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배울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한글을 배울수 있어 너무 행복해요"
  • 김철 기자
  • 승인 2012.10.1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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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focus] 61세에 처음 한글을 배운 늦깎이 만학도 강옥자씨

성인문해교육시화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 수상

어린 시절 내 친구는 소 / 아침부터 저녁까지 / 떨어지지 않는 다정한 친구 // 날마다 들에 나가 / 소 먹이 풀을 베고 많이 울었다. // 소야 너는 좋겠다. 말을 못하니. 글을 몰라도 되니 / 차라리 나도 소가 되고 싶었다. // 60년 소처럼 살아온 난 / 이제 / 멍에를 벗고 / 어린 시절 소처럼 / 맘껏 배움의 들판에서 / 꿈을 뜯는다.
 
이 글은 지난 8일부터 서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열린 시화전에서 최고상인 교육과학기술부장관상을 수상한 향우 강옥자(63)씨의 작품이다.

평생 한글을 모른채 살아온 강씨가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쓴 내친구는 소라는 작품이다. 글의 곳곳에는 강 씨의 60여년의 세월의 흔적과 함께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설움이 곳곳에 묻어나 있다.
 
이번 최고상을 수상한 강 씨는 옴천면 영산리가 고향이다. 6남 2녀 8남매의 큰딸로 태어나 제대로된 학교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

학교에 갈 시간에 소를 끌고 들판으로 나가야만 했다.  울고불고 학교에 가겠다고 떼를 썼다면 학교에 다닐수도 있었겠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강 씨는 부모의 말에 순종하면서 들판으로 나돌아야했다.

오빠나 동생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백점을 맞았다고 자랑하면 시샘보다는 언젠가는 공부를 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린시절을 지내왔다.
 
20세에 결혼한 강 씨는 남편과 함께 장사를 위해 완도로 터전을 옮겼다. 완도의 삶도 녹록치 않았다.

좌판에 고사리 같은 나물을 팔고 완도 청해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며 김치, 각종 젓갈, 도시락 반찬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차츰 생활이 나아져 건어물, 식육점 등 점차 가게는 커져 갔지만 한상 마음속에는 배움에 대한 미련이 가시지 않았다.
 
자식들을 모두 교육시킨 강 씨는 우연히 친정에 들려 찾아간 미용실에서 목포에서 한글공부를 할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때부터 강 씨는 직접 목포로 가서 학교에 정식적인 수업을 받을수 있는지 확인했다.

남편에게 평생소원이 글을 배우는 것이 라고 말하고 남편으로부터 허락을 받아냈다. 공부를 위해 완도의 집도 정리해 25만원짜리 임대아파트의 월세를 내 비로소 꿈에 그리던 학생이 됐다.
 
이때 나이가 61세였다. 2년여간의 한글 교육을 받은 현재는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부설 평생교육원 문해 3반 반장을 맡고 있다. 꿈에 그리던 한글공부를 하면서 남편과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강 씨의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강 씨는 "어릴적 친구들이 학교에 가면 항상 마음속에는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었다"며 "지금은 글도 배우고 생활속에서 쓸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 고향인 강진에도 가정형편으로 글을 모르는 나이든 사람이 많아 평생교육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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