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 농업의 성공조건
전환기 농업의 성공조건
  • 이홍규
  • 승인 2002.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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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급변하는 세계화,개방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경제질서가 재편되고 국가간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하여 강자만이 살아남는 냉혹한 국제정세에 우리는 지금 서있다.
“관세도 내리고 개방도 해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의 결정에 맞춰서 신농업정책으로 가야 한다”는 대통령 말에 따라 신농업질서로의 개편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 같다.

신농업질서란 한마디로 농업의 시장경제화로 해석된다. 절대빈곤시대를 거쳐오는 동안 지속되어 왔던 증산농정이 이제 서서히 그모습이 사라져가고 이제는 양(量)이 아닌 질(質)로서 승부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무분별하게 수입된 농산물 때문에 국내 농산물시장의 3분의 2가 이미 값싼 해외 농산물에 의해서 점령당했으며, 쌀마저도 남아도는 농산물 공급 과잉시대가 바야흐로 열리고 있다. 더구나 세계무역기구 신체제협상이 끝나는 2005년부터는 그나마 국내시장을 지켜왔던 정책수단들마저 대폭적인 감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대(地代)와 인건비가 미국·중국 등 경쟁상대국보다 10배 이상 비싸고, 경영규모마저 영세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상대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한국 농업, 그리고 증산농정체제 속에서 길들여진 정부의존적인 경영자세로 대표되는 농업인의 취약한 경영마인드로 우리 농업이 살아 남을 길을 선도할 신농정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가?

첫째, 소비자 선호에 부합되는 품질경쟁력의 강화로 가격경쟁력의 열세를 극복하면서 국내외의 틈새시장을 적극적으로 열어나가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여 유통을 차별화함으로써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는 선도농가들의 사례를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들의 힘과 노력을 한군데로 모아 국내시장은 물론이고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가야 한다.

우리와 식습관이 비슷한 일본은 물론이고, 연간소득 1억원 이상의 중국의 고소득층(총인구의 2% 수준)과 청과물 상권의 80%를 교포상인이 쥐고 있는 미국시장이 주공략 대상이다.

둘째, 농가소득안정장치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장경제 아래에서는 농산물가격은 점차 떨어지고 농가소득은 도시부문에 비해서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이것이 경제이론의 소위 협상(鋏狀:Schere)현상이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농업의 지나친 위축을 막기 위해서 다양한 소득직접지불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의 준비된 허용정책의 도입에는 지나치게 무관심했다.

예컨대, 쌀의 경우 소득지지를 위해서 우리는 매년 일정액씩 감축되는 감축대상 보조조치(AMS)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만약 쌀 수매제도의 일부를 허용정책인 공공비축제로 전환했었더라면, 감축대상보조조치 여유분을 활용하여 금년의 쌀 대란수습에 정부가 보다 효과적으로 나설 수 있었지 않았겠는가?

앞으로 시장 농산물가격은 매년 점차 낮아질 공산이 크다. 그러므로 경작면적당 일정액을 보전하는 현행의 논농업직불제도를 기준가격과 현재가격 간의 격차 일부를 재정에서 직접 보전하는 가격연동 소득안정직불제로 서둘러 개편해 나가야 한다.

셋째, 무엇보다 현재의 농업생산 규모를 유지해나가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국내농업을 포기했을 때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비용부담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내야 한다.

농업생산 과정에서 무한대로로 생산되는 식량안보나 환경보전 같은 소위 공익적기능은 너무나 크고 중요하다. 그러므로 신농정은 범부처적인 관심과 협조 속에서 그 정책의 틀이 짜여지고 집행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왜 우리만이 새롭게 재편되는 세계 신농업질서에서 뒤쳐져야 하는가 하는 반문을 제기한다. 분명히 우리의 국익을 지켜야 하고 농업협상 테이블에서 당당히 우리의 의견을 관철시켜야만 급변하는 세계농업질서속에 국내 농업이 존속할수 있음을 명심하고 차근차근 준비하여 다음 협상에서는 우리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당국에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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