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십 년 만의 귀향
[기고] 삼십 년 만의 귀향
  • 강진신문
  • 승인 2016.11.2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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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경 ㅣ 강진 출생·모란촌 회원

'강진'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고려청자와 시인 김영랑, 다산 정약용 등이 있다. 이외에도 강진 한정식과 무위사, 백년사, 병영성 등 다양한 문화유산이 산재되어 있다.

최근에는 강진군에서 관광활성화를 위해 지역의 문화역사 자원을 활용한 관광기반시설 조성에 많은 노력을 한 결과 가우도 출렁다리, 석문공원 구름다리, 마량항 등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강진은 지정학적으로 산과 바다와 강, 드넓은 평야가 어우러진 기름진 땅이며, 인접 지역인 장흥과 해남, 완도를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지정학적 여건과 다양한 자연환경 덕분에 지역 주민의 삶이 물질적으로 매우 풍요롭다.

이러한 풍부한 농수축산물 덕분에 강진하면 한정식이 먼저 떠오르는지도 모른다. 강진한정식은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지 않을 정도라서 처음 한정식을 대한 외지인들은 여러 번 놀란다고 한다. 먼저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 내놓아 놀라고 두 번째로는 음식 한 가지 한 가지마다 색다른 맛에 놀라고 세 번째는 그 양과 질에 비해 값이 저렴한 것에 놀란다고 한다.
 
실은 내 고향이 강진이다. 안타깝게도 직장 때문에 고향을 일찍 떠나와 고향에 대한 향수가 어느 다른 사람보다 더 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감수성이 풍부한 유년시기에 고향에서 성장하였기 때문에 산 좋고 물 좋은 고향이 뇌리 속에 늘 떠나지 않고 있다.

가을이면 탐진강변 청자 빛 푸른 하늘 아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길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강진읍 시장통에서 깻잎에 싸먹은 망둥어 회와 목리 다리 아래서 먹었던 민물장어 구이 맛은 그 어떤 맛도 따라올 수 없는 맛으로 각인되어 있다. 지금도 목리 다리 옆에는 민물장어 구이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고려청자는 조정에 납품한 것으로 왕과 귀족이 즐겨 사용한 그릇이었다. 또한 현재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청자의 80%이상이 강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고려청자가 강진 대구면에서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았기 때문이다.

첫째로 해상 교통이 발달한 그 시기에 강진은 바다와 인접하고 있었으며, 두 번째는 고려청자의 원료인 흙과 연료가 그 지역에 풍부하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고려청자 도요지 유적 200여기가 밀집되어 있으며 현장에는 청자박물관이 만들어져 청자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또한 송나라 사신도 놀란 비색청자를 재현해내고 있다.

강진군에서는 청자를 소재로 한 청자축제를 매년 여름방학 시기에 열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축제다운 전국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강진군청 옆에 있는 시문학파 영랑생가는 우리 고향집에서 2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국가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잘 관리되고 있다.

영랑생가는 비단 김영랑 시인이 태어난 곳일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모란이 피기까지는' 등 유명한 시가 이곳 생가에서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5월이면 모란이 생가 주변에 만발해 찾는 이를 반기고 시의 소재가 된 장독대, 돌담, 감나무, 우물 등이 남아 있기도 한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 다산초당은 강진읍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도암면 만덕리 구강포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만덕산 기슭에 있다. 다산초당은 선생이 18년의 귀양길에서 풀릴 때까지 10여 년간 생활하면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저술하고 실학을 집대성함으로써 실학사상의 산실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다산초당이란 현판 글씨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유명하다. 경내에는 아직도 정석(丁石), 약천(藥泉), 연지석가산(蓮池石假山), 다조(茶?) 등 다산의 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다산선생이 초당에서 도보로 20여분 떨어진 백련사의 혜장선사와 교류하면서 오고간 오솔길이 가볍게 산책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다산초당을 들릴 때마다 이 오솔길을 걸음으로써 심신에 새로운 기운을 얻고 있다. 다산초당을 올라갈 때마다 뿌리가 다 드러난 길을 만나면 정호승 시인이 쓴 시 '뿌리의 길'이란 시가 생각난다.
 
다산초당으로 올라가는 산길/지상에 드러낸 소나무의 뿌리를/무심코 힘껏 밟고 가다가 알았다/지하에 있는 뿌리가/더러는 슬픔 가운데 눈물을 달고/지상으로 힘껏 뿌리를 뻗는 다는 것을/지상의 바람과 햇볕이 간혹/어머니처럼 다정하게 치맛자락을 거머쥐고/뿌리의 눈물을 훔쳐준다는 것을(이하생략)
 
강진은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전국에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독자여러분께서도 백련사 푸른 동백나무 아래 붉디붉은 동백꽃처럼 감춰진 강진의 비경과 문화유적을 샅샅히 찾아보는 기회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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