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고, 갈라지고' 최악의 가뭄
'마르고, 갈라지고' 최악의 가뭄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6.02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수답 '모내기 비상'… 신전면 '염해 확산' 우려

군, 비상체제 전환...예비비 투입 등 '총력 대응'

가뭄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비옥하기로 이름났던 땅은 거북 등처럼 갈라지기 시작했고 밭작물은 가뭄을 이기지 못해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비는 몇 주째 감감무소식이다. 저수량은 60%대로 떨어졌고 마을의 젖줄인 하천은 대부분 말라버렸다. 당분간 이렇다 할 비 소식도 보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땅이 마르는 가뭄'을 넘어 '물까지 마르는 최악의 가뭄'이다.
 
■"하염없이 하늘만..."농심(農心)숯덩이
읍 신천마을 윤중호(71)이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만 내쉰다. 이러한지도 벌써 두 달째다.
 
1천200평 되는 윤 이장의 논은 모내기철을 앞두고도 물 대신 곳곳에 잡풀만 무성했다. 여태까지 산에서 흘러나온 개천 물로 모내기를 해왔는데 금년에는 가뭄으로 개천이 모두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근방 1만5천평 되는 천수답(天水畓)도 사정은 마찬가지. 물기를 머금은 논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일부 논에는 바람이 불자 흙먼지가 날렸다.
 
윤 이장은 "예전 가뭄 때는 인근 임천저수지의 물을 양수기로 끌어오기라도 했지만 지난 2009년 강진~도암 간 4차선 도로가 개통되면서 이제는 이마저도 불가능하게 됐다"며 "현재로서는 큰 비가 내리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고 토로했다.
 
윤 이장은 모심기를 끝낸 마을의 다른 논들도 보름 전부터 일대 하천의 물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어린 모의 생육피해가 크게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바다를 메워 농지를 만든 간척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가뭄으로 주변 저수지의 염분 농도가 이앙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인 것. 한 농가는 "6월 중에도 큰 비가 내리지 않으면 현재 심은 모를 모두 거둬내야 할 판이다"고 전했다. 군은 현재 신전면 사내호 경지 140여㏊가운데 77㏊정도가 염해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극심한 가뭄에 밭작물 파종을 앞두고 있는 농민들도 속이 타들어가기는 매한가지다. 특히 최대 콩 재배단지를 구성하고 있는 군동면 신기마을은 가뭄이 지속될 경우 메주와 된장 등의 생산에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돌고 있다. 
 
신기마을의 콩 재배면적은 1만평 규모로 주민들은 매년 15톤 가량의 콩을 수확하고 있다.
 
강진전통된장영농조합법인 백정자 이사는 "콩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제 때 물을 공급하는 것인데 지금처럼 비가 오지 않으면 파종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그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 상황대로라면 메주나 된장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강수량 전년 20%수준... 저수율도 '비상'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강진지역에 내린 비의 양은 17.1㎜가 전부다. 작년 이 맘 때 강수량이 155㎜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고작 1/10수준이다. 4월 총 강수량은51.4㎜로 전년도 20%수준에 그쳤다. 지난 2009년도 기상청의 강진지역 지상관측 이래 최저 수치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관내 27개 주요 저수지의 저수율은 60%까지 하락했다. 평년과 비교하면 20%가량 낮은 수치다. 이 중 11곳은 저수량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군동 화산저수지는 36.4%로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였고 도암 용흥은 40%대를 간신히 지키고 있다.
 
군 관계자는 "관내 저수율이 30%이하로 떨어질 경우 제한급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군, 가뭄대책 비상체제...'총력 대응'
군은 지난달 22일부터 가뭄대책 상황실을 가동한 상태다. 군수 주재로 매일 아침 실·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가뭄 현장상황 점검과 실질적인 대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진원 군수는 비상대책회의에 앞서 읍면별로 농업인들과 직접 통화를 통해 애로상황을 듣고 회의 후에는 현장을 직접 찾아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등 농심을 달래고 있다.
 
군은 현재의 가뭄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농작물들의 피해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뭄대책상황실을 비상대책 근무체제로 전환하고 해갈에 필요한 급수를 적극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저수율이 낮은 저수지에 대해 제한급수 등 영농급수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천수답 등 모내기가 어려운 지역은 양수장비 및 관정 개발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또한 어린모 고사 및 이앙실패 사례에 대응하기 위해 벼 공동육묘장 육묘실태를 긴급히 파악하는 등 돌발상황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마늘과 양파 등 밭작물에 대해서는 농촌 일손돕기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강진원 군수는 "전 공직자가 가뭄에 대응하고 있으며 현재 긴급 예비비를 투입하고 급수장비를 지원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이럴 때 일수록 모두가 힘을 모아 대응책을 찾아 대처한다면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