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전락한 불법 주정차 단속카메라
'허수아비' 전락한 불법 주정차 단속카메라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8.02.02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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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들여 불법 주정차 단속장비 갖추고도 3개월째 운영 안 해
군, "홍보기간 더 필요하다는 여론 따른 것, 운영 계획 아직 없어"


"어차피 단속도 안 되는데 신경 쓸 필요 있나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읍 보은로 한 사거리.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는 고정식카메라 앞으로 버젓이 차량을 주차하던 한 운전자는 단속카메라가 보이지 않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메라와 함께 부착된 전광판에는 단속지역이라는 경고문과 함께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안내 글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운전자는 "촬영을 하기는 하나"라고 비웃으며 차량만 남겨 놓고 현장을 떠났다. 단속 장비가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보니 개의치 않고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단속카메라가 향한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30m구간 양쪽으로 10대 가까운 차량들이 빽빽하게 주차돼 있었다. 모두 불법 주·정차 차량들이다. 바닥면에 큼지막하게 새겨진 '주정차 금지'라는 글씨는 나란히 주차된 차량 3대에 묻혀 보이지도 않았고 차량들 너머로 보이는 '불법 주정차 집중 단속'현수막은 무색함마저 들었다.       

단속카메라를 비웃는 듯한 불법주차는 다른 설치 구역도 마찬가지. 이곳 역시 단속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 점을 아는 상당 수의 운전자들이 불법 주정차를 일삼았고 불법 주정차로 점령된 주변 도로는 차량 한 대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간만 남아 있었다.  

강진군은 읍내 교통 혼잡 지역에서의 불법 주정차를 해소하고자 작년 8월 무인단속시스템을 도입했다.

과태료 부과라는 강력한 행정조치를 단행해 정체구간의 교통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행인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일상생활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것도 도입 목적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강진버스터미널 로터리와 도서관 사거리, 남문주차장 사거리, 보은로3길사거리 4곳을 대상지로 확정했고 1억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각각의 구역에 대당 2천만원 넘는 무인단속카메라를 설치했다. 10월말까지 시범운영과 홍보기간을 거쳐 11월부터 단속을 본격화한다는 것이 당시 군이 밝힌 운영 계획이었다.

군의 발표대로라면 진즉 가동돼 있어야 할 단속 장비가 무슨 이유에선지 3개월째 '허수아비'노릇만 하고 있는 신세가 되어버린 셈이다. 

이에 강진군은 장비운영을 통한 단속에 있어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라는 해명이다.

군 교통행정 관계자는 "상인들과 일부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사전 홍보가 미흡했다는 민원과 불만이 다수 접수되고 있어 홍보기간을 늘린 것 뿐이다"고 말했다. 단속 장비를 도입하기에 앞서 주변 상인들과의 이해관계가 형성되지 않은데다 홍보 과정 또한 부족하다보니 운영에 있어 적잖은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이다. 주민 A씨는 "불법 주정차로 인해 가뜩이나 도심이 복잡한 지경인데다 갈수록 늘어나는 대형관광버스로 교통체증은 날로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며 "여전히 홍보만 주력하고 있는 행정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답답하기는 같은 입장이다. 강진경찰서 한 관계자는 "최근 화재로 인한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고질적으로 제기되는 것이 바로 불법 주정차 문제다"며 "교통질서 확립은 물론 주민들의 막대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단속시스템은 하루 빨리 가동돼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정치적 이유'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인들의 표밭을 자극하지 않고자 미온적인 행정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군 교통행정 관계자는 '터무니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다소 격양된 입장을 드러냈다.

군 관계자는 "한 쪽에서는 단속을 왜 안하느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단속을 하면 한다고 불만을 드러내는데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란 얘기냐"고 전했다. 단속시스템 운영여부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운영에 나설지 마련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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