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최고의 육질과 최저의 가격으로 승부
[특집] 최고의 육질과 최저의 가격으로 승부
  • 김응곤 기자
  • 승인 2015.01.23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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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품질로 승부한다 '합천 황토한우'

삼가브랜드육타운 1층 내부 모습이다. 합천축협이 운영을 맡게 되면서 최근 재개장한 이곳은 합천황토한우 등 육류와 지역 농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황토 먹인 한우' 브랜드화... 초음파육질진단 등 체계적 관리
상인들 전략도 한몫 '삼가 한우단지'... 농촌마을을 관광지로 바꿔


예부터 경남 합천군은 산이 많아 농사지을 땅이 적었다. 눈 돌린 것이 그나마 소 키우는 것 정도였다. 다행히 자연환경은 소 키우기에 더없이 좋았다. 산지가 많아 청정 조사료는 풍부했고 조용함과 맑은 공기는 소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데 적합했다. 오늘날 합천 한우가 전국적으로 이름 떨치게 된 일종의 근간이 된 것이다.  

합천군은 지난 1990년대 중반 '황토 먹인 한우'라는 것을 브랜드화 했다. 오늘날 말하는 합천황토한우다. 합천지역은 우리나라에서 품질 좋은 황토가 널리 분포 되어 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각 자치단체에서 한우·돼지를 기획해 만들던 시기에서 황토를 내세운 전략은 꽤 성공적이었다. '황토속의 효소성분과 미네랄의 대사 작용으로 면역성을 증강시켜 소가 건강하게 자란다'는 얘기는 오늘날까지도 합천황토한우를 알리는 데 빠지지 않는 홍보성 멘트다.

황토의 효능에 힘입어 '합천황토한우'는 브랜드 한우경매에서 최고급육으로 판정받는 성과를 올리게 됐고, 뛰어난 맛과 웰빙시대에 맞는 사육법을 무기로 수입육과 품질차별화한 전략을 갖추며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는 계기 또한 마련했다.

합천등록우 전자경매시장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송아지 경매가 이뤄지는데, 이를 통해 매해 6천여마리 이상 되는 우량 송아지를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사료 만드는 공장도 별도로 있으며 생산에서 판매까지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합천축협관계자가 삼가브랜드육타운1층에 조성된 한우홍보전시관에서 초음파육질진단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생적으로 안전한 최고급 고품질육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합천황토한우만의 특징 중 하나다. 합천축협 관계자는 "합천황토한우는 출하직전까지 최고급 육질생산에 힘쓰고 있다"며 "특히 최고급 육질생산에 힘쓰기 위해 출하직전 마블링의 상태를 체크하여 최고의 상태일 때 출하한다"고 설명했다.

마블링 진단 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초음파육질진단이다. 초음파 기기를 이용해 한우 조직의 크기나 두께, 면적 등 연부조직에 대한 측정을 하는 기술이다. 실시간으로 정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러한 방법을 이용해 고급육 생산 시 경제적인 출하시기를 판정할 수 있다는 게 축협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생후 29개월령 이상 된 한우들은 서울 축산물공판장을 통해 상장경매를 실시하며 축협직판장 및 전국 주요 가맹점 납품은 고령과 김해 등을 통해 출하된다. 이곳들은 모두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인증 공판장들로 가공처리과정에서도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자하는 합천황토한우의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개장과 휴장 등 애물단지로 취급돼 오던 삼가브랜드육타운이 최근 합천축협으로 인해 다시금 개장에 나선 것도 합천한우산업으로써는 대단한 희소식이다.

지난 2013년도 9월 개장한 삼가브랜드육타운은 국내 축산물 브랜드 육성을 목적으로 74억여 원을 들여 삼가면 일대 8천872㎡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세워졌으나 개점과 휴업 등을 겪으며 전형적인 실패정책으로 지적됐다.

합천군 관계자는 "합천축협이 직접 운영을 맡았기 때문에 향후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탁업체가 자생력을 키울 수 있도록 브랜드육타운 홍보에는 군에서도 적극 협조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재 삼가브랜드육타운은 1층에는 육류 판매장, 홍보전시관 등이 마련됐으며 2층에는 식당이 들어서 있다.

합천군 한우산업에 있어 삼간우단지도 빼놓을 수 없다. 오히려 사람들 귀에 더 익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다. 

경남 진주에서 합천방향의 국도 33호선을 자동차로 30여 분가량 가다 보면 남명 조식 선생의 탄생지와 뇌룡정이 있는 합천군 삼가면에 이른다. 이곳은 합천읍과 진주시, 의령군, 산청군을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인데다 5일장이 서는 장터가 형성돼 4천여 명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밀집형 농촌마을이다. 지리적 여건이나 인구로 봤을 때 강진으로 치면 성전면과 흡사한 모습이다.

삼가면은 큰 우시장이 있어 주위에 크고 작은 고깃집이 많았다. 주로 소고기를 취급하는 전문식당이 주를 이뤘는데 현재까지도 이러한 형태의 식육식당이 20개 넘게 자리하고 있을 정도다. 30년에서 최고 45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곳도 여럿이다.

합천면 삼가면 삼가한우단지 모습이다. 합천 내에서도 대표적 한우관광지로 꼽히는 이곳은 현재 20여개 식당이 성업중이다.

이곳 식당가들의 대부분은 필요한 소를 자신들의 축사에서 직접 사육하고 있다. 그래서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한우를 도축해 항상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이곳만의 특징이다. 때문에 삼가한우단지는 장터구경과 함께 입맛을 당기게 하는 한우고기로 합천지역민은 물론 외지인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다. 손님들 입에서 '저렴한 값으로 푸짐하게 먹었다'는 말이 나오면서 입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매년 4~5월 정도면 대다수 식당에 자리가 없을 정도인데, 하루 매출이 1천만 원을 넘는 식당도 적잖다. 이렇다보니 식당 20여 곳에서 발생하는 연간 매출이 100억원을 웃돈다는 얘기까지 자연스레 흘러나올 정도다. 조그만 면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치고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전국에서 소고기 가격이 가장 싼 곳"

인터뷰 - 합천 삼가식육협회 조상경 회장

삼가식육협회 조상경(42)회장은 삼가 한우단지에 대해 "고품질의 한우고기를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고 짧고도 강한 어조로 답했다.

전국에서 소고기 값이 가장 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라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다른 곳에서 돼지고기를 먹을 값으로 이곳에서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가 한우단지에 자리 잡고 있는 식당들은 가족들과 친인척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많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식당 주인들이 직접 소를 사육하거나 사육해본 경험이 있어 우수한 육질의 한우를 선별해 도축하다보니 맛있는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는 유통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조 회장은 "축산공판장에서 경매를 통해 소를 구입해와 도축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비싸게는 한 마리에 천만 원이 넘은 소를 사다가 손님들에게 내놓은 적도 있다"면서 "품질과 서비스면에서 신뢰성을 주고 있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삼가 한우단지의 명성을 이어온 밑거름이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현재 삼가 한우단지 내에서 황우식육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소 값이 비싼 요즘에도 1인분(200g)에 1만8천원에 제공하는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조 회장은 "소문이 번져 진주와 창원, 마산은 물론 대구와 부산에서도 손님들이 몰려오고 있을 정도다"며 "고기와 함께 신뢰와 정을 함께 팔겠다는 상인들의 철칙이 오늘날의 유명세를 이룬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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