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부부의 따뜻한 해로 이야기
어느 노부부의 따뜻한 해로 이야기
  • 김철 기자
  • 승인 2003.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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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량 김진목(93)·마세순(87)부부 "함께 있으니 행복할 뿐이제"
노부부가 70여년의 결혼생활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다정하게 살아가고 있어 훈훈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칠량면 현천마을에서 터전을 잡고 자식들과 생활하고있는 김진목(93)·마세순(87)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김씨부부는 올해로 결혼한지 70년이 된다. 23살의 나이에 김씨는 당시 17살의 나이의 군동 삼신리 출신의 부인마씨와 혼례를 올렸다. 가난한 생활때문에 김씨는 결혼후에 부인과 떨어져 9년정도를 남의집생활을 해야했다. 당시에는 가난으로 김씨부부는 하루 세끼 밥을 먹기가 힘들정도였고 죽을 쒀서 식사를 대신하는 날이 더 많았다.

 

가난속에서도 김씨부부는 2남2녀의 자식들과 화목함을 잃지않았고 가족간의 우애속에 생활해나갔다. 하지만 가난으로 자식들에게 고등교육을 시켜주지못한 것이 김씨부부의 가슴속에 항상 한이 되었고 객지로 돈을 벌기위해 나가는 자식들에게 미안함은 말로 표현할수없었다. 성장한 자식들은 김씨부부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고 이후 생활은 점차 나아졌다.

 

가족들에게 시련이 찾아온 것은 김씨가 전립선증상이 나타나 수술을 하게 된 30여년전부터다. 온 가족들이 김씨의 병간호에 달려들었고 당연히 제일 힘든 것은 부인 마씨였다. 묵묵히 병을 간호했던 부인과 자식들의 정성때문인지 김씨의 병은 차츰 호전됐다. 김씨의 수술로 가족들간 서로 믿고 의지하는 모습들이 강해졌고 부부간의 아끼는 마음도 두터워졌다.

 

지금도 김씨는 바쁜농사철에 며느리 김옥자(52)씨를 대신해 광주에 있는 손자들을 부인 마씨가 찾아갈때면 겉으로 내색은 않지만 언제 집으로 돌아오느냐며 자식들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는 부부애를 과시한다. 김씨부부는 10여년전인 결혼60주년도 행사를 치루지않았다. 자식들의 성화속에서 김씨는 특별한 행사보다는 부부가 몸건강하게 자식들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바랬던 것이다.

 

김씨는 “자식들의 효도가 없었다면 두 늙은이들이 건강하게 지금까지 못살았을 것”이라며 “항상 조용히 옆자리를 지켜주는 부인이 있어 삶이 더 행복하다”고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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