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의 삶과 문화를 노래하다
선조들의 삶과 문화를 노래하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10.28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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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음악 뿌리인 '농요'로 소통하는'고성 농요보존회'

고성 대한민국 대축제 이끌며 민속음악 전도사 역할 톡톡

고성농요전수교육관에서는 회원들이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각 단과별로 농요연습을 실시한다. 단과연습이 끝나면 오후 2시부터 종합연습을 실시하는데 많게는 40명 가까운 회원이 참석해 연습을 이어간다.
■ 글 싣는 순서
1. 강진군, 음악도시를 설계하다
2. 아날로그 감성을 즐긴다...창원시, '파랑새'
3. 민속음악으로의 화합, '고성 민속음악 대축제'
4. 옛 명성으로 '음악융합도시' 설계하는 인천 부평구
5. 폐위판장의 놀라운 변신... '시흥 월곶예술공판장'
6. 상인이 진행하는 전통시장라디오...'원주 중앙로 상인회'
7. 음악이 삶 되는 강진 만들자

"들어~내세 들어~내세 에헤이~/이~종판을 들어~내세~"
 
고달픈 농사일을 하면서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씻기 위해 부르던 흥겨운 우리가락인 국가중요무형문화재 고성 농요의 한 대목(모찌기-긴등지소리)이다.
 
고성군은 옛날부터 평야지역이 발달하고 온난한 해양성 기후로 토지가 기름지고 소리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레 농업이 발달해 온 지역이었다. 선사시대부터 농경문화가 발달했음을 증명하는 유적들이 많이 발굴됐고 소가야라는 도시가 형성되기도 했던 곳이다.
 
때문에 고성은 예부터 노동요가 성행했던 고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고성농요는 조선후기 경상감사가 고성들판을 지나던 중 모내기하는 농부들의 등지소리에 도취되어 행렬을 멈춘 채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듣다가 마을에서 밤을 지새웠다는 일화가 전해져 올 정도로 고성지방의 정서가 깊이 묻어 있고 지역만의 독특한 시김새(꾸밈음)와 토리(지방마다 구별되는 노래의 투)가 특징이다.

회원들이 연습시간에 맞춰 고성농요전수교육관으로 모여 들고 있다.
지난달 23일 찾아간 고성군 상리면에 소재한 고성농요전수교육관. 오전 11시를 넘어서자 2층 연습실은 고성농요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모판에서 모를 찌면서 부르는 구성지고 애조로운 긴등지 소리부터 해학과 흥이 곁든 짧은등지 소리, 모를 심을 때 부르는 여러 등지소리가 회원들의 목소리를 타고 끊임없이 이어졌다.
 
고성농요는 하지 무렵부터 시작되는 농사소리가 주축을 이루며 등지라고도 한다. 등지란 모내기소리를 뜻하는 경남지방의 사투리다. 정혁상 고성농요보존회장은 "고성농요의 모내기 소리는 아침, 점심, 저녁 시간에 따라 각각 다르다"며 "오랜 세월 농경문화 속에 녹아 있는 각종 전통문화 중에서도 농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농사소리는 어느 지역보다 다양하고 많은 농민들의 삶속에서 전승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고성농요는 지난 1985년 농요부분에서 가장 먼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받았다.

관내 신전면 일대를 중심으로 전승되고 있는 탐진강 유역의 대표적 들노래인 강진신전 들노래보다 21년이나 빠르다.
 
고성농요는 지난 1972년 김석명 전임회장이 채집 발굴하여 제19회 전국민속예술 경연대회에 출전,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질박한 농민의 삶과 애환이 담긴 농요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1980년 3월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4호로 지정되었다가 1985년 12월 국가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이후 고성농요보존회는 1996년 고성농요 공연장에 고성농요 노래비를 건립하면서 후세에 영구히 계승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전수활동을 위한 기틀을 다지게 된다.
 
2007년도에는 경상남도 국악공연 전문단체로 지정됐고 두 달 후인 4월1일에는 고성농요전수관을 신축개관하며 권농의 흥겨운 소리와 농사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지역 곳곳에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성농요의 기획공연은 올해 31회로서 매년 국내의 무형문화 단체는 물론 중국과 일본 등 해외 공연 팀까지도 참여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발돋움했다.
 
고성농요보존회 관계자는 "고성은 한국 제1의 민속음악(토속음악)을 전승 보존하는 중심지로서 오랫동안 그 역할과 노력을 해왔다"면서 "특히 향토민요에 재능이 있는 청소년들에게는 지난 27년간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우리나라 민속음악의 보존과 계승은 물론 민속음악 전도사로의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  경남 고성=김응곤 기자

▣ 인터뷰 - 정혁상 고성농요보존회장
"향토민요는 민족음악의 근간이며 뿌리"

정혁상 고성농요보존회장은 민속음악에 대해 민중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민요나 민속예능을 위한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그중에서도 농요는 농민의 고달픈 삶과 우리 민족의 삶을 온전히 녹여내고 애환을 담아낸 훌륭한 문화자산이라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정 회장은 "요즘은 농업의 산업화와 기계화로 인해 점차 옛것이 없어지고 후손들은 우리 조상들의 흥과 얼이 담긴 우리민족음악의 뿌리인 농요를 거의 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며 "민족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는 언어와 노래로써 표현되는데 우리가 항상 쓰고 있는 언어는 잘 전승 보존되고 있으나 귀중한 향토민요(민속음악)는 단절의 위기에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정 회장은 "향토악(鄕土樂)을 도외시한 학교교육과 산업화로 민속음악은 더욱 외면당하고 경시되고 있다"면서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자매결연학교에 대한 전수지도를 하거나 지역 내 학교에 국악반 설치지도 및 운영을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고성농요보존회는 5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동안 향토민요 무료강습회, 국악 및 전통예술 자율연수에 나서는가하면 들노래 CD음반을 출반해 보급하거나 고성농요지도교본을 만들어 배부하는 등 다양한 전수활동을 펼치고 있다.  
 
끝으로 정 회장은 "조상들의 삶의 철학이며 생활의 교훈으로 불려 지던 민속음악이야말로 우리음악의 근간이며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면서 "고성농요는 명실 공히 한국 제일의 농요보존단체로서 전국 각지의 민속음악들도 다같이 전승 보존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노력해 왔으며 그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전통문화 우리가 이어갑니다"
고성농요보존회는 지역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추진 중이다. 특히 지역 내 학교인 거류초등학교와 자매 결연을 통해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전수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학생들은 지난 2012년부터 일주일에 3~4시간씩 펼쳐지는 교육에 참여한다.
 
1~3학년은 고성 지방 농민들이 일의 고달픔을 씻고 단결력을 높이기 위해 부르던 '고성농요'를 배우고 4~6학년은 고성군에 전승되는 탈놀이인 '고성오광대'의 다섯 과장을 각각 익힌다. 4학년은 1과장, 5학년은 2·3과장, 6학년은 4·5과장을 연습해 졸업 직전에는 고성오광대의 모든 과정을 익히기도 한다.
 
거류초등학교는 2012년~2015년 4년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지원으로 내 고장 전통문화인 고성농요, 고성오광대와 국악관현악의 1인 1악기 연주 등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했고 올해는 '예술꽃 새싹학교'로 선정됐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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