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뿌리와 명맥이 새로운 마을을 탄생시키다
[특집]뿌리와 명맥이 새로운 마을을 탄생시키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12.01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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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고유의 역사를 문화콘텐츠로 창출... 세시풍속도 '관광 상품'

매원마을은 150년이 넘은 옛 토담과 1950년대 쌓은 토석담, 고택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최근에 축조된 담이 서로 공존하며 고고한 매력을 전한다.

유년의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고향 마을은 사람 냄새 나는 인심과 정겨운 인정이 있는 우리네 마음의 안식처다. '2017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박람회'는 이같은 안식처를 더욱 많이 알리고 더 많은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경북도내 골짜기 골짜기마다 숨어 있는 전통과 숨결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끄집어내 꾸미는 마을 이야기는 어르신들의 구수한 입담과 함께 그들이 간직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만남이 되고 있다. 마을이 가진 고유의 역사문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마을을 방문하고 마을이야기를 체험하며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500년 전통가옥 구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고건축의 전시장'이라 불리는 경주의 양동마을은 매일 오전 6시가 되면 마을 전체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자녀 혼례일, 품앗이 행사 등 오늘의 주요 일정을 알려준다. 전통 혼례가 있는 날이면 마을 전체는 축제 분위기다. 양동마을에는 현재 110여 가구가 산다.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귀촌한 세대를 제외하곤 90%이상이 농사를 짓는다.

양동마을의 전통 의례와 놀이 등이 대대손손 원형 그대로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의 노력 덕분이다. 생산, 생활, 의식 등 모든 영역을 유지해 온 사례는 매우 드물다. 때문에 이곳에서는 주민들의 느긋한 걸음걸이하며 언행 등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느끼며 그들만의 여유로움을 얻고자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상당수다.

연대가 오래되면서도 규모가 잘 갖춰진 고택들은 오늘날 색다른 관광상품이다.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살리고자 아예 마을 전체를 스토리가 있는 특색마을로 조성한 곳도 있다. 경북 남천면 송백리에 자리한 '발해마을'이 그곳. 대조영의 후손 80여명이 집성촌을 형성하고 있는 전국 유일의 마을로, 주민들은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논리를 반박하고 그 뿌리와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 '작은 해동성국'만들기에 나섰다. 발해는 698년부터 926년까지 한반도 북부와 만주지역에 존속하며 통일신라와 함께 한반도 남북국시대를 이끌었던 고대국가다.

마을의 입구에는 태극기와 발해를 상징하는 깃발이 펄럭인다. 해동성국의 전통 갑옷을 입은 늠름한 장군들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나 조형물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마을의 역사는 사당인 상현사에도 남아 있는데 이곳에는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영정이 봉인돼 있다. 영정은 발해마을과 서울대 박물관 단 두 곳에만 보관돼 있다.

발해마을 주민들은 농촌진흥청 공모사업인 농촌건강장수마을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건강관리와 사회활동, 환경정비, 소득 활동 등 4가지 테마로 주민 복지를 돕고 체험형 휴양마을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이 때 마을 입구에 대조영 실루엣 조형물을 설치하고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는 등 스토리를 입혔다.

발해왕조제례보존회는 더 나아가 발해문화마을종합개발 사업을 추진해 발해 문화를 알리고 관광명소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6월부터는 해설사 7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발해마을해설사도 양성하고 있다. 앞으로 대조영 왕릉을 복원하고 역사기념관, 역사 공원도 건립할 계획이다.

마을의 뿌리와 명백을 이어가고자 마을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데 힘쓰고 있기는 비단 발해마을 뿐만은 아니다.

영남의 3대 양반촌으로 꼽혔던 칠곡군 왜관읍 매원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9년도부터 '매원전통마을보존회'를 구성해 마을의 옛 모습을 복원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칠곡군 매원마을은 현재 한옥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1950년 8월 '낙동강 방어선'의 요충지였던 칠곡군은 다부동전투 등 한국전쟁사에서 치열한 격전이 벌어진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밤낮없이 전투가 계속되던 상황에서 인민군들은 낙동강에서 한국군의 저항에 발이 묶이게 되는데 당시 북한군이 주둔지로 택한 곳이 매원마을이었다.

북한군은 마을에 사령부를 설치하고 광주이씨 문중의 주택인 지경당을 야전병원으로 운영하면서 매원마을은 전쟁의 한복판으로 빨려 들게 된다. 격조 높은 전통적 미를 자랑하던 마을은 포탄 속에 그렇게 속절없이 폐허가 됐고 고택 300 여채가 피해를 입었다.

마을 곳곳은 현재도 한옥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150년 넘은 옛 토담과 1950년대 쌓은 토석담, 고택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최근에 축조된 담이 공존하며 고고한 매력을 더한다. 매원마을은 해마다 7월이면 마을을 수놓은 연꽃이 고택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주민들 스스로가 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마을 앞 논에 심은 연은 오늘날 매원마을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 연밥과 연차 등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들어섰다.

현재 칠곡군은 마을의 옛 모습 복원을 위해 한옥집단마을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지속적인 지원으로 고택 문화재 지정과 한옥체험 운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선비의 기개 여전히 살아있는 땅"

한국문인협회 칠곡군지부 이동진 회장

이동진 회장은 "한국전쟁 때 폭격만 당하지 않았어도 안동의 하회마을이나 경주의 양동마을처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을 텐데 안타깝다"며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딛고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듯이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매원마을도 조만간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매원마을의 고택 중에서 건립 연대가 가장 오래되고 규모도 잘 갖춰진 주거 건물로는 해은고택(海隱古宅)이 있다. 1788년(정조12)건립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사랑채는 1816년(순조16)에 건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회장은 "관광객들이 마을을 찾으면 먼저 이곳을 둘러보며 마을의 역사와 전통을 듣게 된다"고 설명했다.

매원마을에서는 세시풍속도 즐길 수 있다. 세시의례와 세시음식, 세시놀이로 구성해 마을주민과 체험관광객이 한데 어울려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은 매원마을만의 특화된 자랑거리다. 일부 주민들은 한옥 민박체험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게끔 한옥 복원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비록 전쟁통에 고택 대부분은 소실됐지만 선비의 기개는 여전히 살아있는 땅이다"며 "마을 전체를 민속마을로 지정받기 위해 주민 모두가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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