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파란 지붕'과 '하얀 담벼락'이 마음을 훔치다
[특집] '파란 지붕'과 '하얀 담벼락'이 마음을 훔치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11.18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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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화 관광의 현재와 미래
3. 파란지붕의 특별함... 산토리니 섬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 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복이 있다'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이렇게 적었다. 그랬다. 에게 해의 모습은 그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을 느낄 정도로 눈부셨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하얀 구름과 따스한 햇살은 조각을 맞춰낸 듯 멋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웠고 주변 섬들은 파도가 조각한 절경을 뽐내며 완벽함을 더했다. 깎아지른 암벽 위에 자리한 마을은 마치 '명화'에서나 볼 법하다. 특이한 경관은 함성을 자아낼 정도다. 신들이 지배하는 땅이라는 그리스인들의 표현 그대로다. 에게 해의 수면 위로 끝없이 반짝이는 빛의 알갱이들을 가로지르던 크루즈 선은 크레타 섬을 떠난 지 4시간이 지나서야 그렇게 산토리니 섬에 닻을 내렸다.


이상의 섬 산토리니...황폐한 화산도시서 최고 관광도시 탈바꿈
특유의 건축규제로 관광발전 이끌어... '양'보다는 '질' 우선


에게 해에는 아주 작은 초승달이 떠있다. 작지만 전 세계 여행자들의 로망으로 더없이 크고 밝게 빛나는 섬, 산토리니다. 원래 보름달 모양의 섬이었다가 기원 전 16세기부터 시작된 수차례의 화산폭발로 지금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전해진다.

산토리니 섬은 고대부터 그리스, 터키, 로마, 이집트를 잇는 교역의 중심지였다. 그렇다 보니 산토리니는 모두가 탐내는 섬이었고 지배국도 계속 바뀌었다. 기원전 1300년부터는 페니키아, 도리아가 점령했으며 이후 그리스를 거쳐 로마에 귀속됐다. 산토리니라는 지명은 베네치아(Venezia)가 이 섬을 지배하던 1204년 지어졌다. 배를 정박하던 곳에 산타이리니(Santa Irini)라는 교회가 있었는데 이 교회 이름을 따서 '산타이리니'라 부른 것이 훗날 산토리니가 된 것이다.

산토리니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때는 지난 1866년부터다. 화산폭발로 인해 주변 섬이나 본토에서 관심을 갖게 됐고 1867년 독일의 고고학자가 이곳에서 티라유적지를 발굴하면서 신문에 실리고 유럽 고고학자들에게 정보가 제공되면서 유럽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스 산토리니 섬은 전세계 관광객들로 항상 붐빈다.

오늘날 산토리니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은 벼랑을 따라 붙은 듯 이어진 하얀 집들과 파란 교회 지붕이다. 이곳의 모든 색은 오직 희거나 푸르다. 짙은 색깔의 집이 없다. 중앙정부도 이곳의 도시 경관에 대한 규제를 내놓고 있을 정도다. 건축물 파사드의 색깔은 물론 창문의 크기까지 세세하게 체크한다.

하얗고 부드러운 파사드의 건축물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도시의 모습, 그리고 그 도시가 푸른 바다를 향해 아름답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경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무한한 가치를 담고 있다. 전 세계 관광객이 산토리니를 주목하며 이곳으로의 여행을 끊임없이 갈망하는 이유다.

산토리니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빚어낸 풍광이 환상적이다. 골목마다 달뜬 기운이 부유한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점심나절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해 석양이 질 때까지 흥이 고조된다. 산토리니시에 따르면 이곳의 관광객은 2012년 169만1027명에서 지난해 235만9727명으로 3년 만에 67만 명 정도 늘었다.

특히 섬의 대표 관광마을인 피라(Fira)마을은 산토리니 내에서도 세계인들이 발길이 가장 많은 곳 중의 하나다. 항구 바로 위쪽에 자리 잡은 피라는 레스토랑, 기념품점 등 상업시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작은 상점, 작은 호텔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는 모습은 이곳의 트레이드마크다. 오밀조밀한 상점이 작은 골목길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 점도 이곳 특유의 관광 상품이다. 각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다양성을 이루며 배열된 건물들은 이곳 특유의 색깔 등의 통일성을 유지하며 아름다움을 연출했다.

티라마을 주민들의 이웃에 대한 건축 배려는 오늘날 마을 전체가 하나의 성처럼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어냈다.

피라에서는 아랫집의 지붕을 자연스럽게 윗집에서 테라스로 사용하는가 하면 사이좋게 머리를 맞댄 집들이 미로처럼 재미있는 길을 만들어낸다. 마치 산토리니의 미학적 풍경이 이웃에 대한 배려에서 탄생했다고 느낄 정도다. 이렇다보니 내 집과 네 집의 경계를 허물고 내 집의 지붕을 다른 집의 테라스로 제공하면서 마을 전체가 하나의 성처럼 거대한 건축물이 되어버렸다.

피라 마을에서 10여㎞ 떨어진 산토리니 북쪽 끝에 자리한 이아마을은 산토리니의 대표 이미지가 되고 있는 곳이다. 그리스 하면 흔히 떠올리는 하얀 담벼락에 파란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로 그곳이다. 특히나 한국 사람들에게는 국내 한 이온음료 광고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친숙해진 곳이다. 음료의 특징만큼이나 이곳의 맑고 깨끗함의 상징은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의 뇌리를 스치고 있다.

코발트블루색의 아름다운 바다를 유지하기 위해 산토리니에는 5개의 하수처리장이 풀가동된다. 낚시 같은 수변 활동에 대해서도 시기를 정해 제한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산토리니에 놀러온 관광객들이 만족하고 돌아가야 앞으로도 이곳의 관광업이 지속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특히 관광객이 크루즈를 타고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올 경우 시간대를 정해 관광객을 분산시키는 노력도 한다. 섬이 제대로 소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야 말로 양보다는 질의 우선이다.

  

"쓰레기 분리수거, 그리스 전역에서도 최고"

니콜라오스 조르조스 산토리니 티라시장

산토리니는 크게 5개 섬으로 구분된다. 산토리니라 통칭되는 티라섬을 비롯해 티라시아, 팔레아 카메니, 네아 카메니, 아스프로니시 등이 있다. 이 중 티라는 면적이 가장 넓다.

니콜라오스 조르조스 티라시장은 "연중 200만 명 이상이 산토리니를 찾는데 성수기 때는 하루에 2만여명이 방문하고 있다"면서 "접근성이 좋은 유럽인의 방문이 많은 편이지만, 최근 10년 전 부터는 아시아인들의 방문이 더 많이 오르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르조스 티라시장은 "다른 섬보다 관광객이 많다보니 관광산업의 발달이 주민들의 경제적 활동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렇다보니 중앙정부나 각 지자체는 다양한 축제나 관광편의 제공을 위한 미팅을 자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관광객 증가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이나 마찰은 매우 드물다고 강조했다.

조르조스 시장에 따르면 티라시에서는 연간 1만7천톤에 달하는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섬이라는 제한적 공간의 특성상 재활용할 것은 최대한 재활용하고 나머지는 조성된 매립지에 매립하는 것이 이곳의 쓰레기 처리 대책인 것이다.

조르조스 시장 "주민들 스스로 관광산업을 지속적으로 이끌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한다. 쓰레기 분리수거는 그 대표적 활동이다"면서 "그리스 전 시에서 분리수거를 잘하는 곳으로 그리스 정부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조르조스 시장은 쓰레기 처리문제데 있어 보다 더 좋은 정책이나 방향 또한 끊임없이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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