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생활 속 느끼지 못한 것들 깨우치게 하죠"
"詩, 생활 속 느끼지 못한 것들 깨우치게 하죠"
  • 김영미 기자
  • 승인 2016.05.20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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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focus] 30년째 시집읽는 시 애찬론가 칠량면 조남용씨

자녀에게 물려주고자 22권 필사

내 시집은 30년전 정기구독한 잡지책에서 '석용원 시인의 오월 기도'를 읽으면서 시작되었지. 시인들의 시에서는 내가 생활속에서 보지 못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보았다. 필사한 시들은 나를 깨우치게 하고, 내가 살아온 인생이 살아 숨 쉰다. 칠량면 송촌안길 조남용(81)씨의 30년 취미 시 애찬이다.
 
책을 가까이 하는 마음을 갖게한 조 씨는 자신의 시집 공부방을 소개했다. 방안 책장에는 전봉권, 서정주 시인 시 등의 필사본 노트와 89년 남녘 젊은 시인들의 시를 엮은 시집 등이 가득하다. 필사본 노트에는 시를 읽고 연도별로 팻말도 붙여 소중히 간직되어 있었다.
 
조 씨는 "첫 시를 대면하고 시집을 많이 샀어요. 강진읍 서점을 비롯하여 인근 장흥군, 서울까지 가서 시집을 구해와 읽었다"며 "서점에는 정말 욕심나는 다양한 시집이 있었고, 용돈을 모으거나 농사를 지어 아껴 모아 시집을 사서 읽었다"고 시집을 애찬했다.
 
그와 시의 만남은 30년전이다. 당시 조 씨는 빛과 소금이란 잡지책을 정기구독하면서 실린 석용원 시인의 '오월의 기도'를 읽게 됐다. 시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고 그때부터 마음에 와 닿는 시를 스크랩하고 필사하여 시집책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시에 푹 빠진 조 씨는 먹는 것 보다 시집 한권을 사서 읽는 것이 더 배불렀다. 이에 매월 두세 차례 강진읍을 비롯한 타지역 서점을 찾아가 3~6권의 시집을 사와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읽었다. 시 사랑은 28년간 이어졌다. 지난해부터는 친구로부터 강진군도서관에 시집이 많다는 소식을 접했고 찾기 시작했다. 매주 도서관을 찾는 조 씨는 좋아하는 한용운, 김소월 시인 등 시집을 20여권 빌려 읽는다. 도서관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입장에서 많은 책을 대여해 주고 있다.
 
조 씨가 도서관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11년전 친구의 일을 돕다 허리를 다쳤고 90도로 굽는 장애를 입어 걷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주 왕복 3시간여 걸리는 도서관 여정이 힘들지만 지팡이에 의지해 찾고 있다.

조 씨는 마을에서 군내버스 정거장이 있는 큰 도로까지 굽은 허리를 이끌고 30여분을 수차례 쉬며 걷는다. 군내버스를 타고 강진버스터미널에 내리면 다시 강진군도서관까지 20여분을 걸어 도착한다. 매주 강진군도서관을 찾는 것이 힘들지만 읽고 싶은 시집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해 멈출 수가 없다.
 
시 애찬론가 조 씨가 30년동안 시를 잃고 필사한 대학노트가 22권이나 되었다. 대학노트 한 권은 150장이나 돼 시집을 만들기가 쉽지 않지만 멈출수 없다. 바쁜 일과로 책을 읽지 못한 직장인 자녀 4명에게 세상을 떠날 때 나눠줘 아버지가 만든 시집에서 많은 것을 느껴보도록 하고 싶어서다.

이에 조 씨는 매일 8시간정도 시를 읽고 필사하는 것을 취미생활로 갖고 있다. 시를 쓸 생각이 없냐는 물음에 조 씨는 손사래를 친다. 시는 보통 마음가짐으로 쓸 수 없고, 시인의 좋은 시를 필사하고 독서 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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