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태풍에..."이게 웬일 입니까.”
비에, 태풍에..."이게 웬일 입니까.”
  • 주희춘
  • 승인 2002.09.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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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낙과피해 현장을 가다
▲ 작천 농민 문동님씨가 떨어진 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배라도 제 가격에 팔아보려 했는데 이게 웬일 입니까.”

2일 오전 작천 면소재지옆에 있는 배밭에서 농민 문동님(여·41·작천 평리)씨는 땅에 떨어진 노란배를 열심히 줍고 있었다.

태풍 ‘루사’가 지나가면서 900평의 배밭에서 노랗게 익어가고 있던 배의 약 3분의 1정도가 땅위에 내동댕이 쳐졌다.

문씨는 “8년동안 배농사를 했지만 수확을 코앞에 두고 피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추석대목도 포기해야 할 판이다”고 한숨지었다.

태풍 루사는 배 재배농가에 큰 타격을 가하고 사라졌다. 배를 재배하고 있는 관내 105가구의 전체 면적 86㏊에서 대규모 낙과피해를 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군은 피해규모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배재배농가들은 올들어 두 번째 피해를 입었다. 지난 5월께 이상기온으로 꽃이 적게 피어 열매를 많이 맺지 못했고, 이번에 적은 양이나마 벼의 시중가격이 그런대로 유지됐으나 태풍을 맞아 수확이 급감하게 됐다.

수확이 한창인 포도도 이번 태풍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도암 만덕리 신평마을 홍청룡(63)씨의 포도밭은 매년 포도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로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홍씨는 요즘 손님들을 빈손으로 되돌려 보내고 있다. 팔수 있는 포도가 없기 때문이다.

홍씨집 바로 뒤편에 있는 포도밭으로 들어가 보자 포도를 감싸고 있는 종이봉지들에 시뻘건 물이 요란하게 들어 있었다. 포도송이가 비에 맞아 포도알이 터지면서 알맹이 속의 액체가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은 완전히 상품의 가치가 사라진 것으로 나무에 그대로 썪고 있었다. 특히 지금부터 맛이 들기 시작하는 ‘거봉’의 잎이 태풍때문에 대부분 떨어져 버러 수확이 될지 걱정이 태산이다.

이 때문에 홍씨가 경남 김해에서 구입한 총 700여개의 포도판매용 상자는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홍씨집 한쪽에 쌓여있다.
홍씨는 “8월 초부터 갠 날씨가 몇일이 안됐다”며 “포도가 봉투안에서 썩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딸기재배농가도 피해를 입었다. 강진읍 춘전리 일대 딸기재배농가들은 일부 비닐하우스가 찢어지거나 어린 모종이 침수됐다. 농민들은 어린모가 침수되면 생육이 늦어져 오는 12월 정상적인 출하를 못해 20~30%까지 가격 하락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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