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현구선생의 모습들 강진에서 이어지다
[특집] 현구선생의 모습들 강진에서 이어지다
  • 김철 기자
  • 승인 2016.12.0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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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은 비둘기 현구선생을 찾다

모친 김광자 여사와 부인, 3남매와 함께 기념촬영.

유작시집 발간, 현구기념사업회 활발한 활동


현구선생이 시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은 배재학당 시절부터라고 할 수 있다. 현구선생은 1920년경 김영랑과 차부진 등과 청구라는 문학모임을 결성해 활동하게 된다. 이시기에 현구선생은 4행시를 써서 영랑에게 보여주곤 했다는 차부진의 증언 등을 토대로 현구선생의 습작은 등단 년도 보다 훨씬 이전부터 진행되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현구선생의 공식적인 시작활동은 시문학 2호(1930년5월)에 '님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렇습니다'를 비롯한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작된다. 창단멤버로 시문학 1호에 '동백닙에 빗나는 마음' 등 13편의 시를 발표해 시단에 나온 영랑보다 두달후에 등단한 것이다. 등단과 함께 현구선생은 시문학파의 일원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현구선생은 그후로 시문학 3호(1931년10월)에 '황혼' 등 4편, 문예월간 창간호(1931년11월)에 '풀우에 누어', 문학 창간호(1933년12월)에 '내마음사는 곧', 문학2호(1934년2월)에 '길', 문학 3호 (1934년 4월)에 '산비둘기 같은' 등 총 12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활발한 시단활동을 펼치게 된다. 그러나 문학지의 종간과 더불어 현구선생의 공식적인 시단활동은 끝나게 된다.

이후 현구선생은 시단과 인연을 끊고 고향에서 시를 써내려갔고 세차례에 걸쳐 시집을 발간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1950년 10월 3일 사망하게 된다. 사후 20년이 지난 1970년 현구선생의 유족들과 현구기념사업회 회장을 맡았던 신협 임상호 이사장을 주축으로 유고시집인 현구시집이 고인의 뜻에 따라 비매품으로 출간하게 된다. 이후 22년이 흘렀고 1992년 11월 강진군의 후원으로 김현구 시집이 재출간되었다. 강진군립도서관 앞에 영랑시비가 마주보는 곳에 현구시비가 세워져있다.

돌이켜보면 현구선생이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수 있다. 박용철의 갑작스런 타계와 현구선생의 성격탓으로 1940년 첫 시집을 발간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 결과 현구선생은 1930년대 문학사에서 사라지게 됐다. 유고시집이 발간된 1970년까지 제대로된 문학사적 평가를 받을수도 없었다. 여기에 김선태 교수가 현구시인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고 지역에서도 현구기념사업회와 지역 예술인들이 현구선생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했다.

1970년 발간된 현구선생의 유고시집인 '현구시집'.
2003년 5월은 현구선생이 지역에 제대로 알려진 시기이다. 현구기념사업회와 지역 예술인들이 강진문화원 1층에 '30년대 시문학사의 샛별 김현구시인의 발자취'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회에서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금까지 세상에 미공개된 현구시인의 사진과 친필원고들이 관심을 끌게 만들었다. 지난 40년 친구8명과 함께 경주 분황사에서 찍은 사진에는 같이한 영랑선생의 모습도 생생한 사진이고, 같은 시기에 금강산 비로봉에서 찍은 사진도 현구선생의 모습을 자세히 엿볼수 있는 미공개된 사진이었다. 여기에 가족사진2장과 부여 백마강 선상에서 찍은 사진, 군립도서관 앞 시비제막식장면, 경기도 송추공원묘지에 안치된 현구시인 묘소의 모습 등 10여점의 사진이 공개됐다.

여기에 유족들이 소장중인 현구시인의 친필원고도 공개됐다. 현구시인의 친필로 쓰여진 '님이여 강물이 몹시도 퍼렇습니다'등 주옥같은 80여편의 시를 감상할 수 있게 됐고 937년 큰아들 원배씨에게 써준 친필편지도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또 전시회를 통해 현구시인의 유품전시와 함께 유족과 현구시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구시인이 살아온 이야기들이 새롭게 조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현구시인의 초상화를 그렸던 김영렬화백과 후배였던 이재규씨 등의 인터뷰를 통해 현구시인의 당시 생활상을 고증하는 시간이 마련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현구선생은 점점 지역주민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현구선생 대표시

산비둘기 같은

날씨가 이리 포옥 따스한 겨울날
까아만 다박솔 아늑히 둘러선 산기슭
양지 바른 무덤 앞 잔디위에 누웠으면
마음속 어둔 그늘 이제 구름같이 사라지고
죽음의 맑은 기쁨 향불처럼 피어오르나니
 
달빛 희뿌연 새벽 안개 속 같은 내 가슴
숲속에서 숨어 앉아 가만히 나래 떨고
졸리운 양 눈을 감은 산비둘기 같은 내 넋은
머얼리 가직이서 나직하게 우러나는
대지이 엘리지를 한가로이 듣습니다

시문학 3호 193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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