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밤 관내 한 아파트. 진입로 양 옆으로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여유 공간이 3m도 채 되지 않아 소방차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진에 있는 고층아파트에서 불이 날 경우 고가사다리차 등의 소방장비를 이용한 화재진압이 12층 이상부터는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의 밀집도와 좁은 진입로 등으로 인해 장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인데, 장비의 최대 능력치마저 아파트 고층화 추세에 한계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7일 강진소방서에 따르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소방차량 가운데 고층건물의 화재진압이나 인명구조 등에 쓰이는 소방장비는 고가사다리차 단 한 대뿐이며 최고길이는 건물 15층 높이를 감당하는 수준인 46m정도다.
 
하지만 강진지역에서는 이마저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소방서관계자의 설명이다. 고가사다리차를 최대높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건물과의 이격거리와 적정 각도가 필수인데 아파트 단지의 구조나 특성상 그러한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강진소방서 관계자는 "아파트 대다수 구간이 단지와 단지사이의 확보면적이 좁은데다 화단이나 주차면적도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장비운용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높이는 11층에 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층 이상 높이에서 화재가 발생해 고가차를 투입한다하더라도 사실상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강진군에 따르면 현재 12층 이상 되는 아파트는 모두 7곳으로 단지 형태로만 놓고 보면 총 12동에 거주 규모는 930세대 정도다. 더구나 내년부터 입주예정인 읍 서성리 '뉴캐슬'아파트가 최고 14층 높이로 건립된 상태며 지난 11월부터 분양에 나선 '남양휴튼'은 두 개 단지 형태로 최고 높이는 17층에 이를 전망이다.

최근 착공을 시작한 군동면 '코아루'아파트는 3개동에 높이는 최고 19층까지 치솟는다. 강진에 고층아파트 건립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지만 고층건물 화재에 대비한 소방장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도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소방차 진입로 확보도 고질적 문제다. 관내 아파트의 차량대수가 법적 주차공간을 소화할 수 있는 면적이 훨씬 초과한데다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밀집현상까지 가중되다보니 진입로는 물론 소방도로 곳곳이 차량들로 넘쳐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서성리 한 아파트주민은 "밤 8시 이후면 아파트 진입로 양 옆으로 차량들이 길게 늘어서면서 소방차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를 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안전불감증도 큰 문제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층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소방관들이 직접 계단으로 올라가 진화하거나 자체 설비된 소방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다.
 
강진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장비마저 무용지물이 된 경우에는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를 들고 현장 가까이 뛰어가 물을 뿌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화재는 발생한지 5분 안에 초기진압을 하지 못하면 연소 확산 속도와 피해면적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는데, 결국 관내 아파트의 경우 고층에서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골든타임'을 확보하기에는 무리나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건물 자체 소방 설비나 시설에 무작정 기대기도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관내 12층 이상 된 아파트 7곳 가운데 5곳은 15년 이상 됐을 정도로 노후 된 만큼 건물의 특성상 수원공급의 한계는 얼마든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4곳은'고층건물건축법'개정 전인 2005년도 이전에 지어져 대피공간을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등의 강화된 규제마저 적용받지 않았다.
 
강진소방서는 고층건물 화재 발생 시 적절한 초기대응이나 진압방법이 어려운 만큼 올바른 화재대피요령과 자체적인 화재 진압장비 및 보호 장비 구비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강진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인력이나 장비로는 신속대응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이러한 현실을 주민들도 인지하고 안전에 대한 시민의식 개선에 적극 나서야한다"며 "화재예방 교육이나 대피훈련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진소방서는 고층아파트와 다중이용시설 등을 대상으로 자체 소화시설 및 안전설비 등을 지속적으로 지도·점검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