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고 자르고... 황칠나무 수난시대
베고 자르고... 황칠나무 수난시대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5.03.23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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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 소문에 무단벌채 기승... 보호·관리 사실상 한계 
황칠재배농가, "도로변 CCTV등 장비 강화해야"


최근 도암과 칠량 일대 야산에서 행해지고 있는 황칠나무 무단 벌채 현장이다. 주로 밑동을 자르다보니 농가들의 손실이 크다.
임업후계자인 A모씨는 요즘 황칠나무를 베가는 절도범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러한지도 벌써 두 달째다. 그 사이 사라진 황칠나무는 수십여 그루. 최근에는 지름이 15㎝이상 되던 황칠나무 다섯 그루가 또다시 사라졌다. 모두 20년 이상 자란 것들이어서 경제적 가치로 따져 보면 피해액은 수백만 원에 이를 정도다.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진다. 나무의 가장 아랫부분을 톱으로 베어 통째로 가져가는가하면 나무밑동만을 잘게 잘라 가져간 흔적도 있다. 필요한 나무와 그 부위를 점찍어 놓은 뒤 운반할 장비와 사람을 구해 적절한 시간에 나무를 몰래 베가는 것이다. 계획적 범행이다. 

하지만 재배면적이 광범위하다보니 범행이 있은 지 수 일이 지나서야 현장이 목격되는 게 대부분이다. A씨의 재배면적은 대략 2만평 정도. 관리와 보호에 한계를 겪다보니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25년째 황칠나무를 재배하면서 이처럼 수난을 겪기는 올해가 처음"이라면서 "경제적 손실은 물론 자원으로 이용하는 것마저 어려워 질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황칠나무는 보통 15년 이상 자라야 수액 채취가 가능한데다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그런데 밑동을 잘라 버리면 더 이상 살지 못해 아예 채취를 할 수 없게 된다. A씨는 참다못해 지난 2월 피해사실을 강진경찰서에 신고했지만 아직까지 범인의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 황칠나무의 효능과 가치가 알려지면서 해당 농가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관내 황칠재배 농가는 대략 50여 농가에 이르고 있으나 주로 칠량과 도암 일대 지역이 주된 표적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업인 B모씨는 "황칠은 비교적 그늘진 곳에서 해풍을 많이 맞고 자란 것을 으뜸으로 여긴다"면서 "지형적 영향과 주변 환경에 따라 상업적 가치나 가격에 차이를 보인다"고 전했다.

약리효과도 탁월하다고 한다. 황칠나무는 안식향이란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어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편안하게 해준다. 자체 면역기능을 함유한 세스키테르펜·베타실린·아미노산·칼슘 등의 성분도 들어있다. 당뇨 예방, 혈압 개선, 노화 방지, 간 보호, 항암효과 등 그 효능이 다양한 이유다.

이처럼 황칠나무가 최근 약용식물로 인기를 끌면서 무단벌채가 성행하고 있지만 실상 보호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황칠재배 농가들의 하소연이 무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방범용CCTV 등의 장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비의 노후화에 따른 역할과 기능상실이 대표적 이유다.

도암면의 한 재배농가는 "경찰과 함께 피해발생지역 인근에 설치된 방범용CCTV를 확인했으나 차량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황칠재배 농가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적절한 수단과 보호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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