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직원·경찰관 공조로 '보이스피싱 막았다'
농협직원·경찰관 공조로 '보이스피싱 막았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7.03.3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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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 평생 모은 '노동 품삯 2천만원' 지켜내

농협 여직원들이 기지를 발휘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피해를 막아 화제다. 고액의 현금을 한꺼번에 인출하겠다는 고객의 요구를 수상하게 여겨 재차 확인한 덕분이었는데 경찰의 신속한 대처도 추가 피해를 막는데 한몫했다.

지난 23일 오전 11시26분께 강진읍농협. 주민 A(여·87)씨가 창구를 찾아 정기적금을 해약하고 현금으로 인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2천500만원에 이르는 거액이었다.

직원 B씨는 곧바로 인출사유를 물었다. 만기일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데다 고령의 노인 혼자 거액의 현금을 들고 가겠다는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A씨의 불안한 표정과 행동도 유독 눈에 띄었다. 직원 B씨는 결국 전화기의 112버튼을 눌렀다.

경찰관의 등장에도 A씨의 불안함은 계속됐다. 이런저런 질문에는 횡설수설했다. 읍지구대 소속 임형봉 경위와 이웅희 순경은 A씨의 심리적 안정을 도우며 조심스레 집으로 동행했다.

A씨의 전화벨이 울린 것은 그로부터 몇 분 뒤였다. '나주 검찰청'이라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남성의 목소리가 임 경위의 귓등을 스쳤다. 전화금융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임 경위는 조심스레 수화기를 건네받았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범인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검찰청을 사칭한 범인으로부터 통장이 노출됐으니 돈을 옮겨 놓으라는 지시를 받고 돈을 인출 하려고 했던 것. A씨의 또 다른 금융거래기관의 통장에는 8천만원 넘는 돈이 들어있던 상태였다.

임형봉 경위는 "통장의 금액들은 A씨가 폐지를 주워 팔거나 노동 품삯을 받아가며 평생을 모아둔 돈이었다"면서 "금융기관과 경찰의 공조로 주민의 소중한 재산을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전했다.

한편 유윤상 강진경찰서장은 금융기관 직원들의 세심한 주의와 관심이 전화금융사기 예방에 큰 힘이 됐다면서 강진농협 여직원 2명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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