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음악도시의 Soundscape(소리풍경, 音風景)
[기고] 음악도시의 Soundscape(소리풍경, 音風景)
  • 강진신문
  • 승인 2016.10.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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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 음악창작소장>

우리 주변에는 많은 소리가 존재한다. 사실 모든 일상이 소리에 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리(音)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소리는 맑고 쾌적한 기분을 제공하지만 때론 불쾌함과 짜증을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것을 '소음'(Noise)이라 한다. 소리가 아름다운 음악으로 전해질 때 우리는 비로소 공감하며 감동을 받는다. 하지만 모든 소리가 '음악'(Music)이 되지 않듯이 모든 음악이 공감을 주진 않는다. 음악이 오묘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소리는 같은 음(音)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 의해 또는 개인차에 의해 서로 다른 기능과 역할,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실질적으로 들리는 소리뿐만 아니라 마음속의 소리, 기억속의 소리까지 포함된다. 그래서 '소리'(音)는 그 자체로서 환경적이다.

Soundscape(소리풍경, 音風景)이라는 말은, sound(소리, 音) + Scape(배경, 풍경)이 합해진 복합어이다. 이 개념은 60년대말 머레이 쉐퍼(R.Murray Schafer)에 의해 제창되었으며 조경을 의미하는 'landscape'(풍경)에서 원용하여 만들어졌다.

처음엔 음풍경(Soundscape) 전체를 작품으로 보자는 의미로 출발하였으나, 인간과 공간과 소리의 조화를 추구하고, 특별한 음공간의 형성과 창조를 내포한 의미로 발전하였다. 쉐퍼는 우리가 소리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하는 주요인이라고 주장하였다. Soundscape에 대한 관점은 70년대 이후, 소리들을 도시를 만드는 환경 디자인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도시에서 소음의 규제가 시작되었고, 바람직하지 않은 소리들을 없애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 나아가 보존하고 싶은 소리들을 활성화시키고 보존, 부활시키는 작업이 병행되었다. 공공의 장소에, 시각 중심에서 청각과 같은 부드러운 요소가 도시 디자인에 도입되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환경디자인 영역에 혹은 도시 디자인 영역에 음 풍경(Soundscape)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했던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음풍경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른 의미로 변형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과거 새우젓 장수소리는, 요즘엔 계란장수의 녹음기 확성기 소리로 대체되었듯 말이다. 해서 사운드 디자인은 시대적, 지역적 차이를 고려해야만 한다.

최근엔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들 중 중요한 것으로 사운드 디자인 영역이 더욱 중시되고 있고 적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소리의 문화적 측면을 중시하고 Soundscape라는 사고법을 바탕으로 하여, 소리와 시각적 경관의 조화를 꾀하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소리의 관점에서 지역문화개발을 하는 도시들이 매우 많아졌는데, 일본의 후쿠오카, 영국의 리버풀 등은 그 대표적인 도시이다. 물론 그 도시들은 소리풍경뿐만 아니라 음악도시로서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Soundscape(音風景, 소리풍경)라는 사고법은 사회 시스템안에서 소리 환경디자인을 창출하자 라는 슬로건이자 공공 장소에서의 소리 환경 디자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말이기도 하다. 쉽게 얘기하자면, 소리(音, sound)의 공공성(公共性)에 대한 얘기이다.

소리에도 인권이 있고 문화가 있으며, 사회성이 담겨있다는 Soundscape(音風景, 소리풍경)의 사상은, 도시 자체가 음 풍경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준다. 그럼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음풍경은 어떨까? 그리고 음악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는 강진의 Soundscape(소리풍경, 音風景)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할까? 라는 물음을 던져본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중앙역(中央驛)인 아토차 역은 마치 밀림의 식물원을 방불하듯 역 내부는 웅장한 나무와 다양한 식물들로 꾸며져 있는데, 가만히 귀 기울이면 새 소리가 흘러나온다. 스페인 곳곳의 다양한 새소리를 담아 역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들려준다.

새소리는 여행의 피로로 고단한 사람들을 위무하듯이 잔잔하게 역 내부에 스며든다. 그 소리는 당시 긴 여행에 지쳐있던 내게 짧은 힐링과 휴식을 제공해주었다. 그때의 순간을 기억할때 마다 마드리드 시의 사람에 대한 배려와 소리의 공공성을 항상 절절히 깨닫게 된다.

아직 사운드스케이프 개념조차 잘 모르는 우리 지역에 소리의 공공성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다소 생뚱 맞을수도 있거나 시기상조일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운드스케이프가 좋은 도시에 사람이 온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음악이든 소리든 뭐든 말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도시에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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