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보은산 맑디맑은 산곡수는 오월의 질펀한 보리논 둔덕을 타고 우리 집 돌담을 내리감고 돌아간다. 진목동 황석징검다리에 모래둑 만들고 들꽃으로 치장한 금모래 깔린 여개울로 쏴아아! 내려간다.
 
물길은 폭포를 이루고 목리 뒷등 광활한 오월의 보리밭을 내지르며 남포구로 신나게 푸르게 막 달려간다. 나는 이 모래와 진흙을 섞어 동네를 만든다.
 
개, 돼지, 소, 닭, 형과 동생들, 절구질하는 어머니, 까불이 왕이, 어깨동무 현이, 웅이, 옥이, 복스런 복돌이까지 골목길도 만든다.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 넣는다. 모래성이 무너지면 온종일 또 다시 세우는데 왕이가 불쑥 나타나 발로 싹 밀어버렸다.
 
그려!
 
정성을 다한 내 모래성은 흔적도 없이 물결이 되고 말았기에 너무나도 황당하여 난 왕이 허리통을 잡고 물로 풍덩 뛰어들었다.
 
그려!
 
유유히 놀고 먹는 동네오리 떼가 "깩깩"거리며 도망가고 물풀을 뒤집어쓰고 허우적거리며 둑방에 올라 서로 웃던 그 시절.
 
이제 그 모래 놀이터의 풍광은 사라지고 없다. 45년 전의 그 곳이 그리워 찾아가 보면, 탄식이 절로 난다. 그 좋은 옥토, 그 맑고 고운 청옥 빛 긴 냇물은 어디로 가고, 자연환경 무시하고 덮어놓고 아파트단지다, 공장이다, 자동차정차장에서 내뿜는 연기라니!
 
나아가 공산품들이 넘쳐난다. 넘쳐난 그 폐해는 매연과중을 떠나 너무나도 많아 아예 말하고 싶지 않다.
왜! 이럴까? 자연을 무시하고 돈만 생각하는 단순한 우리들!
 
에라! 옛날 쉼터자리는 거개가 주유소나 모텔인 것을...., 종잇장 돈이 뭐고 편익이 뭐길래! 그 많은 석유, 가스 생산에 심지어 해저심층수까지 끝이 없는 지하자원 발굴, 일반건설을 뛰어넘어 산도 강도 갯벌도 뭉개버리는 고도화된 개발사업들로 인하여 자연이 죽어가기에 여린 마음이라 여길지 몰라도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수천 년 간 이어받은 조상들의 한 뙈기 논밭이 수많은 인간을 먹여 살려왔다는 생명줄임을 깡그리 잊고 아까운 옥토를 벗겨서 먹고 놀자판으로 전환해 놓은 농경지도 많다니!
 
경작지에다 손익가치 산술법의 잣대를 놓아서는 안된다. 지구는 고통과 울화를 못 이겨 떨고, 내려다보는 우주는 안타까워 울고 있는 듯하다. 이공일육년도 여름은 염천더위가 아니라 殺人鬼인 무더위에 전국 평균 온도 35도, 무섭다. 자연을 무시한 천벌이니 인간은 감수할 수밖에! 더 무서운 재앙이 올까 걱정이다.
 
난 과거 속에서 살아가는 노당파 자연주의이기에 그나마 하고 싶은 말은 진정한 현대문명은 물결 따라 사라지는 모래성 놀이가 아닌 것, 위대한 자연을 守護하는 것.
 
2016년 폭서기에 즈음하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