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배려, 모두의 행복을 위한 키워드
[기고] 배려, 모두의 행복을 위한 키워드
  • 강진신문
  • 승인 2018.01.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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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ㅣ 어린이 도서연구회 회원

최근 우연히 '아이 캔 스피크'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영화의 주인공은 한 할머니이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무려 8천 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어 담당 공무원들을 들들 볶는 동네에서 제일 유명한 "쌈닭" 할매 '옥분'씨.
 
하지만 그녀에게는 사실 아픈 과거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고초를 당했던 것. 암흑의 역사 속에 온전히 피해자인 옥분 할머니지만 결국 가족의 외면을 당한 채 쌈닭 소리를 들으며 동네의 천덕꾸러기가 되어 그렇게 홀로 쓸쓸히 늙어가고 있었다.
 
영화는 옥분 할머니가 9급 공무원으로 신규 발령을 받은 '영어 능력자' 민재씨를 만나며 새로운 내용으로 전개 된다. 옥분 할머니는 죽기 전 영어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민재씨에게 무작정 선생님이 되어 줄 것을 요구한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이의 老제자는 몽당연필이 닳도록 단어를 쓰고 외우며 영어에 매진한다.
 
옥분할머니가 영어로 그리도 말하고 싶은 것은 사실 자신의 아픈 역사에 대한 증언이었다. 결국 '영어 능력자'인 민재씨와 동사무소 직원들, 마을 주민들의 도움으로 옥분 할머니는 미의회에 나가 위안부 여성으로서 일본에 대한 자신의 피해 사실을 당당히 증언하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속에는 각박한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공유하고픈 이웃 간의 따뜻한 정과 배려가 녹아 있다.
 
거친 대거리로 순식간에 싸움을 만드는 영화 속 옥분 할머니의 모습은 투박하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그 속에 숨은 배려의 마음은 누구보다 훈훈하다. 길 가에 방치된 입간판으로 수십 번 넣은 민원은 알고 보니 아이들이 지나다니다 다칠까봐 걱정스러워 신고를 한 것이었고, 동네 이웃 상인을 괴롭히는 깡패들에겐 누구보다 앞장서 할머니가 이웃 상인을 보호한다. 다소 과격해 오해를 샀던 할머니의 표현법은 그 진심이 온전히 전해지며 이웃들과의 관계를 변화 시킨다.
 
동네 사람들은 할머니의 가장 든든한 지지자가 되고, 그러한 이웃의 따뜻한 마음은 큰 힘이 되어 할머니의 인생을 변화 시킨다.
 
감정의 과잉으로 다소 멋쩍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다수 포함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에 남는 여운과 감동이 이리도 큰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웃에 대한 신뢰를 찾아보기 힘든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사건들은 나날이 흉흉해지고 폭력은 더욱 잔인해진다. 키보드와 모니터로만 이뤄진 인터넷 공간에는 무책임한 악플과 비방이 이어지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비난하기 바쁘다.
 
현실 속, 옥분할머니의 존재가 그리운 이유는 그래서 일 것이다. 척박한 일상 속, 싫은 소리 듣는 것도 참아가며 나를 걱정하고 또 보이지 않게 배려해주는 그 누군가의 존재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화 속 옥분 할머니의 살뜰한 마음이 동 주민들을 변화시키고 또 옥분 할머니의 삶 자체를 변화시켰듯,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또한 의식적으로 마음을 나눈 작은 배려를 실천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요즈음 최대의 유행어가 '내로남불'이라고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앞글자만 딴 줄임말이라는데, 서로 이해하지 않고 자기의 입장만 고수하는 현 세대를 반영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내로남불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그럼으로 더욱 살기 좋은 2018년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행복의 키워드는 다름 아닌 배려일 것이다. 따뜻한 정을 나누고 배려를 일상화 하는 삶을 통해 우리 모두가 더욱 아름다운 삶을 누리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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