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만에 텅 빈 신마항... 왜?
한 달 만에 텅 빈 신마항... 왜?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11.07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흥어민들 시설피해 주장하며 사실상 항로 방해... 6일째 입항 못해

화물선 완도항으로 뱃머리 돌려... 강진군, "행정 잣대 엄격히 따질 것"

마량 신마항이 화물선 취항 20일만에 멈춰섰다. 부두는 정적만 감돌았고 야적장은 화물차량 한 대 없이 휑한 모습이다. 대형 화물선이 들어섰던 접안 시설은 며칠째 비어 있다.
지난 1일 오전 11시 마량 신마항. 평소대로라면 물품을 실은 컨테이너를 화물선으로 옮기는 선적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어야 하지만 부두는 정적만 감돌았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4천톤급 대형 화물선이 들어섰던 접안시설은 빈 공간으로 남겨져 있었고 꽉꽉 들어찼던 야적장은 화물차 한 대 없이 휑한 모습을 보였다. 창고에 멈춰선 지게차들은 실어 나를 짐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신마항 화물 부두가 사실상 텅 비어버린 것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끊임없이 짐을 나르던 항운노조원들의 모습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정해진 시간과 물량을 맞추기 위해 오전 7시만 되도 활기를 띄던 작업장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곳에서는 최근까지 감귤 4㎏상자 1천개를 실을 수 있는 크기의 컨테이너가 100개 넘게 쌓일 정도로 화물이 밀려들었다.
 
일감이 사라진 노조원들은 간이휴게소에서 대기하며 하염없이 부두만 바라봤다. 화물선이 들어오지 않다보니 하역할 물품도 없고 선적할 물량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감이 없으면 단 돈 10원도 가져갈 수 없는 것이 이곳의 현실이다.
 
강진항운노동조합 한 직원은 "지금의 심정은 말도 못할 지경이다"며 "그저 하루 빨리 화물선이 다시 들어오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토로했다. 신마항에는 강진항운노동조합원 25명이 선적과 하역작업 등을 처리하고 있다.  
 
지난달 8일 신마항에서 첫 취항에 나섰던 화물선'제마에이스'호는 벌써 6일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뱃머리를 완도항으로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인 강진항운노동조합장은 "신마항의 항로가 현재 모두 막혀서 그런 것"이라고 푸념했다. 이 조합장은 "이러다 신마항의 불이 영원히 꺼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걱정어린 심정도 내비쳤다.  
 
강진 신마항의 화물선 항로는 장흥과 완도 해역을 지나 제주 서귀포항으로 노선을 그리고 있다. 들어올 때도 마찬가지다. 완도 해역인 초완도를 지나 장흥 대덕읍 옹암리 인근 해역으로 들어와 신마항에 접안한다. 화물선은 이 항로를 통해 첫 취항날인 지난달 8일부터 매일 한 차례씩 왕복 운항해왔다.
 
그런데 지난달 17일 화물선 운항으로 장흥 옹암리 해역의 양식시설 일부가 훼손되는 일이 빚어지자 해당 지역 어민들이 크게 반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취항 9일만의 일이다. 해역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선장이 면허지구의 한 양식시설까지 화물선을 끌고 들어간 것이 '반발의 불씨'가 됐다. 선장의 명백한 실수였다. 선사측은 피해 보상에 즉각 나섰다.
 
옹암리 인근 해역은 수 백개의 양식시설이 짧게는 200m, 길게는 500m 정도의 간격을 두고 펼쳐져있다. 어장과 어장사이로 화물선이 지나가야하는 구조다. 길이만도 100m가까운 대형선박이 'ㄱ'자형으로 두 번을 꺾어가야 할 정도로 난코스다. 순간의 실수가 곧 어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민들은 지난달 25일 또 다시 피해 소식을 알렸다. 이번에는 미역 종묘시설 20ha와 32ha에 이르는 매생이 양식장 시설물이 파손됐다며 이를 완도해경과 장흥군에 신고했다. 어민들은 화물선이 좁은 해역을 그대로 밀며 운항한데 따른 피해라고 주장했다. 피해 추정액만 1억7천만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진항운노동조합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민들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난 구역까지 어구시설을 확대 설치하면서 이를 피해 운항을 해야했고 어장 훼손은 그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대변했다. 즉, 이번에는 운항의 실수가 아닌 고의적인 항로방해로 인한 불가피한 피해발생이었다는 얘기다.
 
강진군도 이에 대한 해명을 적극 뒷받침하고 나섰다. 어민들은 양식시설을 형성해나가는 한 과정이었다고 주장할 수 있으나 선사 측 입장에서는 항로를 방해하기 위한 고의적인 꼼수로 비춰지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어민들이 실제 면허지보다 어장시설을 넓게 형성하고 있는 것은 여느 지자체에서나 통용되는 관행이라지만 그 범위를 불법적으로 확대해 항로 자체까지 막아서고 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며 "이에 대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선사측은 현재 신마항 항로가 막히면서 선적항을 완도로 옮겨 화물선을 운항 중이다. 
 
전라남도는 지난 2일 강진군과 장흥군, 완도군 3개 군청 해양담당 실·과장을 한 자리에 불러 중재에 나섰다. 강진군은 이 자리에서 신마항의 화물선 운항이 하루 빨리 재게 될 수 있도록 면허지 외 구역의 어장시설에 대한 행정적 잣대를 엄격히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군 관계자는 "우선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해역에 대해 정확한 좌표를 찍고 부표를 띄우기로 의견을 모았고 벗어난 시설물에 대해서는 장흥군이 철거명령 등 행정적 조치에 나서기로  결론지었다"며 "신마항 화물선 운항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