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잊지 못할 강진의 추억
[기고] 잊지 못할 강진의 추억
  • 강진신문
  • 승인 2015.02.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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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상

3년간의 공무원 수험생활을 마치고, 전라남도 지방직에 합격하여 강진에 처음 오게 되었다. 도시생활에 익숙해있는지 몰라도 강진 도시규모가 너무 작아서 실망했다. 그러나 답답하고 번잡한 도시의 생활에서 벗어나 맑은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좋았다.
 
2014년 9월 22일 예산 팀에 배치가 되었는데 시작부터 정신없었다. 처음하는 야근부터 수많은 전화들, 하루종일 정신없었다. 편히 쉬고 싶었지만 저녁과 주말시간도 제한되었다. 늘 포기하고 싶었다.

여기서 그만둬야하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합격의 순간 기뻐하시는 부모님과 믿고 기대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어려웠던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5개년 동안의 예산 계획이 담긴 중기지방재정계획이다. e-호조 입력에서부터 재정계획 회의 그리고 중기지방재정계획 책자 발간과 배부까지의 작업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체크만 해주면 됐기 때문에 쉬운 업무인 걸로 생각했지만 그건 크나큰 오산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세입과 세출 금액을 맞추는 거였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의 세입과 세출 금액을 맞추는 건 골치아픈 일이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세입과 세출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었다. 골치아프고 귀찮은 일의 연속이었지만 나름대로 마감시점을 정하고 계획대로 일을 진행하면서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12월, 내 이름이 적힌 강진군 중기지방재정계획 책자를 받아보니, 몇날 며칠동안 휴식을 반납하고 일에 매달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3~4일 그리고 일주일 간격으로 e-호조 처리단계를 수행해야 하는데 압박감이 들었다. 수십 번 가량을 e-호조 사업단을 괴롭히며 업무를 처리해 나갔다.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끊임없이 고민하고 차분히 일을 진행하다보니 어느새 중기지방재정계획 책자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중기업무를 진행하면서 중기지방재정계획 수립,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 등을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다양한 업무에 우선순위를 정해  차례대로 처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업무시간 틈틈이 옥상에서 강진군 시가지와 맑고 높은 하늘, 군청 뒷산에 우뚝 솟은 소나무를 보며 그동안 소홀했던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행운이 따라주었지만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었다. 강진에서의 4개월은 또 다른 행운이자 선물이었다.. 그래서 서울시 최종합격이 된 이후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사회로 첫발을 디뎠는데 경험이 많고 능력을 갖추신 분들과 근무하고 기획홍보실에서 있을 수 있어서 정말 큰 영광이었다. 업무뿐만 아니라 세상물정에 대해서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2014년, 특히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

4개월 동안의 강진생활 중 가장 큰 수확은 정말 사소한 것도 지나치지 않고 중요하게 처리했다는 점과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는 자세를 배웠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서울생활이 어렵다는 진심어린 충고를 많이 들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강진에서 배운 자신감과 여유 때문이다. 서울시로 가게 됐지만 강진에 대한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시민에게 많은 걸 봉사하는 공직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소박한 꿈을 이루게 해준 강진군!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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