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최소한 개발로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이끌어야"
[특집] "최소한 개발로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이끌어야"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12.3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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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강진 생태관광을 찾아서

산토리니(티라)섬 남서쪽에 있는 아크로티리 유적을 찾은 관광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이곳은 유적지 주변으로 난간을 설치해 유적을 곳곳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지금도 발굴조사가 진행 중이다. <사진=공동기획취재단>

그리스, '자연자산이 곧 관광 상품'... 개발보단 '유지·보존에 초점'
주민 자생력도 필수...'주민공동체'가 그 해법


각 지자체마다 섬 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개발 구상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면에는 섬의 보존과 정비방향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관광객 급증으로 몸살을 겪고 있기는 강진 가우도 또한 마찬가지다. 관광객으로 인한 쓰레기 배출문제라든가 물 부족 위기 가속화 등 지역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의 현실적 마찰은 그 대표적이다.

이번 공동기획취재와 관련해 강사로 나선 섬 전문가 강제윤 소장은 섬은 그 자체로써 관광의 가치가 있는 것인데 개발주의의 논리로 들이 대면 안 된다는 입장을 줄곧 강조했다.

강 소장은 "섬 개발을 하더라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개발이 되어야 한다"면서 "또한 외부자본에 의존하지 말고 주민들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야한다"고 주장했다. 섬을 자연그대로 보존하면서 최소한의 개발만으로 지속가능한 섬 관광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강 소장은 "섬 유입인원을 한정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체류세를 받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섬으로 들어가는 인원을 제한하는 식의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섬 '산토리니'에서부터 유럽문명의 시작을 알린 '크레타'에 이르기까지 6천여 개의 섬을 간직한 그리스는 각 지역이 지닌 원래의 모습,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그리스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꼽았다.

산토리니섬 피라마을의 석양.

자연경관을 해칠 수 있는 고층건물은 지양하고 건축양식에 있어서도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양식에 대한 고민을 우선적으로 했다. 생태관광을 즐기기 위해 바다와 산, 계곡을 찾는 관광객을 환영하면서 동시에 생태 보존을 위해서도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경우 쓰레기 배출량은 연간 1만7천톤 정도 배출되는데 다시 재활용할 것은 분류해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땅에 매립한다. 태우지는 않고 그냥 땅에 묻는 식인데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도 연구 중이다.

니콜라스 조르조스 티라시장은 "티라시(市)는 그리스의 모든 시 가운데 분리수거를 가장 잘하는 곳으로 그리스 정부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면서 "주민들이 쓰레기 배출문제에 민감한데다 재활용분리에도 적극적이다 보니 생태환경이나 바다 등이 오염되는 등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낚시 같은 수변 활동에 대해서는 시기를 정해 제한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산토리니에 놀러온 관광객들이 만족하고 돌아가야 앞으로도 이곳의 관광업이 지속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관광객이 크루즈를 타고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올 경우 시간대를 정해 관광객을 분산시키는 노력도 한다. 섬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스 관광부 엘레나 콘투라 장관은 "항상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에 대해 탐구하며 자연을 찾는 생태관광을 환영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그리스는 자연 생태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여행객들이 원하는 모든 여행의 준비도 완벽히 갖춰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관광부가 최근 심혈을 기울이는 관광정책은 365일 여행이 가능한 그리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여행객마다 요구가 다양한 만큼, 여행객이 방문했을 때 역사, 종교, 풍경, 스포츠 등 주제별 여행목적에 따라 맞춤형 여행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자료를 준비 중이라는 것이 그리스 관광부의 설명이다. 다양한 테마는 물론이고 도로나 비행기, 기차, 크루즈 등 교통수단에 따라서도 완전히 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소득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 시골마을의 지속적 활성화 방안으로 생태관광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크레타 섬의 관광정책과 주민의식은 눈길을 끄는 관광전략이다.

아르나오타키스 크레타 주지사는 "크레타는 관광산업(30%)이 농업(50%)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손님 접대를 잘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은 주민들의 당연한 의식"이라며 "결국에는 공동체의식의 문제이고 이를 어떻게 만들고 풀어가는 것 또한 주민들 스스로가 주도해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 작가 카잔차키스의 무덤.

그리스의 대문호 카잔차키스의 깃든 미르티야(Myrtia)마을은 그 대표적이다. 200여 가구 600여명이 살고 있는 이 조그만 마을은 연간 1만명 안팎의 관광객이 카잔차키스 박물관을 관람하기 위해 찾아든다. 갈수록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작은 마을에 작가 한 사람이 숨을 불어 넣고 있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망자가 곧 관광자원이 된 셈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박물관이라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일체 없다. 때문에 후원과 기념품 판매로 운영비를 보태고 있는데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는 바로 마을사람들이다.

에피 케팔나키 관장은 "주민들은 카잔차키스의 뿌리가 이 마을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고 카잔차키스와 박물관에 대한 자부심도 매우 크다"며 "마을 전체를 카잔차키스 박물관으로 조성하는 게 바람이자 목표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마르티네고 요새 제일 높은 곳에는 카잔차키스의 무덤이 있다. 헤라클리온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좋은 자리로 크레타섬의 관광명소 중 한 곳이다. 관광객이 아니더라도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산책을 나온 동네 사람들도 많다. 말 그대로 산사람과 죽은 사람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이다.

수십, 수백 년의 세월이 지났어도 지난 시절과 비교해 거의 변한 것이 없는 그리스의 풍경들. 산과 바다로 둘러 쌓인 자연과 함께하는 이상적인 주거환경은 오늘날 전 세계적인 관광상품이 됐고 주민들은 그 속에서 특유의 공동체정신과 배려를 꽃 피우며 전 세계인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강진군은 오는 2017년도를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방문의 해'로 선포했다. 군 단위 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방문의 해'를 지정해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공세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는 강진군이 처음이다. 강진군은 방문의 해를 맞아 강진의 생태 및 문화관광을 적극 알리고 상품화한다는 전략이다. 강진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생태환경과 그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강진 생태 관광 사업을 통해 강진의 '자연자산'에 대한 주민들의 애향심과 공동체 의식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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