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몰입, 문제 해결의 열쇠
[기고] 몰입, 문제 해결의 열쇠
  • 강진신문
  • 승인 2018.02.2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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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_ 군농업기술센터 원예연구팀장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영국의 작가 새뮤얼 스마일스가 그의 대표 저서인 '자조론'에서 언급한 말로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하면 행운도 따라온다'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는 이 격언을 '몰입하면 해결된다'로 이해한다. 인생을 돌이켜보면 내게 닥쳐온 어려운 문제를 몰입함으로써 해결했던 몇번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강진에서의 공직생활 중에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원예연구팀장 발령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가지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강진읍 남성리 일대에 위치한 세계모란공원내 유리온실에 일년내내 개화한 모란을 볼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지시였다. 그때까지 채소분야 박사학위자로서 여러 가지 채소재배에 관한 경험과 공부를 통해 딸기, 토마토, 고추 등의 생산량과 품질을 높이는데 주력하여 왔으나 화훼분야는 생소하였다.

기초 조사를 통해 알아본 바로는 국내에는 모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취미생활이 가능한 정도의 정보만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의 '유시엔'이라는 작은 도시에 모란공원이 있고, 거기 가면 일년내내 개화한 모란을 볼 수 있다는 말만 들었지 찾아볼 수 있는 자료나 정보가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실제 눈으로 확인한 적도 없었다.
 
그러나 세계모란공원에 대한 군민들의 기대가 크고, 모란의 연중 개화는 국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색다른 컨셉으로서 실패해서는 안될 중요한 임무임을 알았기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고심하였다.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부족하나마 자료 조사와 함께 학술적으로 비슷한 종인 작약에 관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윤곽을 잡아나갔다.

그렇지만 모란 개화의 독특한 생리현상에 관한 세밀한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쌓여만 가고 점점 고민이 깊어갈 때인 2017년 가을, 일본으로의 벤치마킹 기회가 생겼다. 목적지는 바로 '유시엔' 모란 공원이었는데 연중 활짝 핀 모란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견학을 준비할 때까지도 '과연 한번 찾아가서 둘러보는 것만으로 궁금한 모든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유시엔' 공원내에서 모란을 구경하는 중에 우연히 관리전문가를 만나 어깨너머로 몇 가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를 하기도 했다. 당시 견학 출발전까지는 뜻하지 않는 곳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벤치마킹은 대성공이었다. 정말 하늘이 도운 것일까? 공원에 들어가기 전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했던 장어덮밥집의 주인이 바로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모란 명인이었다.
 
온통 머릿속에 모란에 대한 생각뿐이었던 터라 식당에 들어서기 전 모란과 관련된 사진과 작업장 등이 유독 눈에 띄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니 상당한 규모의 모란원을 주인이 직접 운영하고 있었고, 특히 '유시엔' 공원내 연중개화를 위해 본인이 키운 모란을 직접 공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순간 함께 했던 일행 모두 환호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주인께 견학 목적을 설명하며 자연스럽게 자리를 만들어 묻고 답하면서 궁금해 했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식사를 마친 후 '유시엔' 공원을 견학할 때는 공원 전속으로 근무하고 있는 전문 관리자까지 소개 받아 더 많은 정보를 얻은 것은 물론 향후 모란 관련 일에 대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자는 약속까지 얻었다.
 
앞으로 세계모란공원 내 일 년 내내 모란꽃을 볼 수 있는 공간이 더욱 확대되어 국내 유일무이한 관광지로 자리 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벤치마킹에서의 우연하고도 놀라운 경험은 바로 그 당시 함께 견학했던 일행 모두 문제해결에 몰입한 결과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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