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강진 왔을 때 내 언덕이 되어 주신 큰 언니는 가끔 동네 노인정을 피해 강진읍으로 놀러 가시곤 하셨다. 당시 70여세임에도 노인정에 가면 젊다고 점심 준비를 하시는 게 힘드셨던 이유에서였다. 도시에 살다 온 내게 그 사실은 깜짝 놀랄 일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줄어든 공백을 메우는 자연스런 현상이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70대가 젊은 축에 속한다는 놀라움은 몇 년이 지나는 사이 강진 어르신들의 강인함에 대한 일종의 부러움을 동반하게 되었다. 100세 시대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매일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던 셈이다.

인생 중반기는 가장 화려하고 완벽한 생의 황금기다. 중년은 외로움, 절망, 우울 등이 득세한다는 생각과 달리,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여는 기대와 설렘, 도전과 열정이 나타난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있음을 이 책은 거론하고 있다. 저자는 세계의 다양한 관습과 문화를 연구해 끝없이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그 속도와 방향을 읽어내는 미래 연구자이자, 정책학자로서 중년기에 대한 고정관념이 허상에 지나지 않음을 주장한다. 더 나아가 중년이 아닌 후기청년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미 꿈틀거리는 전 세계 후기청년들의 삶을 파헤쳐 스스로 낡아간다고 주저앉으려는 자칭 중년들에게 낯선 동시대인들의 색다른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어리광부리듯 갱년기를 외치는 이들에게 이 책이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4050 후기청년 / 송은주 지음

'100세 시대의 40,50대는그저
길어진 인생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확장된 청년기를 완성해 가는 것이다,
열정, 자신감, 에너지에 지혜로움과 여유까지 더해진 것이
우리시대 중년, 아니 후기청년이다.'

공자는 나이 40을 '불혹(不惑)',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불혹은 '갈팡질팡하지 않고 미혹되지 않음'을, 지천명은 '하늘의 명을 앎'을 뜻한다. 미숙하고 부족한 단계를 넘어 원숙하고 완성된 단계를 이뤄가는 나이가 바로 또 한 번의 청춘-후기청년인 것이다. 실제로 후기청년은 자기 경험을 잘 살려서 일과 삶에서의 만족도를 높여가는 단계이니, 어쩌면 공자는 그 시기의 값진 부분을 알아보고 이렇게 이름을 붙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앞으로의 사회에서 청년기의 연령은 더 늘어날 것이고, 나이가 장벽이 되는 것은 옛이야기가 될 것이다. 자기 삶에 흔들림이 줄고,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천명을 아는 시기의 사람들이니 능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미숙한 첫사랑은 아름다운 만큼 뜨겁게 아프지만, 두 번째 사랑은 되짚고 싶지 않은 상처를 에둘러, 침착하고 부드럽고 그 울림이 가야금의 농현처럼 지긋함이다. 꺾은 백수(百壽)에 다가온 삶, 두 번째 청춘을 다듬어 시작하려는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