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잘.알 친구들의 특별한 1박 2일
[기고] 강.잘.알 친구들의 특별한 1박 2일
  • 강진신문
  • 승인 2017.08.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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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희_주부·강진읍 향교로

까톡 까톡 휴대폰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예순이 넘은 환갑쟁이 친구들의 단체 카톡방 알림소리이다. 안 그래도 말 많은 단톡방이 더욱 소란스러워진 이유는 다름 아닌 강진청자축제 개최 소식 때문이다. 낳고 자란 고향에서 지역의 대표축제가 개막한다는 소식에 겸사겸사 모여 얼굴이나 보자는 일명 '번개' 요청이 쇄도하기 시작한다. 모이자는 한 마디에 서울, 부산, 광주까지 전국이 들썩들썩하다.

애향심으로 똘똘 뭉친 강진북초등학교 4회 졸업생들 24명이 함께하는 1박 2일의 특별한 강진 여행은 그렇게 갑작스레 시작되었다. 시작은 갑작스러울지 몰라도 추진력 넘치는 성격들답게 계획은 알아서 척척이다. 강진을 잘 아는, 일명 베테랑 강.잘.알 녀석들이 추천하는 1박 2일 알짜 강진 투어 코스가 줄줄 쏟아져 나온다.

청자축제의 마지막 날인 8월 4일 드디어 24명의 북교 졸업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청자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청자를 만날 수 있었다. 쪽빛도 아닌 것이 옥빛도 아닌, 오묘한 하늘빛을 그대로 담은 청자의 자태가 고고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대를 이어 내려온 도공의 손 안에서 학이 날아오르고 구름이 피어오르는 신비한 예술품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 그야말로 경이롭다. 강진 특산품인 여주 넝쿨로 이루어진 초입부터 일명 숨 쉬는 항아리로 불리는 무형문화재 정윤석옹의 옹기까지 구경하니 강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특히 서울에서 온 정권이는 강진의 지역에 얽혀있는 재미난 이야기들을 어떻게나 소상하게 알고 있는지 여행 내내 감칠맛 나는 해설을 들려주며 여행의 즐거움을 배로 만들어줬다. 강진을 한 번도 떠나지 않은 나보다도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어 무지한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청자축제장을 돌아본 뒤 저녁으로 예향이라는 한정식 집에서 남도 한정식 한 상 차림을 맛보았다. 정갈하고 감칠맛 나는 정성스런 밥상을 받고 보니 제대로 대접을 받는 느낌이 들어 기분까지 좋아지는 한 끼였다. 간만에 반찬 걱정 없이 편하게 먹는다며 재잘거리는 친구들의 모습이 환갑을 넘긴 나이가 무색하게 귀엽기만 하다. 수 십 년 타지생활을 하며 오랜만에 찾은 고향, 그래도 부모님 살아계셨을 때는 일 년에 몇 차례씩은 다녀갔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남은 이 없어 마음속으로만 그리워하다 친구들과 함께 찾게 되니 그 애틋함이 싹 풀린다며 참으로 좋아들 한다.

늦은 밤, 펜션에 도착 한 뒤, 찰랑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추억을 하나씩 풀어 놓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교실이 없어 마을회관에서 공부했던 일, 학교를 짓기 위해 고사리 손으로 세숫대야에 돌을 담아 나르고 책보자기에 모래를 싸서 나르던 일 등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추억의 책장들을 하나씩 넘기다 보니 밤이 짧기만 하다.

누구네 집에 숟가락 몇 개 있는 것 까지 잘 알던 사이, 무슨 말을 해도 흉이 되지 않는 간만의 즐거운 수다에 긴 밤이 훌쩍 지나간다.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공자님의 말씀처럼 주름이 자글거리고 흰머리 소복해도 유년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눈 벗은 영원한 벗인 것. 이제는 인생의 해질녘이지만 나의 북초등학교 친구들만큼은 내내 그 시절 그 모습처럼 밝고 건강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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