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화헬기'안 뜨나, 못 뜨나'
산불진화헬기'안 뜨나, 못 뜨나'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6.04.08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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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추락헬기와 같은 기종, 한 때 '운항자제' 명령

하루 임차료 '78만원'... 산불발생에 제 역할 못해

지난달 31일 오후 군동면 장산리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주민 A모(54)씨가 야산 인근 밭에서 농산폐기물을 소각하다 불길이 번진 것이었다. 산불이 나자 군 공무원과 산림청 진화팀, 소방대원 등 100여명이 화재진압에 동원됐고 11개 읍·면 산불진화차량과 소방차 3대 등이 투입됐다. 산불진화용 헬기 1대도 상공에서 진화작업을 벌였다.
 
다행히 큰 불길은 잡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산불은 2시간 만에 진화됐다. 피해면적은 0.01㏊에 그쳤고 피해액은 소방서추산 40여만 원 정도였다. 군 관계자는 "신속한 초기진화 덕분에 산림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군은 지난 1월부터 산불발생 예방과 초기진화 목적으로 비상근무체계를 강화했고 산불취약지역에 대해서는 감시 인력을 집중 배치해왔다.
 
올해 처음으로 산불진화 헬기를 임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진과 장흥, 영암 3개 지자체는 각각 1억2천여만원씩 공동으로 부담하고 산불발생 취약기간인 160일(1월23일~5월22일. 11월1일~12월9일)동안 헬기를 임차했다. 전라남도는 1억6천만원을 별도 지원했다. 3개 군이 임차한 헬기는 지난 1월23일부터 강진종합운동장에서 상시대기 중인 상태다.  
 
그런데 이날 화재 현장에 투입된 헬기는 군이 임차한 것이 아닌 20여㎞떨어진 영암소방항공대에서 이륙한 헬기였다. 산불발생지점과 강진종합운동장은 직선거리로 5㎞정도에 불과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군이 임차한 헬기는 뜨지 않았다. 5억원을 들여 빌려놓은 헬기가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 군은 "해당 헬기에 이상이 생겨 이륙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산불발생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영암소방항공대에 헬기투입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헬기 조종사 또한 "이륙준비 과정에서 오일누유 현상이 확인됐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산불헬기 추락사고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무리한 운행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진군 등이 임차한 헬기는 독일제 BO-105S모델로 지난 1월과 3월 각각 전북 김제와 화성시에서 추락한 헬기와 같은 기종이다. 국내에 등록된 BO-105S는 추락한 헬기를 포함해 총 6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모두 세진항공 소속이다. 남은 4대는 강진(영암·장흥)과 구례, 함평, 여수 등 지자체 4곳이 임차해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세진항공은 이들 4개 지역에 각각 헬기조종사 1명과 정비사 2명을 투입해 헬기운행에 나서고 있다. 
 
그러다 최근 이 기종 헬기의 추락사고가 잇따르자 서울지방항공청은 해당헬기 운항에 대해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운행자제' 명령을 내렸다. 조종사들은 이 기간 동안 여수에서 조종안전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니까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에 산불이 발생했더라도 사실상 임차한 헬기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는 얘기다. 운행자제 해제 다음날에는 '누유현상'으로 정작 정상적인 임무에 나서지도 못했다.
 
각 지자체가 하루 임차비로 78만원씩을 쏟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씁쓸한 투자'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해당기종에 대한 특별점검이 오는 22일까지 또 연장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 기간 동안 임차한 헬기가 정상적인 운항에 나설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계약상 운항실적이 없는 경우에도 임차비용은 지불하도록 되어있다. 전남도가 세진항공 측에 손실비용을 청구하거나 손실기간 만큼 임대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는 방안이 있다지만 보상범위가 해당 지자체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임차한 헬기가 40년 이상 된 기종이라는 것도 임대기간 동안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에 해당 헬기 정비사는 "장비마다 교체시기가 있고 엔진과 프로펠러 등 중요핵심부품등은 사용 시기에 따라 교체되고 있다"면서 "연식이 오래됐다고 해서 무조건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헬기조종사와 정비사는 현재 헬기자체에 이상은 없다면서 산불발생 현장에 곧바로 투입이 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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