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잊혀진 역사,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만들다
[특집] 잊혀진 역사,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만들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7.21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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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골목길에 스토리 입혀 신개념 관광지 탈바꿈
관광불모지에서 관광객 140만명... 공간 재발견이 재생 이끌어


▶ 글 싣는 순서
1. 골목골목 묻어나는 '근대로의 여행'
2. 대구 골목길, '역사와 문화'를 살려내다
3. 관광객 140만시대...'골목, 별이 되다'
4. 강진, 옛 명성 다시 살리자


대구 중구는 재개발과 재건축이 아닌 재생에 초점을 맞추면서 건물의 외형과 특성 등 역사적 가치는 보존하고 현대에 활용 가능한 공간을 재조성했다.
1990년대 이후 도심의 공동화와 노후화 등으로 고심하던 대구 중구는 이제 전국이 주목하는 문화 관광명소가 됐다. 누구 하나 관심조차 없던 누추한 골목길은 1천개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며 '관광산업의 별'이 됐고 관광객이라고는 집계기록 조차 없던 무명(無名)의 도심은 오늘날 전국적인 명성(名聲)을 얻었다.

대구 중구는 도심재생 사업을 계획하면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골목길에 주목했다. 쇠락한 골목길을 근대문화유산과 독특한 이야기로 포장했다. 1919년 '대한독립만세'를 목 놓아 외치던 대구 시민의 한이 배여 있던 곳을 '3·1만세운동길'로 재탄생시켰고 도시개발에 뒤쳐지며 상권이 몰락한 방천시장은 가수 김광석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음악길로 변신했다. 골목자원을 활용해 역사적 장소와 인물을 끌어내는 것은 물론 골목길에 디자인과 이야기를 더해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김명주 중구 관광개발과장은 "대구 골목길 투어는 지역 근대문화유산을 정비해 모두 5개의 관광코스로 이뤄져있다"며 "각 주제별로 골목을 배치해 모두 천개의 골목에서 천 가지의 색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골목투어 코스는 5곳으로, 총 14.61㎞에 이른다.

최근에는 골목투어 코스와 도심 명소를 연결하기 위해 근대에 운행됐던 '트롤리'버스형태의 청라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여기에 관광인프라구축을 위해 지난 2014년도 에코한방웰빙체험관을 조성했고 이어 향촌문화관을 개관했다.

이러한 관광정책은 골목 속으로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지난 2008년 287명에 불과했던 골목길 투어관광객은 지난 2015년도 100만 명을 돌파했고 작년에는 140만 명을 넘어섰다. 대구 관광역사상 최다 인원 수 기록이다.

그동안 대구 중구는 1990년대 이후 부도심의 개발로 도심공동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도심은 상대적으로 정체됐다. 변화는 가혹했고 쇠퇴는 빨랐다. 인구가 줄고 재정자립도는 하강곡선을 그리며 도심은 더욱 공동화되어갔다. 근대역사 문화유산은 별다른 계획 없이 방치됐다. 말 그대로 죽어가는 도심이 됐다.

도심에 숨결을 불어 넣는 작업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6년도부터였다. 대구 중구청이 내민 카드는 재개발과 재건축이 아닌 바로 '재생'사업. 건물의 외형과 특성 등 역사적 가치는 보전하면서 현대에 활용 가능한 공간을 조성해보자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도심 곳곳에 뻗어있는 골목에 주목했다.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제 강점기 때부터 형성돼 온 골목길을 관광 상품화하기로 한 것이다.

자원들은 충분했다. 350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약전골목을 비롯해 대구 근대의 흔적이 남은 진골목과 수백 개의 골목들 그리고 100년 전 철거된 대구읍성의 흔적 등 대구 원도심이 품은 역사와 문화 자산들은 무궁무진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도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하자 관광의 불모지로 불렸던 대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업 첫해에 287명이던 관광객 수는 이듬해 30만 3263명까지 증가했다.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됐고 같은해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 99곳'에 선정됐다. 지난 2014년도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10곳 걷기 좋은길'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전국적인 관광지로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도시재생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의 정비가 아닌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쇠퇴한 구도심을 경쟁력 있는 도시의 중심으로 탈바꿈시키는 마중물 사업이다"며 "과거로부터 축적된 도시의 사회·경제적 여건을 현대적 수요에 맞게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밝혔다.

대구 중구의 도심 재생사업은 현재 진행형이다. 역사적 경관 보전과 복원은 물론 근대건축물 리모델링, 도로·공원 등 도시기반 정비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옛 도심의 추억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공간의 재발견에서 도시재생의 답을 찾은 대구 중구. 이제 골목길을 빼놓고는 대구 관광을 이야기 할 수 없게 됐다. <계속>


 

"재생사업, 주민 주도형태야만 지속성 가능"

윤순영 대구시 중구청장

골목투어는 윤순영 중구청장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윤 중구청장은 전국 최초의 3선 여성 구청장이다.

윤 구청장은 오늘날 대구 중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로 통한다고 강조했다. 역사 속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1920년도 당시 지적도와 오늘날의 지적도를 겹쳐보면 60~70%가 맞아 들어갈 정도다. 공간의 재발견'에서 도시재생의 답을 찾은 우수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중 하나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문화가 밥 먹여 주냐는 비아냥도 있었다.

윤 청장은 "김광석 길도 2012년까지만 해도 프로젝트의 성과가 없어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며 "문화 예술로 도심을 재생하는 것은 원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공무원과 주민들이 인내해 준 결과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윤 청장은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행정기관 뿐 아니라 주민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 청장은 "동네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이들은 지역 주민이다"며 "따라서 도시재생 사업은 주민이 주도하는 형태로 이뤄질 때 지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윤 청장은 "지역민들의 작은 아이디어 하나하나를 면밀히 검토해 대구 도심을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며 "골목골목에 모두 스토리를 입혀 중구 전체를 하나의 근대문화벨트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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