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건물 외벽이 '툭툭'
태풍에 건물 외벽이 '툭툭'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5.07.24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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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덕리 모텔 방치 15년째... 주민들 "흉기 다름없어"
군, 소유자에 안전이행 통보... 실질적 해결은 '난항'

도암면 만덕리에 거주하는 A모(71)할머니는 비바람이 불어 닥치는 요즘 같은 날이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행여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면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다. 위태로운 여름을 맞고 있는지도 올해로 15년째. 흉물스럽기 짝이 없던 건물은 어느덧 '공포의 무기'로 변해있었다.

지난 23일 도암면 만덕리 한 모텔건물 앞. A씨 등 주민 5명이 모여 앉아 건물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불만과 불평을 쏟아냈다. "이제는 무섭고 겁이 난다"라는 불안의 목소리도 간간히 흘러나왔다. 또다시 태풍이 오고 있다는 얘기에는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들 가운데 4명은 모텔반경 20~30m이내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건물은 한 눈에 봐도 볼썽사나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꼭대기 층은 창문구멍이 뻥뻥 뚫렸고 틈사이로 보이는 철골구조물은 잔뜩 녹이 슬었다. 엘리베이터가 놓였던 건물좌측 부분은 각종 철선만이 흉물스럽게 드러났다.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건물은 연면적 1,652㎡(500여평)에 지상 6층 높이로 지난 1999년 불어 닥친 태풍에 건물 일부가 크게 파손되면서 이러한 상태로 15년 넘게 방치돼왔다.  

가까이 갈수록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건물 주변 바닥에는 깨진 벽돌조각이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주민들은 지난 13일 불어 닥친 태풍에 건물 외벽을 감싸고 있던 벽돌이 떨어지면서 부서진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6층 높이의 외벽은 그 흔적이 뚜렷했고 태풍이 닥치면 또다시 떨어질 듯 위태로웠다.  주민들은 "거센 바람이 불면 건물이 취약하고 벽돌까지 날아다녀서 흉기가 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건물은 태풍피해를 입은 당시만하더라도 '안전의 위험'보다는 '경관의 훼손'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더 컸다. 만덕리 일대에 다산유적지와 수련원은 물론 철새도래지와 가우도 출렁다리 등 지역의 대표 관광지 길목에 폐허건물이 계속 방치될 경우 관광지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게 주된 지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몇 년 전부터 건물외벽과 시설물이 하나둘씩 떨어져나갔고 그 횟수와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갔다. 눈이 쌓이는 겨울에도 그랬고 거센 바람이나 태풍이 불어 닥치는 여름이면 상태는 더욱 심각했다. 그럴 때마다 군은 건물소유주에 안전조치를 이행해 줄 것을 전달했지만 "능력이 없다"는 답변만 번번이 들어야만했다. 행정당국의  강제적인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에 놓이면서 주민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인 셈이다.    

건물의 위험성은 지난 15일 열린 제230회 강진군의회 정례회에서도 언급됐다. 배홍준 의원은 해당건물에 대해 "깨진 유리조각이 떨어지거나 외벽이 무너진다면 무고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강진소방서 등과 합동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건물소유주에게 안전조치 이행명령을 통보했다"며 "건물소유주, 강진군전문건설협회와 대책을 논의해 빠른 시일 내에 안전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건물은 토지와 건물 소유자가 다른데다 가압류는 물론 전세권자들이 제3자에게 지불해야 할 저당권까지 가압류되는 등 그 금액이 수십억 원에 이르고 있어 실질적인 해결이나 처리에 한계를 겪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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