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온정주의(溫情主義)
[기고] 온정주의(溫情主義)
  • 강진신문
  • 승인 2016.08.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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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_ 작천면사무소 부면장>

온정주의란 임금은 법이나 합리적인 기준이 아닌 부모와 자식관계처럼 온정으로써 백성들을 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정의 문화에 유교적인 가부장 문화와 상명하복의 군대문화가 혼합되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일을 처리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우리 주변은 지연과 학연, 혈연으로 뒤엉켜 있고 그 테두리에서 살아간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하고 처분해야 하지만 인정에 이끌려 그렇게 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종합운동장 도로변 4거리 공터에 이런 문구의 작은 알림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경작금지 이곳은 강진군 소유의 토지입니다. 금년도에 소공원을 조성할 예정이오니 농작물 경작을 금지합니다. 000과 000" 언제부터인가 중년부부가 땅을 갈아엎어 풀을 뽑고 퇴비를 넣어 콩과 깨 등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었다. 어느날 농작물 위로 흙이 덮어졌고 해바라기씨가 파종되었다. 소유자의 사전 승낙 없이 작물을 재배한 게 잘못이다.

관리하지 못한 주인에게도 책임이 있겠지만 노는 땅인데 경작해도 괜찮겠지 하는 사회적인 온정주의가 빚은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여러명의 희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이윤에 눈이 먼 기업과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국가 그리고 돈의 유혹에 넘어가 기업을 도와준 학자에 의한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업, 국가, 학자들 중 어느 한 집단에서 통제가 이루어지고 법과 원칙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이런 사태는 발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또한 정의 문화가 물든 온정주의가 올바른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이다.

온정주의가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국민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 올림픽 축구경기로 일본과 우리나라가 경기를 할 때는 우리 선수들을 위해 응원을 할 수밖에 없고 일본과 북한의 경기에서는 북한을 응원하는 것이나 야구나 축구에서 특정 지역을 연고로 하는 것은 지역 온정주의의 좋은 예이다.

여기에는 공과 사를 구분할 필요가 없고 오로지 정에 기반을 두고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나랏님이 국민들에게 베푸는 온정은 없고 그러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온정을 베푸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다.

돈의 유혹에 불법사항을 눈감아 주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공사를 준공처리해주고, 단속정보를 단속받을 사람에게 제공해 주는 등 부정적인 온정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읍내 도로의 무단 주·정차 행위, 무허가 묘지설치 행위는 행정력으로 단속하기에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묵인한 행정의 온정주의가 낳은 대표적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위법행위를 한 사람들에게 검찰이나 법원에서 구형을 하거나 선고를 할 때 온정주의에 입각해서 형량을 정한다고 한다. 죄를 뉘우치고 반성한 사람에게는 죄의 형량을 감경해준다는 것이다. 죄를 반성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재발방지 차원에서 법률에 정해진 최고형으로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우리 사회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은 학연과 지연 등의 연고주의와 이에 손잡은 권력자들의 온정주의다. 집단이나 단체내에서 기본과 원칙을 지키기보다는 구성원 간 사적인 이해를 우선하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사회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집단내의 법과 원칙이 무시될 때 기초질서는 커다란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린다. 무분별한 온정주의는 부정부패가 개선되지 않고 매번 반복되는 원인이 되고 썩은 환부를 덮어 집단의 생명을 잃게 하는 독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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