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까치가 사람 잡네"
"오메~ 까치가 사람 잡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5.26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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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기념비 인근 주민 피해 잇따라... 산란기 공격성 짙어져

일각에선 "개체 수 원천적 감소해야"… 구제활동 강화 필요성 제기

강진읍에 거주하는 A(여·56)씨는 서성리 3·1운동 기념비 근처를 지날 때면 멀쩡히 놓인 인도 대신 차도로 발길을 내딛는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오가는 차량보다 기념비 주변으로 높게 솟은 나무들로 향하기 일쑤다. 하루에도 2~3차례씩 이곳을 지나고 있지만 길을 통과하는 방식이나 눈길은 매번 똑같다. 이러기를 무려 한 달 째다.
 
A씨가 '위험한 행보'를 나선 데는 다름 아닌 '까치들의 공격' 때문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기념비 근방을 지날 때면 까치들이 A씨의 머리를 쪼아대거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 A씨는 "수십 년 동안 이 길을 다녀봤지만 까치한테 공격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시간대는 물론 옷의 색상이나 모자착용 여부에 관계없이 원인모를 공격이 계속되다 보니 그저 길을 피해 다니는 것이 상책이다"고 토로했다.
 
까치들의 갑작스런 공격에 당혹스럽기는 인근 주민 B(여·77)씨도 마찬가지. B씨는 "집이 그 근방이다 보니 항상 그곳을 지나고 있는데 몇 달 전부터 까치들이 공격을 해대기 시작했다"며 "허리통증으로 걸음걸이마저 느리다보니 까치가 공격을 해댈 때면 그 공포와 불안감이 극에 달할 정도다"고 말했다. B씨는 많게는 하루 3~4차례까지 공격받은 날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조용하고 평화롭기만 하던 이곳이 '공포 구간'으로 변한지는 지난 4월부터다. 올 초 까치들이 기념비 주변의 높다란 나무들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모여드는 모습이 목격되더니 지난달부터서 기념비 근방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공격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야생생물관리협회는 예민한 산란시기에 따른 보호본능을 까치 공격성의 주된 이유로 들었다.
 
야생생물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 노치경 이사는 "까치는 주로 3월부터 5월 사이에 산란기를 갖기 때문에 이 기간에 수컷은 공격적이고 영역을 지키려는 성향이 강해진다"며 "움직이는 물체를 보면 새끼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에게까지 공격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까치는 주로 높은 곳에 둥지를 트는 습성이 있는데 기념비 주변은 20m넘는 높다란 나무가 적잖이 있고 우거진 숲 형태를 이루고 있다 보니 까치들이 자연스레 모여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현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먹이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는 까치가 서식지를 갈수록 넓히고 있는 만큼 번식력이 강한 까치의 개체 수를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야생생물관리협회의 한 관계자는 "까치의 개체 수 증가로 서식지 범위가 넓어지게 되면 가축의 먹이나 작물의 피해는 물론 사람들의 피해사례도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한전에서의 구제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까치 구제활동 대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군은 까치 구제작업 강화라는 것이 결국 총기사용량 확대로 이어지는 것인 만큼 주민들의 안전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작물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의 활동시기를 앞당기고 있고, 피해발생 여부에 따라 상시운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운영만으로도 개체 수 감소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3.1기념비 근방의 경우 인구 밀집지역이다보니 사실상 총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서 "주민들의 피해가 계속될 경우 다른 방식의 구제활동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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