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음악의 힘찬 날갯짓을 꿈꾸다
아날로그 음악의 힘찬 날갯짓을 꿈꾸다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09.30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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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아날로그 오디오동호회 '파랑새'... 명곡 들으며 감성충전소로 각광

회원들 의기투합해 문화 공간마련... 누구나 무료로 음악 즐겨

파랑새 음악감상실에서는 어느 누구나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 글 싣는 순서
1. 강진군, 음악도시를 설계하다
2. 아날로그 감성을 즐긴다... 창원시, '파랑새'
3. 예술을 연주하다...
 '원주 중앙로 시장',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
4. 민속음악으로의 화합, '고성 민속음악 대축제'
5. 음악이 흐르는 곳...가평군 자라섬
6. 음악도시 광명...그 시작과 끝
7. 음악이 삶 되는 강진 만들자

1970~80년대는 음악 감상실의 부흥기였다. 고가인 오디오가 대중화되기 전 사람들은 음악을 들으려고 음악 감상실로 모여들었고 그런 음악 감상실은 상가 건물마다 하나씩 들어찼었다. 교복을 입은 학생부터 화이트칼라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같은 음악을 다 함께 들었다.
 
경남 창원시 시티세븐에 마련된 '파랑새'는 오늘날 음악적 감성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대표적 시민문화 공간이다.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꼭대기인 43층에 다다르면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클래식 음악이 귀를 감싸고돈다. 호텔 라운지에 설치된 값비싼 '뮤직홀'로 착각할 만큼 고급스럽게 꾸며졌으나 이곳은 원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무료 문화공간이다.
 
이곳의 이름은 창원의 아마추어 오디오 동호회 '파랑새'에서 따왔다. 회원들은 동호회원들끼리 즐기던 음악은 물론 음악문화 전체의 흐름을 일반인과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함께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의기투합했고 그러한 노력 끝에 지난 5월 이곳을 개관했다.

장소 문제는 시티세븐 43층 소유주이기도 한 회원 한 명이 저렴한 가격으로 공간을 내주기로 하면서 해결됐다. 현재 전체 공간 330㎡ 중 198㎡는 갤러리로, 나머지 132㎡는 음악감상실로 쓰고 있다.
 
이원우 대표간사와 서용범 회원이 음악감상실 외부에 마련된 음향기기를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날로그 오디오를 통해 나오는 음악 소리는 감상실을 울리며 귀뿐만 아니라 온몸을 진동시켰다. 감상실에는 2m크기의 대형 평판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그 옆으로 LP를 틀 수 있는 턴테이블과 소리를 증폭시키는 앰프가 있다. 총 가격만 수 천만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의 장비다.
 
이원우 대표간사는 "제대로 된 공간을 꾸며보자는 생각에 회원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마련해 놓을 것들이다"며 "희귀음반은 분실 우려 때문에 따로 보관하다가 감상 시에만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최대 50명까지 수용 가능한 음악감상실은 40평 크기에 의자와 소파 30여개가 구비돼 있었다. 시민들은 이곳에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는다. 친구와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있고 혼자서 책을 읽으며 소리를 듣기도 한다. 잠을 자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명상에 잠기는 이들도 있다. 음악감상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 운영되며 어느 누구나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파랑새 회원 서용범씨는 "하루 방문객은 50명 정도로 추산된다"면서 "지난 5월 개관 이후 현재까지 5천명 넘는 시민이 파랑새를 찾아 음악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인근 주민이 많지만 소문을 듣고 인근 울산이나 부산 등 다른 지역에서도 감상실을 찾고 있다고 한다. 오후 5시 이후부터 10시까지는 동호회원들에게 개방하지만 일반인이라도 동호회에 가입하면 이 시간에도 방문이 가능하다. 초창기 10여 명이던 회원은 현재 400여 명이 넘을 정도다.
 
파랑새는 요즘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의 하나인 진로탐색활동으로도 제법 인기를 얻고 있다. 개관한지 4개월여 만에 벌써 학교 두 곳에서 체험예약을 할 정도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음악세계를 접한다. 강압적 교육이나 명령도 없다. 학생들은 그저 파랭새에서 제공한 간식을 먹으며 두 시간 동안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전부다.
 
이원우 대표간사는 "우리는 무료 음악감상실을 제공하여 음악적 기부를 통해 봉사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 음악과 소리를 나누며 이를 통한 감동을 공유하려는 것일 뿐이다. 이것이야 말로 파랑새의 목표이자 꿈이다"고 강조했다.

"사연은 음악분수를 타고~"
용지호수공원 '음악신청 BOX' 

창원시 의창구에 소재한 용지호수공원에는 빨간 우체통을 형상화한 음악신청 박스를 볼 수 있다. 흡사 공중전화부스와도 닮은 이곳은 시민들이 듣고 싶은 음악을 사연과 함께 적어낼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시민들은 이곳을 '음악신청BOX'로 불렀다.
 
창원시는 지난 4월말 용지호수공원 산책로에 '음악신청BOX'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특색 있는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다양한 즐거움과 추억을 이끌어 내고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설치 이후 지금까지 수거된 신청 엽서는 2천여 건을 넘어섰다. 사연과 신청곡 접수는 음악분수 운영기간 동안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신청엽서에 사연과 신청곡을 적어 신청함에 넣으면 된다.창원시는 매주 토요일마다 사연 10건 정도를 선정해 음악분수 공연시간에 사연 소개와 함께 신청곡에 맞춘 음악을 제공한다.

인터뷰 - 파랑새 이원우 대표간사
"아날로그적 감성, 창원시 전체로 퍼져가길"
 
이 대표간사는 같은 노래라도 MP3 음원으로 듣는 것과 CD로 듣는 것, LP로 듣는 것 모두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커피라도 종이컵에 담아 마실 때와 머그잔에 마실 때의 맛이 다르게 느껴지듯 음악도 담는 그릇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파랑새'가 작지만 음악적 자존심을 지켜주는 공간, 그러면서 음악적 실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세포 하나하나 진동을 느끼고 온 몸으로 들으면 감동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듣는 형태에 따라서도 감수성은 달라진다. 개인별로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갖고 있지만 음향시설이 잘 갖춰진 어떠한 '공간'에서 음악을 듣는 것은 색다른 감동을 준다. 이 대표는 이를 '공간음향'이 주는 감동으로 표현했다. 이 대표간사는 "공간적 울림이 있으면 마음의 울림도 뒤따르기 마련이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음악적 공감을 계기로 민이 주도하는 시민문화운동이 창원시민 전체로 퍼져 나가길 바랄 뿐이다"며 "이를 위해 좋은 음악, 음원 등을 녹음해 비매품 CD를 제작하여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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