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의 情을 이어가다
아버지들의 情을 이어가다
  • 김철 기자
  • 승인 2016.12.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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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후손들이 이어가는 현구 선생과 신석정

현구 시인의 차남 김현배(사진 오른쪽)씨와 신석정 시인의 삼남 신광연 씨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86년의 세월... 현구시인 차남 김현배씨, 신석정 시인의 3남 신광연씨 만남

지난 11월 경기도 부천의 한식당에서 의미있는 만남이 성사됐다. 현구시인의 차남 김현배(77)씨와 신석정 시인의 3남 신광연(82)씨가 다시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이들의 만남은 시문학파 동인들의 후손이란 만남보다도 더 진한 사연이 묻어있다. 현구시인의 유작시집을 낼 때 신석정 시인이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서문을 적어준 것이다. 이에 대한 현구시인의 차남 김현배씨는 깊은 감사의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사실 이들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문학파기념관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서로 얼굴을 알게됐다. 정확히 2010년의 일이었다. 강진에서 시문학파기념관을 만든다는 소식에 준비모임을 서울 롯데호텔에서 가졌다. 서로 얼굴을 알고 난 이후 2012년 3월 시문학파 기념관 개관식을 통해 다시 한번 서로를 확인했다.
 
개관기념식에서 서로 통하는 것이 한잔의 소주였다. 최대한 서울로 올라오려고 했으나 시간이 늦어지면서 두사람은 광주에서 숙박을 하게 됐다. 이 와중에 서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친해지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두사람의 숙명은 이미 그려져 있었다.
 
두사람이 서로 친하게 된 것은 유작시집의 서문에서 시작됐다. 신석정 시인은 서문을 통해 "내가 현구시백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40년전 시문학 지상에서였다. 남북으로 300여리 떨어져 살던 우리는 좀체 상면의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고 지내다가 다난한 세로에서 끝내 단명을 달리하고 이제 현구시백의 유고집에서 몇자로 서를 얹게되니 차라리 내 욕진 인생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한 이파리 꽃잎이 언덕에 고이 져도 누리에 빛나는 설움에 젖어드는 이 시인의 꺼질 듯 아름다운 마음이 오래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떠난 것을 다시금 슬퍼하고 아울러 지하에 계신 현구시백께 감령의 예의도 갖추지 못하는 것을 아울러 가슴 아프게 생각하면서 총총히 붓을 놓는다. 1970년 2월17일밤 비사벌초사서당에서"라고 적혀있다. 비록 만나지 못했지만 현구시인에 대한 최대한의 존경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두사람의 만남에서도 서문에 이야기가 이어졌다. 현구 시인의 차남 김문배씨는 시백이라는 표현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밝혔다. 시백(詩伯)이라는 표현은 시인으로 이름난 대가, 즉 시인을 높여 부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석정 시인은 먼저 떠난 현구시인에게 최고의 시인이라는 시백이라는 표현을 써서 서문을 써준 것이다. 이에 현구시인의 차남 김문배씨가 감동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러면서 두사람의 만남이 이어진 것이다.
 
선술집에서 만난 두사람은 자연스럽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신석정 시인의 아들 신광연씨는 어릴적 추억을 생각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녹여냈다. 항상 책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신석정 시인. 항상 제자들에게 책을 가까이 하라고 하면서다. 몰래 책을 가져가는 제자들에게 인색할 수 밖에 없었던 어려운 가정형편, 아버지에게 술을 배웠던 사연까지 자상했던 현대시의 거장들의 아들들이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들이었다.
 
후손들은 아버지의 이야기에 말없이 술잔을 부딪쳤다. 분명 시단에서 평가는 두 거장에게 목가적 시인, 이상주의자 같은 아름다운 수식어를 붙여주고 있다. 하지만 두 시인의 삶과 후손들이 전하는 모습들은 사뭇 달랐다.
 
항상 가족들에게 많은 것을 전해주는 따뜻한 아버지였지만 시인들의 모습에서는 분명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고 시로 읊어내는 시인이 아닌 당시의 시대상을 고민하고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식인의 삶이 분명 있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시 언어로 말하는 것 같지만 다른 중의적인 의미를 담는 시어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두명의 시인들을 공감을 했고 후손들이 이를 이어가고 있다. 두 시인의 후손들은 지금도 시를 쓰고 글을 좋아하는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이것이 시인들의 운명인 것처럼 말이다. <계속>

현구시인의 차남 김현배 씨와 아들 김종훈 씨가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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