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정책 농촌현실 외면 심하다
사설-정부정책 농촌현실 외면 심하다
  • 특집부 기자
  • 승인 2003.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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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정부정책 농촌현실 외면 심하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병원셔틀버스가 환자를 유인한다며 운행을 정지시켰다. 행정자치부는 면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운영한다며 면사무소 공간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고 있다. 경찰청은 사고에 보다 빨리 대처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위한다며 면단위 파출소를 사실상 폐쇄했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정부 정책들을 대하며 회의적인 시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농촌현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정책들이 아무런 논의 절차없이 시행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 중앙정부가 농촌현실에 맞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주민대표라는 정치인들은 정부부처를 상대로 어떤 문제제기라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보건복지부가 병원셔틀버스를 중단시켜 쓸데없이 병원가는 사람을 줄이고 이에따른 과잉진료를 막아 보건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계산까지는 좋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도시에서나 해당되는 말이다. 농촌에서 병원셔틀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노인들은 최소한의 고통이라도 줄여보려고 병원에 다니고 있다. 요즘엔 약도 일주일분 이상은 주지 않아 정기적인 병원출입은 노인들의 일생 생활이 됐다. 병원셔틀버스는 노인들이 마을에서 읍내 병원을 오가는 동안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서비스다. 노인복지를 위한다면 보건복지부가 오히려 장려해야할 일 아닌가. 농촌노인문제에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노인들에게 동냥은 못줄지언정 쪽박을 깨뜨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이 경찰조직의 사건사고 대처기능을 높인다며 면단위 파출소를 통폐합해 순찰대로 재편 한것도 농촌의 현실과는 무관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경찰청이 말하는 사고대처 능력이란게 도난사고가 발생할 경우 순찰대가 일시에 출동해 사건을 조기에 해결하겠다는 것인데 인구가 많고 교통이 혼잡한 대도시에서나 필요한 기능으로 보인다. 

대신 농촌 파출소는 주민들의 지근거리에서 애로사항을 살피면서 사랑방 역할도 해야 하고, 요즘처럼 노인인구가 많을 때에는 경찰들이 마을노인들과 무릎맞대고 살면서 말 동무라도 한번 더 해주는게 큰 치안기능이다. 공동화되고 있는 농촌마을이야 말로 치안의 사각지대라 할만하고 농촌의 범죄는 파출소가 그곳에 있으므로 해서 예방되는 효과가 클 수 밖에 없다. 농촌현실을 감안할 때 파출소야 말로 주민들 속으로 좀 더 가까이 들어가야 하는 조직인 것이다.

면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개조하고 있는 것도 농촌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대표적인 정책이다. 본란을 통해 몇차례 지적한바 있으나, 주민자치센터 개조는 원래 대도시 동사무소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었다. 면사무소 기능을 축소시킨 것이나, 면지역에 주민자치센터를 개설하는 것도 모두 농촌지역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다.

인구 3천명도 안되는 면지역에 주민자치센터를 설립한들 무슨 효과가 있겠으며 그곳에 취미교실을 개설한들 이용할만한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농촌의 복지문제는 보다 과학적으로 분석해야 하고 농촌특성에 맞는 정책을 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도시에 적용하기 위해 만든 정책을 농촌에 꿰 맞추는 복지정책은 백전필패할 수 밖에 없다.

도시와 농촌은 양분화 현상이 오래전부터 심화되어 왔다. 두 곳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존재하고 있으나 생활양태와 문제발생 양상들이 분명히 다른게 현실이다. 사람들의 정서도 분명히 다르다. 모두 도시에는 인구와 경제력이 집중되어 있고 농촌에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은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시행되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여기까지 생각이 닿지 않는다면 당연히 국회의원이 그 역할을 해야한다.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역구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정책변화를 요구해야한다. 자치단체도 지역의 현실을 전달해야 하고 도의원들이나 군의원들도 정책변경을 요구하는 선봉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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