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침체3]약발없는 지역발전전략
[지역침체3]약발없는 지역발전전략
  • 주희춘 기자
  • 승인 2003.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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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5년간 강진의 가장 큰 변화중의 하나는 관광분야의 발전과 지역기간산업의 확충이라고 할 수 있다. 청자문화제는 2년 연속 문화관광부 선정 최우수 축제에 지정되는 명성을 누렸다. 전국적으로 3개정도의 최우수축제가 지정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연속적으로 국가지정 최우수축제에 지정된 것은 대단한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병영성 복원사업과 하멜의 부각, 다산유적지 정화사업등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관광개발사업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기간산업 육성도 괄목할 만 하다.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말까지 100억여원의 특별교부세가 지역에 쏟아 부어졌다. 여기저기 시원스럽게 도로가 뚫려 교통불편 때문에 지역에 살기가 어렵다는 말은 사라졌다. 앞으로 목포~광양간 고속도로가 뚫리고 광주~완도 고속도로도 계획되어있다. 목포~보성간 철도가 뚫리면 강진은 고속도로 2개와 철도가 동시에 통과하는 초유의 교통환경을 맞게 된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 4~5년 동안 한편에서 가장 어두운 지표를 경험해야 했다. 2001년 인구 5만 붕괴, 지난해 전남도내 인구 감소율 1위, 지난해 전남도내 부동산 거래 하락율 최고, 최악의 지역경기....

 

인구감소와 소비위축은 농촌지역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현상이지만 강진은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강도가 쎘다.

 

전국 최고의 청자축제를 보유한 지역이, 막대한 교부금이 투자된 지역이, 도로가 시원스럽게 뻥뻥 뚫린 지역이 왜 인구를 전남에서 가장 많이 잃었을까. 왜 주민들은 의욕을 잃고 있고, 희망을 줄여 나가는 것일까.

 

그 원인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규명할 일이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여러 가지 말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주민은 지역개발만으로 지역 인구를 붙잡을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고 분석했다. 왠만한 마을도로가 모두 포장되어 있고, 불편없이 대도시로 왕래할 수 있는 시대에 사회간접자본을 비롯한 기간산업 투자가 지역민들을 사로잡았던 시대는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제조업유치가 어렵다면, 지역기간산업 투자와 함께 주민복지분야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 김모(40․상업)씨는 “아이들 중․고등학교 교육비가 상당부분 지원 되면 강진에서 살겠다”고 말했다. 중고생들 교육비를 국가에서 지원해 주면 더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고, 나중에 이를 대학교육비에 사용하면 도시에서 수입을 올리는 것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주민 이모(50․회사원)씨는 “노후에 강진에서 불편없이 살 수 있으면 왠만한 사람들은 강진에서 살 것”이라고 희망했다. 이씨는 “그나마 노후 생활이 보장된다는 공무원들 조차도 퇴직 후 고향에서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이 드물다”고 덧붙였다.

 

마을에 가면 혼자사는 노인들 뿐이고, 직장생활 후 퇴직자들 조차도 나중에는 대도시병원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40, 50대 주민들이 힘있고 건강할때 도시에 집 한 채라도 장만하려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항변이다.

 

주민 이모(58)씨는 “지역에 이런저런 100억대 공사를 벌이는 것 보다, 이 돈을 지역교육에 투자하고 노인복지분야에 쏟아부으면 그 효과는 사회간접자본 투자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계적으로 사회간접자본과 주민복지분야를 균형적인 규모로 투자해야한다는 뜻도 된다. 

 

국가의 재정운영방법이 이같은 농촌현실을 진지하게 반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일부 지역개발전문가들은 농촌개발에 대해 ‘파도불가론’을 펴기도 한다. 인구가 많고 산업이 체계화된 지역에서는 한 분야를 집중 개발하면 그 효과가 파도처럼 퍼져 주변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생활경제를 윤택하게 하지만 인구가 급감한 농촌지역의 경우 이같은 파도를 일으킬 만한 힘을 상실한 곳이 많다는 견해다. 이는 인구가 적고 산업이 황폐화된 강진에 건설이나 관광분야에 국한돼 투자를 하는 것은 극히 제한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은 교육과 노인복지분야에도 건설․관광에 못지 않게 예산을 배분하는 것 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생각방향도 단계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국회의원이나 군수등 선출직 주민대표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지역에 토목공사를 얼마나 가져오고 마을정각을 어떻게 지어주느냐가 중요했다.

 

이 때문에 교육문제나 노인문제는 전국적인 현상쯤으로 폄하돼 국회의원이나 군수, 도의원, 군의원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였다. 주민들이 평가 잣대를 지역개발에만 두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지역 중고등학생들에게 지원되는 장학금 규모와 노인들의 진료혜택 정도가 국회의원, 군수를 평가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도의원이나 군의원도 마찬가지다.

 

지역개발도 주민복지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일이지만, 주민들은 갈수록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이익을 원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이주를 꿈꾸고 있다. 지금 강진은 많은 실험을 해야할 때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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