채용 형식은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강사 개개인의 수업에 대한 애정과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진행되는 방식이다.

시문학파기념관 김선기 관장은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결국은 강사의 역할이 가장 크다. 강사들도 스스로 긴장하고 떨면서 시험을 보듯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야 결과물이 알차다. 공정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스스로 수업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질 때 자긍심 또한 높아진다"고 공개 채용의 이유를 밝혔다.

 

◇'이야기꾼'으로 여는 인생의 2막

이야기꾼 할머니 할아버지 수업의 강의료는 문화재청 강사지급기준 1회 7만원으로 산정돼 있다. 자긍심과 재미를 느끼고 강사료 지급을 통해 경제적 수입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참여하는 강사진들의 만족도가 높다.

수업에 대한 지역민들의 수요 또한 높다. 이야기꾼 할머니 할아버지 수업이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며 추가 수업에 대한 요청도 많다. 무엇보다 강사진들 모두 강진의 역사와 매력을 알리는 데 일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자긍심이 크다.

올해 4년째 이야기 수업의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김종심(72)씨는 "강진에 대해 알면 알수록 애향심도 커진다. 강진의 설화를 공부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어른이 되었을 때 단풍이 지는 풍경을 보며 영랑시인의 시와 나의 수업을 떠올리는 아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지역을 이끌 미래 강진의 주역들이 강진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돕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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