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필요없는 참으로 좋은 세상<3>
정치가 필요없는 참으로 좋은 세상<3>
  • 강진신문
  • 승인 2004.03.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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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우<온누리문학회장>

옛날 중국 고사에 의하면 공자당시 온통나라가 이합집산으로 크고 작은 제후국들이 제각각 세력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신하가 군주를 죽이고 자식이 아버지를 살해하는 패륜의 행위가 자행되어 소위 말세운운 하는 그런 시기였다.

공자는 이러한 나라를 두려한 나머지 옛날 그들의 조상이 누렸던 요순시대 같은 태평성대를 가꿔나가기 위하여 강연과 회유로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전국을 순회하였다. 소위 공자의 주류천하라고 하는 고난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때의 역사를 보면 두 부류의 선비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크게는 공자와 같이 적극적으로 사회를 계획하려는 유계급의 사(士)와 그리고 다른 한 부류는 이꼴저꼴 다 싫다하여 산골 깊숙이 자연과 벗하면서 살아가는 소위 은자계급의 도가 들이다. 그들 은자들은 세상과 격리된 채 논밭을 일구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공자가 만났다고 하는 장저와 걸익의 얘기는 유명하다.

공자가 초나라에서 제나라로 가는 도중에 장저와 걸익이라는 두 은자를 만났다. 장저와 걸익은 나란히 짝을 지어 밭을 갈고 있었는데 공자가 자로를 시켜 나루터 있는 곳을 묻게 했다. 그랬더니 두 사람은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장저라는 사람이 “저 수레타고 고삐를 잡고 있는 양반이 누구시오”하고 되묻는 것이었다.

공자라고 대답하자 “노나라 공구 말인가요 그사람 같으면 천하를 잘 돌아다니는 사람이라 나룻터 있는 곳을 모를리 없을 텐데”라고 돌아서서 다시는 가르켜 줄려고 하지 않았다. 자로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옆에 있는 걸익에게로 다가가서 물었다. 걸익 역시 묻는 말에 대답은 않고 오히려 “그대는 누구인갚라고 되물었다. “중유라는 사람 올시다.”
“그래요 그렇다면 그대는 노나라 공구의 도당이구료. 부정불의가 흐르는 물처럼 도도한데 이 천하를 도대체 누구와 더불어 개혁할 생각인가.

“이 군주 저 군주를 찾아서 돌아다니는 사람보다 차라리 우리처럼 속세를 완전히 피하고 사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이 좋지 않겠소” 하고 밭에 씨를 뿌리고 흙을 덮는 일을 계속하였다. 자로가 돌아와서 공자에게 그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공자는 슬픈 마음으로 탄식하면서 “사람은 새와 짐승과 함께 살 수 없다. 세상이 비록 험하고 비루하여 사람다운 사람이 없다고 하나 사람이 사람과 함께 살지 못하고 사람이 사는 사회를 버리고 누구와 함께 살것인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 세상을 피하고 살면서 혼자 깨끗함을 자랑하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공자자신이 동서남북을 주유하며 명군을 찾고자 하는 것도 천하에 도가 없어 개혁해 보려는 생각에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천하에 도가 있다면 새삼스럽게 돌아다니면서 명군을 찾아 헤매지는 안했을 것이다.

어느 날 자로가 스승을 모시고 다니다가 뒤떨어져 노상에서 늙은 은자 한 분을 만난일이 있었다. 노인은 지팡이에 대바구니를 걸어서 어깨에 메고 다녔는데 자로가 부자 즉 선생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은자 하는 말 “수족을 움직여서 부지런히 일 하지도 않고 오곡을 분별하지도 못한 사람을 누가 그대의 선생이란 말인갚하고 지팡이를 세우고 말없이 김을 매는 지라, 자로가 보통사람이 아닌 줄 알고 두 손을 마주잡고 서서 경의를 표하였다. 노인은 자로를 자기 집에 머물게 하여 재우고 닭을 잡아 기장밥을 지어 대접하고는 두 아들을 만나게 했다. 이튿날 자로가 공자에게 이 사실을 전했더니 공자 “그 노인은 필경 은자일 것이다. 돌아가서 다시 만나보라” 하므로 찾았으나 노인은 떠나고 없었다. 자로는 허탈한 마음으로 혼자 중얼 거렸다. “벼슬하여 군주를 섬기지 않으면 군신의 의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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