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농협, 불법사업 왜 벌였나?
강진농협, 불법사업 왜 벌였나?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07.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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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 우선 변제 결정... 진상조사 위해 감사 요청

강진농협은 지난 19일 대의원 및 조합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 대의원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수탁출하사업의 사고 경위를 밝혔다. 지난 14일 긴급 이사회를 소집한지 5일 만이다. 이날 정옥태 조합장은 "심각한 사태가 발생한 만큼 대의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보고 배경을 밝혔다.

강진농협은 이번 사태를 전임 집행부의 '불법사업'으로 규정했다. 보고체계 과정에서의 '누락'과 '은폐'관계는 물론 상임이사의 방조사실도 드러냈다. 이에 일부 대의원은 전 조합장시절의 임원진에게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했고 사고 발생을 뒤늦게 인지한 현 집행부의 무능함을 질타했다.

정 조합장은 "한 점의 의혹 없이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최선의 방법을 다해 조합의 재산을 되찾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법원, "강진농협, 8억원 지급하라"
강진농협은 작년 1월 돼지 유통업체인 A사와 거래하던 B법인에 대해 지급보증을 선 뒤 거래 대금의 0.15%의 수수료를 챙기는 수탁사업을 벌였다. 이를 통해 작년 1월부터 8월 25일까지 판매대금 111억원에 대한 수수료 1천6백여만원을 챙겼다.

문제는 B법인이 8월31일부터 9월17일까지 A사로부터 돼지를 인수받고도 대금 7억3천900만원을 입금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A사는 강진농협에 대금을 대신 상환하라고 요구했고 강진농협이 채무이행을 하지 않자 지난 1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5월 강진농협에 원금 7천3백여만원과 이자 및 소송비용 등을 합쳐 8억여 원을 A사에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법규 벗어난 '명백한 불법사업'
이번 수탁사업방식은 A사가 생돈을 공급하면 강진농협이 검수증을 발행하고 B법인은 공급받은 생돈을 해체해 판매하는 체계다. 즉, B법인이 돈육 판매대금을 강진농협에 송금하면 강진농협은 판매대금의 0.15%를 차감하고 A사에 정산하는 식이다. 사실상 강진농협이 농가에서 직접 출하하지 않는 축산물을 거래명세서로만 검수하여 판매대금을 수수하고 수탁사업에 기표하여 그에 대한 수수료를 챙겼다는 얘기다. 판매사업 법규 및 수탁사업 규정을 벗어난 명백한 불법사업인 셈이다.

강진농협 관계자는 "판매사업 관련 법규에 따르면 수탁방식은 판매품을 조합원으로부터 위탁 받아 판매하거나 공급 또는 가공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규정에 위배된 사업이었음을 시인했다. 

A사의 등장 여부도 의문이다. 강진농협이 밝힌 2015년도 사업계획에는 B법인과 직접적 사업진행 방식으로 2014년도 11월 이사회 및 대의원회 의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천시에 소재한 A사가 갑자기 등장했고 생돈납품 업체로 선정되면서 수탁사업방식은 바뀌게 된다.

농협측은 "A사는 사업계획서나 수립 과정에 있어 언급된 적이 전혀 없던 업체였다"고 밝혀 사실상 이사회 의결 없이 수탁사업이 변경됐음을 뒷받침했다.  
 
 

■'누락'·'은폐'... 보고체계 어디로?
강진농협에 따르면 정 조합장이 이번 사건을 인지한 날은 지난 7월 11일이었다. 인수 인계과정에서의 누락여부를 떠나 법원확정판결이 나고도 50일 가까이 이번 사건이 내부에서 은폐돼왔다는 얘기다.

강진농협에 따르면 지난 1월 A사가 강진농협에 제기한 소장부터 지난 5월 25일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소장안내서와 변론기일통지서 등 총 7차례에 걸쳐 관련 문서를 받았으나 보고과정은 철저하게 무시됐다.

정 조합장은 취임 후부터 임직원들에게 잘못된 일이나 사고가 있으면 자진 보고할 것을 수시로 교육하였으나 이러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강진농협은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법원 소장을 은닉하거나 사고를 은폐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B법인에 법적조치 없어... 특혜의혹?
B법인은 현재 경영악화로 사실상 부도가 현실화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강진농협 대응 조치에 대해서도 파장이 일고 있다. 

한 대의원은 "강진농협은 B법인이 판매대금을 송금하지 않은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당시 어떠한 법적조치도 실행하지 않았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강진농협이  B법인에 대해 담보 확보 등 관련 조치도 하지 않고 작년 11월 출하선급금 명목으로 6억원까지 대출해준 사실도 이번 보고회를 통해 드러나면서 후폭풍도 적잖을 전망이다. 
 
 

■"선 변제 후 구상권"... 실효성 의문
강진농협은 이사회와 대의원 결정에 따라 해당 채무를 우선 변제한 뒤 전 조합장 등 관련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판매사업 법규 및 수탁사업 규정에 벗어난 불법사업의 결과인 만큼 그 책임을 전임 집행부에 묻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효성을 거둘지는 의문이다. 전 임 조합장이 언론 등을 통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다 B법인에 대한 재산추적과 압류조치도 현실적 한계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진농협은 현재 사건의 책임을 물어 A팀장과 B주임에 대해서만 각각 직권정지와 직무정지 조치만 내린 상태다.

한편 강진농협은 지난 11일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에 사고 보고 및 감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감사를 통한 진상조사를 벌여 관련 책임자에 대해서는 상응한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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