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녀 교육 다산에게 배우자
[기고] 자녀 교육 다산에게 배우자
  • 강진신문
  • 승인 2017.06.02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제권_시인·도암출신>

요즘 청소년 들을 대할 때면 황당한 경우가 더러 있다. 마땅히 지켜야할 공중도덕이나 윗사람에 대한 존경심은 생각하지 않은 채 무례한 행동을 하고도 반성을 한다거나 부끄러워 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가정교육이 중요한 것 같다.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맨 처음 보고 듣고 배우는 장소가 가정이기 때문이다. 암탉의 품에서 병아리들과 섞여 부화된 새끼 오리가 닭이 어미인줄알고 졸졸 따라 다닌다. 어느 학자는 이를'각인 효과'라고 이름 지었는데, 갓 태어났을 때 부모의 훈육 방식에 따라 성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자녀교육은 엄격함과 자애로움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지나치게 엄격하게 키우면 아이가 주눅이 들어 자신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너무 자상하게 키우면 버릇이 없는 아이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엄격함과 어머니의 자상함이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특히 윗사람을 만났을 때 공손히 인사하는 예절이나 공중도덕 같은 것은 엄격한 아버지가 맡은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가 응석을 부리면 어머니는 받아 주더라도 아버지는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절도 있게 가르쳐야 한다. 옛날 버릇없는 아이를 보면 어른들이 "뉘 집 자식이냐?" 고 물으면서 혀를 차곤 했다. 그래서 아버지들은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녀에게 늘 조신하게 행동 할 것을 당부하고 경계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례를 들고 싶다. 천주교 박해로 인해 열여덟 해를 귀양살이를 한 선생은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자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제 너희들은 망한 집안의 자손이다.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 한 가지밖에 없다.

폐족이 되어 글도 못하고 예절도 갖추지 못한다면 어찌 되겠느냐, 보통 집안사람들보다 백배 열심히 노력해야만 겨우 사람 축에 낄 수 있지 않겠느냐?" 역적으로 몰려 집안이 풍비박산이 된 마당에서도 다산은 전혀 낙심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것과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때 재해를 당했다 하여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 가슴속에는 항상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 오를 기상을 품고서 천지를 조그맣게 보고 우주를 가볍게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옳다"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 글자를 물려주겠다. 한 글자는 근(勤)이고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 글자는 기름진 밭이나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평생 써도 닳지 않을 것이다."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라는 주문이다. 그는 자식들에게 물질적인 재산보다 정신적인 재산을 물려주고자 한 것이다.

선생은 또 "너희들 편지에 군데군데 의심이 가고 잘 모르는 것이 있어도 질문할 데가 없어서 한스럽다고 했는데, 그처럼 의심이 나면 왜 조목조목 적어서 인편에 부치지 않느냐?" 고 학습태도에 대해서 질책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밖에도 "너희 형제는 새벽이나 늦은 밤에 방이 차가운지 따뜻한지 항상 살피고, 요 밑에 손을 넣어보고 항상 따뜻하게 불을 때드리되 이런 일은 종들에게 시키지 않도록 해라." 하며 어머니의 봉양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한다.

다산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에는 자식을 바르게 키우려는 아버지의 사랑과 정성이 오롯이 배어 있다. 이렇게 아버지로부터 각별한 훈도를 받은 자녀가 어찌 잘못 될 수 있겠는가, 선생은 위대한 학자이기 이전에 훌륭한 아버지였음을 알 수 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 집과 수만리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교육을 최초로 펼쳤던 다산! 그의 자녀사랑 모습은 지금의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